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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비밀

무명씨 조회수 : 2,450
작성일 : 2005-10-26 17:08:53
얼마전 82에서 구글에 접속해서 자신이 자주 쓰고 있는
아이디를 검색창에 쳐 넣으면 그간 여러 인터넷 싸이트에서
그 아이디로 올린 글들이 결과물로 뜬다기에 한번 해보았었지요.
혹 회원가입하고 잊은 곳이 있으면 탈퇴해서 정리하면 되겠다
싶어서요. 그리고 어떤 글들이 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제 아이디는 별거 없더군요. 뭐.. 그다지 글을 잘 올리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호기심에 남편의 이메일 아이디도 한번 해보았습니다.
2003년 한 무료운세 싸이트에 올린 글이 있더군요.
그런데… 보아선 안될 내용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내말고 두명의 여자가 있다. 깊은 관계다.
아내와 좋은 사이가 아니다. 어떡하면 좋겠나.’
대충 이런 내용이더군요. 남편의 아이디는 독특해서
어디에서도 중복될 일이 없는 아이디이고, 아내의
생년월일도 바로 저의 것이었습니다.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랍니다.
5년 정도 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답니다.
남편 있는 여자와 바람이 나 결국 상대여자
남편이 고소를 하고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지요.
저는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때까지 새까맣게
몰랐답니다. 바보였지요.

세상살이가 무척 힘들었어요.
부모 덕 전혀 보지 못한 남편을 돕고자
맞벌이를 계속했고, 두돌된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가진 돈이 없이 회사대출로 구한 전세라
그 빚을 빨리 갚고 싶었고, 내집마련도 해야했기에
아이 키우며, 직장생활, 집안일 등등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악착같이 살아야 했어요.
남편은 그 때 보증 잘못 선 문제가 있어
퇴근 이후 다른 일을 조금 더 하면서 그 빚을
스스로 감당하겠노라 집에 들어오는 못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아니었던 겁니다.
여자가 있었어요. 집을 나와 남편과 함께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이 약이라지만 쉽사리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였답니다.
그런 사람을 용서했어요.
나의 선택으로 만든 가정, 그리고 내 아이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온전히 그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믿기 위해 노력했고 스스로 편해지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믿어야 했어요.
큰 일을 겪었던 터라 한동안 방황하기도 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잡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문제, 육아, 집안일 모두 내차지었지만
비온 뒤 땅이 굳는 다는 속담처럼 앞으로의
인생이 평탄하기 위해 한번의 통과제의를 거친
것이라 믿고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세월이 5년이네요.
제가 벌어 빚도 갚았고, 집도 마련했습니다.
남편에 대해 확신할 수 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고, 지난 상처도 아물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착각이었던 겁니다.

두 명의 여자가 더 있었고, 사업 핑계로 내게 빌어갔던 돈,
일을 핑계로 잦았던 외박들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 지를 분명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와 아이가 얼만큼 성실하고 바르게 살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불성실과 부도덕함으로
내가 받은 상처가 얼마인지, 우리 아이가 얼만큼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바보였을까요.
그저 믿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제가 바보였을까요.
물론 그간 평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늘 문젯거리, 다툼의 빌미를 제공했던 건
제가 아니었답니다.  저도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야단도 맞아보고 싶고, 투정도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무관심했던지, 자신이 없었던지 그는 늘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요.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게 부족한 무언가가 남편으로 하여금
실수를 부추겼을지도 모른다구요.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났으면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사람인데 나를 만나 힘들어진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 그 잘못, 실수를
보듬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누구와 살아도,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어도 그런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저주를
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직 어찌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정리된 지 오랜 일이라 하고,
나와 아이 곁을 지키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젠 그를 믿지 않습니다. 내인생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될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어요.

지난 시절의 아픔과 고통, 절절했던 불행,
마음 속 깊은 상처를 더 이상 아프게 여기지
않게 되는 건 현재의 평화와 행복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지요.  다시금 지난 시절의 극심했던
고통이 밀려옵니다. 솜털 같이 곱고 여린 아이를 등에
업고 동이 트지 않은 겨울 아침 옮기는
걸음마다 흘렸던 눈물이 견디기 힘든
아픔으로 다가오네요.  아이에 대한
아픈 마음은 새기고 또 새기어도 무뎌
지지가 않아요. 차가운 이른 새벽부터
어미를 따라 힘든 생활을 해야했던 아이의
고통과 그런 아이를 두고 나와야 했던 그
시절의 아픔이 자꾸 가슴을 저밉니다.

곧 결정을 해야겠지요.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다가도 자꾸만
손을 놓고 싶고, 포기하고 싶어져요.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자존심 강하고 소심한 탓에 그마저 쉽지 않네요…
정말 우울한 가을입니다.
IP : 218.156.xxx.15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늘 좋은일만~
    '05.10.26 5:15 PM (220.118.xxx.141)

    읽으면서 가슴이 내내 답답합니다. 감히 뭐라...말씀을 못드리겠어요. ㅠㅜ 그래도 기운내시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 2. 힘내세요.
    '05.10.26 5:38 PM (221.164.xxx.134)

    ..님 어쩌죠?힘든 일이..용기를 내시고..애들이랑 어떻게 홀로서기 할건지 대책,계획 잘 세워서 차분히 준비 다 잘하고 실행하시길..저처럼 바보는 늘 마음만 묵는다로 끝나지말고~근데 홀로서기가 너무 힘들어요.더군다나 애들이랑 함께라면..

  • 3. 에고고
    '05.10.26 5:41 PM (61.98.xxx.212)

    구구절절 님께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오셨을지 제가 다 가슴한켠이 시큰해옵니다.. 어쨌거나... 어떤 결정이 나든... 님은 최선의 선택을 한겁니다.. 힘내세요.. 앞으론 행복해질꺼에요

  • 4. lake louise
    '05.10.26 5:42 PM (218.235.xxx.61)

    님의 노력으로 빚도 갚고 집도 사셨다면 틀림없이 성실하고 능력있는 분 일껍니다..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몰랐다면 모를까 알구서는 신뢰가 깨지고,존경도 없어지겠죠..더 늦기 전에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한번도 아니고 상습적으로 그러는 사람은 누구하고 살더라도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 할겁니다. 그런 남편때문에 우울하시다니요..그럴 가치가 있나요..툭툭털고,냉정을 찿으세요..더 좋고 연분맞는사람,착실하고,거짓없는 사람, 얼마든지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5. ..
    '05.10.26 6:09 PM (211.53.xxx.253)

    보통 결론을 다 알면서도 한편으로 붙들고 싶어지는게 사람인거 같아요.
    님도 이미 결론 내리셨을거 같기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님이 행복해질 수 있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용서하시든 이별하시든 님이 꼭 밝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더이상 우울하고 힘들게 살지 마세요.

  • 6. 사람이 변한다는 것
    '05.10.26 9:02 PM (218.145.xxx.33)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저도 님과 같은 상황에서 가정을 지키기위해 마음을 추스리고 참고 참고 언제가는 변하리란 믿음을 가지고 살았었지요. 그러나 더 큰 상처를 가지고 와서 정말 수습이 안되는 상황을 연출하더군요. 저, 제가 쌓아올린 모든 것 다 잃고서야 이런 사람도 있구나 잘못 가진 습성은 평생 변하지 않는 것이란 것을 깨쳤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안심시키려 믿고 또 믿으며 살아온 세월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후회하고 있답니다. 좀 더 일찍 잘못된 연을 떨쳤더라면하고요

  • 7. 내가...
    '05.10.26 9:06 PM (211.216.xxx.23)

    선택한 결혼....그선택으로 태어난 귀한 내새끼들....
    그런 가정을 깨뜨리기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이성으로는 이혼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내아이들의 미래와 이혼후 홀로서기의
    힘듬을 알기에 쉽게 인연의 손을 놓치 못하고 살지요
    글쎄 2003년도에 남편분이 쓰신 글이니 남편분과 진실한 대화를 다시 한번 나눠보세요
    과거의 일이라면 죄값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데.....

  • 8. 정우...
    '05.10.26 10:15 PM (211.109.xxx.132)

    전 미혼이지만...이렇게 생각해요. 좋지 않은 남편은 결코 좋은 아빠도 될 수 없다구요. 아이때문에 고민되시겠지만...좋지 않은 아내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없고, 좋지 않은 남편은 아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아빠..정말 자식사랑 끔찍한 아빠였지만, 자랄 때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정말 고스란히 제 상처로 남더군요.

  • 9. 위로해요
    '05.10.27 12:02 AM (211.209.xxx.68)

    님의 사연에 맘이 아프고 아려옵니다.
    부부는 믿음과 신뢰가 먼저인데, 그런 남편 믿을수 없군요.
    님! 위로하고 싶어요.
    마음 여리고 아이와 가정을 사랑하는 님의 마음이 전해오네요.
    너무 무책임한 남편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마음, 굳게하세요.

  • 10. 답답함
    '05.10.27 12:29 PM (58.102.xxx.11)

    님 사연을 읽어 내려가는데 제 가슴이 왜이리도 답답하고 죄송하지만 님의 남편분 정말...........
    저두 아버지라는 사람의 바람으로 인해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가정생활만 했던 엄마..... 세상을 너무 몰라 너무 무지해서........ 휴~~ 고생 고생하며 산생각을 하면 정말........
    님에게 어떤 말고 위로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님이 행복해 질수 있는 길을 선택했음 해요
    그리고 절대 절대적으로 경제력은 확보해 놓으시구요
    우리 시누도 신랑이 바람을 피운건 아니고 딴문제로 몇번 삐그덕거리고 이혼하니 마니 하더니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을 했던지 나름대로 신랑 몰래 종자돈 마련에 자격증시험 공부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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