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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써야하는데...

구두쇠 조회수 : 1,829
작성일 : 2005-09-08 23:32:38
전 평소 알뜰살뜰 아껴가며 살아요.

음... 알뜰살뜰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단적인 예...

결혼할 때 마이너스 30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결혼 7년만에 주택을 포함해서 7억쯤 모았으니

이만하면 알뜰살뜰 산 셈이죠.

(사실 7억보다 더 모았다고 볼 수 있네요.  대출받은 3000만원도 갚았고 시댁에서 집 얻을때 도움받은 5000만원도 갚았으니 말이죠.)

근데 지금까지 세월을 되돌아 보면

제가 돈을 참 잘 못쓴다는 생각이 들어요.

20원도 주고 산 비닐봉투도 다 모아 환불받을 정도지만 남들 경조사에는 돈을 팍팍 씁니다.

사실 선물비, 경조사 등을 조금 덜 하면 되는데 이게 잘 안되니 말이죠.
(남편 친구 돌잔치에 축하금 20만원 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군요.  근데 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거든요.
돌잔치 장소의 음식이 비싼 곳 같아서 두 사람 식사비보다는 많이 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도 추석때 입힐 아이옷을 남대문시장에서 티 3000원짜리 2벌, 바지 6000원짜리 2벌 사왔는데요

친정엄마 추석선물로 설화수 화장품 세트, 조카들에게 줄 게스 티셔츠 1벌씩, 아이 봐 주시는 아주머니께 10만원, 경비아저씨들께 3만원씩 봉투 담아 드리니 몇 십만원이 훌쩍 나가더라요.

직장생활하는 저는 제일평화시장에서 주로  세일하는 옷을 사 입어요.

지난 번에도  블라우스 1만원, 치마 1만원, 가디건 1만원 총 3만원을 들여 가을 옷 해결했네요.
(저는 3만원에 가을옷 해결했는데 남편 양복은 아르마니에서 사준다고 하면 정말 저 이상한 사람 되겠죠?  근데 제가 그러고 살아요.)

저는 평소에도 제 소비 생활이 균형감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떻게 고쳐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렇게 된데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어요.

저는 어릴 때 부유하게 자라서 옷도 브랜드 옷만 입고 백화점에서만 옷을 사 입었네요.

그래서 직장생활 초반때까지만 해도 백화점이 아닌 상설매장이나 제일평화시장 등이 있는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결혼할때쯤 아빠 사업이 망하게 되었고 신랑될 사람도  그리 넉넉치 않은 살림이라 결혼준비에서부터 참 힘들었어요.

그래서 알뜰살뜰 악착같이 살았는데...

악착같이 사는 동안 재래시장도 알게 되고 모든 물건의 값에 거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데도 보고 자란 것이 있어서 그런지 제 자신에게 들이는 옷, 신발 등은 다 자제가 되는데 남에게 선물하는 것은 차마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돈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좀 쓰면 어떻겠느냐 하시겠지만

7년동안 거의 제 자신에게 돈을 써 보지 않아서 돈을 잘 못쓰겠어요.

저와 비슷하게 균형감없이 소비생활하시는 분 계시나 모르겠어요.

균형감있게 소비생활 하시는 분 제게 조언 좀 해 주세요.

IP : 211.178.xxx.19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
    '05.9.8 11:39 PM (218.38.xxx.247)

    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만나고 싶어요.

    저는 고속터미널에서 2000원짜리 티셔츠에...전 화장도 안하고,

    하지만 먹는 것은 원 없이 먹고 남 선물하는 것은 저도 어쩔수 없어요.

    저도 도움 좀 받아야되는데....

  • 2. ..
    '05.9.8 11:43 PM (211.210.xxx.190)

    저도 그래요. 동지 만났네요. ^^

  • 3. 엔지니어님조아
    '05.9.8 11:55 PM (59.19.xxx.75)

    참말로 님같은사람이 존경스럽습니다,,사람이 여유있게살다가 그리하긴 참 힘들거든요,
    그라고 고기도 묵어본넘이 묵는다고,,돈이 많아도 못쓰대요(내가 많다는거 절대아님 ^^)
    그러니 습관이 무섭다 안합니까? 근대요? 나이가드니 돈을 좀 줘야 옷은 좋대요~

  • 4. 저도
    '05.9.9 12:10 AM (211.41.xxx.27)

    그런 분 많군요....저 요 며칠 많이 우울했거든요.
    전 전업 주부에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소비행태는 님과 비슷해요
    몇 년된 옷 입고 가서 묵직한 돈봉투 내 놓는거
    그거 받는 사람도 혹시 절 비웃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제 남편에게 " 나 이제 이렇게 살지 않을 꺼야"
    했지만 이렇게 살지 않는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 5. ...
    '05.9.9 12:18 AM (219.248.xxx.230)

    궁금합니다..어떻게 저축하신건지..

  • 6. ^^;;;
    '05.9.9 12:19 AM (220.88.xxx.108)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남편월급이 대체 어느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나쁜뜻이 있는건 아니구요, 그래도 어느정도 능력이 되니 그만한 재산을 모은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리고 노하우좀 알려주세요. 외벌이로 애기키우며 저축하기가 넘 힘들거든요.

  • 7. 경빈마마
    '05.9.9 12:34 AM (211.36.xxx.110)

    비슷한가 봅니다요.

  • 8. 저도
    '05.9.9 8:42 AM (222.108.xxx.185)

    제 자신을 위해서는 티셔츠 하나살때도 생각많이 하고 그러다 못살때도 있고, 아이한테도 되도록 물려 입히고 4살이지만 거의 옷을 사입힌 적이 없어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상대에게 축의금 낼때는 보통 5만원내고 좀 친한 친구면 10만워, 20만원 내고 내아이 옷은 못 사입혀도 친척이나 누구 애 낳았다 그러면 섭섭치 않게 돈봉투 들고 찾아가거나, 내의 하나를 사도 브랜드 있는거 사줍니다. 선물이란게 내수준에 맞출게 아니고 사실 상대 수준에 맞춰 줘야 하쟎아요.
    내가 3천원 화장품 쓴다고 백화점서 화장품 사서 쓰는 사람한테 내가 쓰는 브랜드 사주면 쳐다나보나요? 그래도 전 제주변에 사람은 많다고 생각해요. 어디가서 밥값 낼때도 내가 못내도 보태는 척이라도 하고, 인사 잘 챙기고 그러니까 또 도와주시는 분도 많아요. 사실 친구들도 보면 결혼하고 나면 친구도 안 챙기고, 돈 낼때는 뒤로 빠지고, 그런거 자주 보다보니 안 좋아보였거든요. 형편 비슷한 친구끼리 만나 밥먹고 밥 값낼때는 누가 나서라구...
    내가 조금 손해보는 느낌으로 살아도 그거 알아주는 사람은 다 알아주더라구요.

  • 9. **
    '05.9.9 9:55 AM (220.126.xxx.129)

    저와 꼭 같으시네요. 결혼할 즈음 친정이 어렵게 된 것 하며...
    전 결혼 8년째인데, 제 옷장에는 10년도 넘은 옷들이 거의 다예요.
    결혼하고는 거의 안샀다는 이야기죠.
    다행히 체형이 변하지 않아서 그냥 입을 수 있죠.
    친정어머니가 제 옷장 보고는 눈물지으셨다는...
    저도 님과 꼭 같아요. 백화점에 맘먹고 갔다가는 손이 떨려서 도저히 못 사겠더라구요.
    정말 저도 저를 위해서 좀 쓰면 좋겠어요.

  • 10. 구두쇠
    '05.9.9 9:53 AM (210.205.xxx.195)

    제 글 읽는 분들이 재테크 방법이나 급여 수준을 궁금해 하실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간단히..

    저희집의 경우 맞벌이, 신혼 5년간 아이 없었구요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네요. 결혼 7년만에 차도 샀고...

    직장인의 재테크 방법은 무조건 안쓰고 모으는 방법밖엔...

    남편과 저는 연봉제라 보너스같은 거 없고 한달 실수령액이 남편 430만원 저 300만원입니다.

    올해 들어 대충 계산해 보니 (8개월간) 저축은 2800만원정도했는데 둘째도 올해 태어나고 아이가 둘있어 그런지 아무래도 신혼때만큼 저축은 힘들더군요. 아이없을때야 한달 남편과 제 용돈 생활비 포함해서 60만원썼고 그달그달 경조사비 포함해도 절대 150만원은 넘지 않았구요.
    그래서 어른들께서 그러시나봐요. 아이없을때 저축해야한다고...

  • 11. 행복하게춤춰
    '05.9.9 10:03 AM (211.253.xxx.65)

    전 돈있으면 나를위해 꼭하고싶은게 최고좌석에서 최고의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등을 관람하는문화생활과 여행입니다. 아이들과함께라면 더좋겠지요.^*^

  • 12. 저는
    '05.9.9 10:13 AM (221.140.xxx.149)

    아낀다고 노력하다가도 어느순간에 폭발해 결국 더 쓰게 되던데...
    그런 자제력이 너무 부럽습니다.
    입지도 않을 옷 충동구매로 사놓고 한숨 푹푹 쉬는 한심한 저같은 인간보다
    몇백배 훌륭하신 분인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13. ㅋㅋ
    '05.9.9 11:32 AM (59.187.xxx.199)

    윗분...
    저하고 똑같아요...폭발...ㅋㅋ
    저도 나름대로 무지 심각한 상태입니다. 냉장고에 고기 종류랑 과일은 꽉꽉 들어차 있는데
    제 옷은 만원 넘어가면 만지작 거리다만 그냥 오구요. 어제도 팬티사러 갔다가 세장에 만삼천원
    이라고 하는바람에 그냥 와버리고... 먹을것만 잔뜩 샀네요.

  • 14. 그래도
    '05.9.9 12:49 PM (218.50.xxx.84)

    자신을 위해서 알뜰하게 살고 남한텐 후하게 쓰신다니..
    그게 더 보기조아요
    세상에는 그반대의 얌체들이 많걸랑요..
    전 둘다 헤풉니다,,ㅜㅜ
    저자신에도 남에게도,,,

  • 15. ㅎㅎ
    '05.9.9 3:28 PM (128.134.xxx.23)

    사람마다 다 쓰고 사는 게 다르더라구요. 저도 원글님 만큼은 아니지만 특이한 소비패턴이 있거든요. 맞벌이에 둘다 남부럽지 않은 연봉인데 아이 옷 절대 백화점에서 안삽니다. 항상 동대문을 이용하죠. 대신 운동화는 좀 돈 들여서 사는 편이구요. 제 옷도 명품 브랜드 커녕 국산 백화점 브랜드도 안삽니다. 대신 발 불편한 건 절대 못 견뎌서 구두는 편하고 좋은 거 사서 신어요. 속옷도 예를 들면 팬티는 저렴하고 편한 거면 오케이지만 브라는 딱 맞고 편한 거에 돈 더 들이는 식이죠. 남편은 브랜드 좋아하는 편이라 한벌을 사더라도 아르마니, 제냐 이런 옷 사입어요. 전 제 옷은 절대 그런 거 못사지만 그렇다고 남편 그런거 산다고 뭐라고 하진 않아요. 비즈니스 클래스 타고 비싼 스위트룸 묵어가며 휴가 즐기지만 50원짜리 종이컵, 20원짜리 비닐봉지 모아다 바꿉니다. 택시 아까워서 잘 못타고 어지간하면 지하철 타지요 ^^
    저희 부부 둘다 공통인 건 남들한테 쓰는 돈 잘 못아끼는 점... 그래서 친정엄마는 둘다 그래서 언제 돈 모을래 하고 가끔 잔소리하시지만 그래도 그게 마음 편한 걸요.
    자기가 아낄 만한 곳엔 아끼고 쓸 만한 곳엔 쓰는 게 결국은 합리적인 소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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