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의 묘을 다녀온 후

kimi 조회수 : 933
작성일 : 2004-11-05 09:04:59
시간적인 여유가 많기에 오늘 여기 내가 좋아하는 여류 시인을 소개합니다.

허난설헌, 본명은 허초희이고, 난설헌은 호이다. 그녀의 본관은 대대로 문장을 떨친 집안이다.
아버지 허엽이 (홍길동전의 허균의 부친)이 강릉부사로 재질할 때 그곳에서 태어난 난설헌은
허균의 누이이다.  문장가 집안에서 성장한 난설헌은 어깨 너머로 글을 배워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았고 용모 또한 아름다워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8세때부터 시를 짓기 시작하여 신동이
라는 말까지 들었다.  15세때 안동 김씨 김성립과 혼인하여.  그러나 다재다능했던 난설헌의
불행은 결혼과 함께 닥쳐왔다.  벼슬이 없던 남편은 똑똑한 부인을 외면하고 집을 멀리했다.
남편과의 갈등과 고부간의 갈등을 속으로 삭이지 못한 난설헌은 노골적으로 남편을 미워했는데,

"원컨대 이승에서 김성립을 이별하고, 죽어서 길이 두목지를 따르리라"

하루빨리 남편과 헤어져 시나 지으며 살고 싶다는데 어느 남편이 좋아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불행이 안팎으로 닥쳐와, 사랑하던 아들과 딸을 연이어 잃은데다 뱃속에 있던
아이까지 유산되어 그녀의 슬픔은 극에 달했다.  더욱이 친정집 또한 옥사가 끊이지 않았다.
아버지 허엽과 오빠인 허봉(이분도 유명한 글을 많이 남겼음)이 연이거 객사하자, 난설헌은
더이상 살아갈 의욕을 상실하고 오로지 격한 슬픔을 시로 달래며 참았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 허균마저 귀양을 가게 되자, 더 이상 슬픔을 참을 수 없었던 난설헌은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27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마감했다.

난설헌이 죽은 뒤 허균은 누이가 슬픔과 체념으로 누에가 실을 뽋듯이 절절이 엮은 시들을
중국에서 "난설헌집"으로 간행하여 격찬을 받았다.  

허난설헌의 묘는 경기도 광주읍 초월면 지월이에 있는데, 중부고속도로가 앞을 지나는
안동 김씨 묘역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묘는 동호인들이 시비도 세우고, 문중에서
주변도 정비해 넗게 자리 잡고 있다.  

아들. 딸,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을 노래한 "아들 딸을 여의고"라는 시를 오늘은 소개합니다.

"지난해에는 귀여운 딸을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런 아들을 잃었네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땅이여
두 무덤 마주보고 나란히 서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엔 쓸쓸히 바람 불고
도깨비불 숲속에서 번쩍이는데
지전을 뿌려서 너의 혼을 부르고
너희들 무덤에 술 부어 제사를 지낸다.
아! 너의 남매 가엾고 외로운 혼은
밤마다 정답게 놀고 있으리
이제 또다시 아기를 갖는다 해도
어찌 잘 자라길 바라겠는가.
부질없이 황대사를 옲조리나
애끊는 피눈물에 목이 메인다."

난설헌이 태어나 자랐던 강릉의 생가는
현재 경포대 끝자락의 소나무숲 사이에 위치하였는데,
그 모습 또한 아련하고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단아한 형태로
가끔 들리는 나그네을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굴종만이 강요되던 질곡의 생활에 숨막혀 자취도 없이
왔다가 간 이땅의 여성들 틈에서도 난설헌은 우뚝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난처럼 청아한 모습에 재예비범하였던
난설헌은 가슴 가득한 한과 곱게 가둔 꿈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IP : 218.51.xxx.5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조수진
    '04.11.5 10:15 AM (210.123.xxx.178)

    가보고 싶네요. 예전에 신문에서 난설헌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도 한번 가고싶다 생각했는데 오늘 더욱 간절해집니다. 자세한 위치 찾으러 네이버에 가보렵니다.

  • 2. 오감자
    '04.11.5 10:31 AM (211.203.xxx.88)

    이런 며칠전에 경포대에 갔다왔는데 아깝당~

  • 3. 행인
    '04.11.5 3:33 PM (211.199.xxx.30)

    난설헌과 같은 재인은 아니지만..
    비슷한 인생역정도 그렇고..같은 가문이라는것도 그렇고..
    제게도 그분의 피가 흐르는것 같아서 좋아한다는...
    남편을 미워한게 아니라..
    첨에는 남편과의 사이도 좋았지만..
    워낙 난설헌이 뛰어나다 보니..
    그 옛날..우리 남정네들이...여자가 자신보다 잘난걸 인정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뭐..마음이 옹졸해서 그랬겠지만..
    아무튼 난설헌을 담아내기엔 그 부군이 너무 그릇이 작더라는...
    그래서..남편은 밖으로 돌고..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이 죽고..
    그런 아들 며느리를 보는..시어머니가..온화하게 며르리를 대했겠습니까?
    안되는건 전부 며느리탓이고..
    하긴..김성립도..잘난 아들이였는데..
    며느리에 비하면 택도 없었으니..며느리가 미울 수 밖에...
    설상가상입니다.
    고부갈등..부부갈등.자식도..친정도....
    자살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요.. 그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 4. 마농
    '04.11.5 10:15 PM (61.84.xxx.28)

    강릉생가는 가봤지만...난설헌 묘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저도 한번 묘에 가서 짧게 인사하고 싶어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135 버티칼설치 2 둥이맘 2004/11/05 902
25134 블루베리 머핀케익 버리다. 12 리틀 세실리.. 2004/11/05 1,028
25133 청계천에 물 흐르면 5 갑자기 궁금.. 2004/11/05 889
25132 하남시에 사시는분들 .................. 4 질문 2004/11/05 902
25131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의 묘을 다녀온 후 4 kimi 2004/11/05 933
25130 목요일 아니지 금요일 새벽의 주절주절 11 techni.. 2004/11/05 943
25129 성형외과 추천 부탁 드려요... 2 로그아웃 2004/11/05 902
25128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 좀 추천해 주셔요...^ ^ 7 champl.. 2004/11/05 978
25127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어떤물건을 좋아할까요... 10 은돌 2004/11/05 913
25126 한의사분들 계시면... 3 몸찬이 2004/11/04 970
25125 제가 방문하고 좋아라 했던 손녀딸님 요리 사이트에요..^^ 10 런~ 2004/11/04 1,951
25124 옥션 8 궁금해요 2004/11/04 1,084
25123 알아야 면장 11 면장 2004/11/04 1,122
25122 곰국 보관은 몇일? 3 코스모스 2004/11/04 1,060
25121 종합병원에서 수술해보신분..?? 8 중이염 2004/11/04 890
25120 옥션에서 낙찰받으려면 어떻게? 5 파파야 2004/11/04 924
25119   애가 손가락을 뜯어요 ㅜ ㅜ 8 쥬맘♡♥ 2004/11/04 899
25118 발달지연 혹은 발달장애에 대해서.... 1 발달장애.... 2004/11/04 995
25117 청약부금 만기되면... 3 청약 2004/11/04 896
25116 용인 구성에 사시는 분 계신가요? 4 00 2004/11/04 927
25115 집안에 두면 좋지않은 35가지 2 바다농원 2004/11/04 1,710
25114 혜경샘님.. 2 그냥걱정 2004/11/04 897
25113 이미정씨 귤 잘 받았어요 11 bluein.. 2004/11/04 1,129
25112 중학생들 컴퓨터 얼마나 하나요? 5 중2엄마 2004/11/04 848
25111 아이가 왼손잡이인데요 13 강미정 2004/11/04 820
25110 백화점 코너직접 중간관리 운영으로 해보신분이나 일해보신분 (식품 빼고) 2 갈등중.. 2004/11/04 1,144
25109 사자와 소의 사랑(?) 이야기... 3 제로미 2004/11/04 905
25108 뒷북치는 아짐.. 4 아짐 2004/11/04 1,028
25107 혹시 이와츄 불고기판 깨진분 안계세요? 1 루시맘 2004/11/04 874
25106 보행기 구해요~ 5 유니맘 2004/11/04 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