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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으면서 포기해야 할 것..

배추흰나비 조회수 : 1,736
작성일 : 2004-10-27 00:24:24
1. 긴머리
임신중 안정과 심한 입덧으로 두문불출한지 어언 6개월째.. 한번도 미용실을 안 갔어요.
요즘 예비엄마교실, 병원 이런 데 다니려니 머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열심히 자라준 이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압박에 서글퍼요. 임신중이니 파마나 염색도 못하고..
애 낳으면 우수수 빠지니까 짧게 자르라는데.. 꼭 암걸린 환자 치료 앞두고 머리 짤라버리는 듯한..
정말 아픈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죠... 으흑.. 나의 패션 라이프....

2. 55사이즈의 옷들..
옷장속에 가득한 옷들.. 전 헐렁한 것보다는 선이 단정하고 몸매를 드러내 주는 옷을 좋아합니다. 바지고 치마고 임신 전 몸매여야만 입을 수 있는 옷들이죠..
요즘 최대의 화두는 애를 낳고 나서 골반 사이즈가 고대로일까랍니다. 살이야 워낙 안찌는 체질인 것 같고, 지금도 애랑 애에 딸린 이것저것 무게만 늘어난 것 같은데..

남편은 저보고 철부지라지만.. 애는 애고 나는 나대로 직장도 다녀야 하고, 어깨 쫙 펴고 거리도 신나게 걸어댕겨야 하지 않습니까...에혀... 사이즈 달라지면 예전처럼 맞는 옷 사야 한다고 달라진 사이즈를 좋아라 하고 옷사러 댕기게 될까요..
백화점이 놀이터이던 시절이 그리워요.

3. 한가한 주말
우선은 휴직하고 애를 키우겠지만 곧 주말부모가 되겠는데.. 직장에 복귀하는 것은 반가워도 토요일 오후의 그 달콤하고 나른한 낮잠과 한가한 일요일 오전이 언제 다시 돌아올까요.. 주말을 쉬지 않으면 일주일이 힘들텐데... 그나마 주중에 편하고 주말에 힘들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4. 자기개발
애 낳을때까지의 공백이 아직 2달가량 남아있어서 문득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나 딸까 검색해 보니 이번년도 접수일자는 다 지났네요. 내년에는 젖먹이 달고 할수 있을까.. 진작 생각했으면 시간을 더 보람있게 보낼 수 있을텐데 말이죠.
남편이나 저나 여가 시간에 음악 듣고 책 보고 뭐 배우고, 코스 등록해서 과정 마치고 하는 게 취미인데.. 과연 다시 그런 여가가 허락될까 의심스러워요. 작은 것들은 할 수 있다쳐도 학위과정같이 장기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것은 될까나... 돼도 그 질을 보장할 수 있을까 싶구요,.


또 뭐가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저런 것들이 젤 아쉬워요. 얼마 전에는 집에 하루종일 혼자 있기 넘 심심해서 남편에게 피아노대여하자고 했다가.. 구입은 이사랑 출산이랑 해서 좀 미루고 동네피아노학원은 도대체 맘에 들지 않는지라...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시기는 다 지나갔구나.. 그나마 뱃속에 담고 있는 지금이 마지막이구나 하니 말입니다.
애낳은 다음에 피아노 산다 한들 당분간 애 장난감이지 제 취미생활이 될 수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서, 이사가면 사준다는 남편 말에도.. 이젠 끝이야.. 내 인생은 으흑... 우어우어 넋두리했슴다...

제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근데 지금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들만 보여요...
애는 아직 안 낳아봤으니 얼마나 이쁜지는 잘 모르겠구요. 낳으면 이쁘기야 하겠죠. 이쁜 것에 취해서 그때는 이런 거나 생각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분명히 지금 아쉬워 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요..

머... 철부지엄마라고 꾸짖지만 말아주시옵소서.. 저도 압니다....
IP : 61.102.xxx.150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쵸콜릿
    '04.10.27 12:32 AM (211.212.xxx.230)

    다 그렇게 포기하고 살아요 ^^
    철부지 아니신데 뭘~~~
    저도 혼자서 뭐 좀 해보는데 소원인 사람입니다.
    할 수는 있어요...근데 애들이 눈에 밟혀서 못해요.
    옷은...전 임신전 옷들 다 입거든요...돈 벌었죠.
    체중조절이 잘 안되면 인위적으로라도 관리를 좀 하시면 좋아요.
    솔직히 직장맘의 주말이 아닙니다...노동절이라고나 할까

    이 모든 것이 자식하고는 비교가 안됩니다 ^^
    아기 낳아보심 알아요.

    출산이 얼마나 남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아이태어나기 전에 가까운데 여행도 다니시고...즐기세요
    제가 요즘 초산인 임산부들 보면 입이 마르고 닳도록 하는 얘기랍니다 ^^

    힘드시죠...조금만 참으세요....순산하시구요 ^^

  • 2. 빨간자전거
    '04.10.27 12:40 AM (211.228.xxx.118)

    아주 가끔.. 저도 그런 생각들이 들기도 하지만요.
    정말이지 아주 가끔이예요.

    불안해하지 마세요. 혼자서는 결코 못 누리는. 느끼는 행복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모르긴해도.. 배추 흰나비님이 예쁜 아가를 낳고나서는 세상이 화악~ 달라 보일껄요?^^

  • 3. 냠냠
    '04.10.27 1:35 AM (211.50.xxx.11)

    맞아요..
    아기에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솔직히 애키우는건 정말 힘드네요...호호호..
    그런데..너무 사랑스러워서..진짜 깨물어주고싶은 심정이 어떤건지..알겠더라구요.

  • 4. 김희영
    '04.10.27 6:52 AM (217.44.xxx.163)

    정말 전쟁의 시작입니다^^ 각오 하고 계신것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예요.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거나, 숙식하는 아줌마를 두고 살면 몰라도...)
    정말 인생이 달라집니다...............
    아이는 정말 예쁘고 소중하고...뿌듯하지만...
    머리는 다시 기르시면 되니 넘 서운해하지 마시구요. 옷도 웬만하면 다 맞을겁니다.
    저도 애 낳고 별다르게 운동이나 다이어트 안했지만 전에 입던 옷 다 입어요.
    (하지만~ 늘어진 뱃살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태어날 예쁘고 소중한 아기만 생각하세요.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아기니까요. 순산하시길...

  • 5. ...
    '04.10.27 9:16 AM (165.213.xxx.30)

    전 12월 12일이 예정일입니다
    엉엉엉

  • 6. 환이맘
    '04.10.27 9:30 AM (210.105.xxx.2)

    전 아이 낳고 가장 하고 싶었던게
    "자고 싶을때 자는것" 이었답니다.
    저도 주말 부모였거든여..
    주말에만 집에 데려와서 보다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고..
    우리 둘 만의 시간은 별루 없었던거 같아여
    그러다가 결국은 친정 근처로 저희가 이사를 했어요
    아이가 넘 보고 파서
    지금은 둘보다 셋이라서 행복하답니다..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은 말로 할 수가 없죠??
    정말로 세상이 달라보일꺼예요..
    순산하시고요!!

  • 7. 강아지똥
    '04.10.27 9:43 AM (61.255.xxx.101)

    저두 그러면 안되는데여...자꾸만 그래서 요즘 아주 많이 우울해여...거의 매일 눈물바람으로 있어서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즐겁지가 않아여....ㅠㅠ
    여자가 아닌 이젠 엄마로 아줌마로 살아야 하나싶어서 서글퍼지고...나온배때문에 뭐 이쁘게 차려입어도 맵시가 나나...정말 죽을때까지 자기개발하고 이쁘게 가꾸어야 한다는 주의인데 과연 그게 이뻐보이는게 아니라 발악으로 보이지나 않을까 싶고...

    전엔 배부른 임산부들이 참 이뻐보였었는데...제가 막상 그입장이 되니...서글프네여.
    요즘같은 날씨에 짧은 스커트에 부츠신고 긴머리 찰랑거리며 다니는 여자애들만 눈에 보이더라구여...ㅠㅠ
    저두 철부지 엄마인가봐여.....아직 엄마한테 자식이고 싶지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게 자신이 없어여.....ㅠㅠ
    준비된 엄마는 머리로만 되는게 아닌가봐여.....ㅜ.ㅜ

  • 8. 현승맘
    '04.10.27 10:00 AM (211.41.xxx.254)

    저도 주말에 늦잠 한번 늘어지게 자보는거..
    극장에서 여유롭게 영화 한편 보는거..
    우아하게 친구들과 식사 한번 하는거...
    이런거 하고 싶어요 ㅠㅠ..

    이런거 못한지 언4년째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것을 아이가 주니까 참을만 해요..
    낳아 보시면 정말 이쁠테니 넘 걱정 마세요..힘은 들겠지만 어쩄던 홧팅입니다.

  • 9. yena
    '04.10.27 10:02 AM (222.97.xxx.238)

    저랑 같은 비정상적인(?) 생활이 곧 닥치겠네요.. 허나 지금 18개월 딸아이와 주말마다 단풍놀이 하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복직해서 일땜에 한시간씩 걸어주니까 살은 그전처럼 다 빠졌구요.. 숱 진짜 많았는데, 반밖에 없어서 긴 생머리 고수하며 미용실 가서 염색이나 파마 안 하고 찰랑거리며 다닙니다..
    주중에 저희 부부 근처 스포츠 센타 수영배우고요. 제 주위에서는 모두 저를 부러워하지요..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만 애를 보니까요.
    애기 잘때 무조건 같이 자고 조금 덜 집안일하면 충분히 낮잠 잘수 있고요.
    윗분들 말씀처럼 이제는 보고싶어서 데려다주고오면
    온가족이 서로 그립고 그리워서 맘이 허하답니다.

    정말 낳아보니 임신기간때 무슨 생각을 했었지 해지네요.. 기운내시고 좋게 생각하셔요.

  • 10. 제로미
    '04.10.27 10:09 AM (218.235.xxx.137)

    저도 토요일 오후는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러 다니고, 일요일 오전에는 목욕탕에 다녀와서 한숨 푹 자는게 주말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낮잠 자라고 해도 , 아니 너무너무 피곤해도 왜그런지 애가 있으면 잠을 못자요.
    애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눈이 번쩍!

    애 낳고부터 아니 산후조리 끝나고부터 낮잠 자 본 기억이 다섯손가락(그것도 너무 아팠을 때) 꼽네요.

    너무 예쁜 딸아이 재롱에 행복해 하면서도 가끔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하는 더 철없는 엄마 여기 있습니다.

    힘내세요.

  • 11.
    '04.10.27 10:27 AM (211.207.xxx.151)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실겁니다.
    저 정말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친정 시댁 다 멀어서 어디 애 맡길데도 없고
    그래도 직장 다니시면 다른 사람하고 대화라도 되지않습니까.
    애랑 달랑 둘만 남아보세요. 말 안통하죠 하루종일 울며 징징 짜며 지하고자하는거 요구하죠
    밥도 제때 못챙겨먹죠. 직장 안나가니 뭐 꾸밀 동기도 없으니 머리는 산발이죠.
    인간의 짓이 아닙니다. ㅠ ㅠ
    근데요.. 돌때까진 미치겠두만 돌 넘어서니까 그 이뿐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도 다시 육아하라면 절 대~~~ 안해요. ㅡㅡ;

  • 12. 미스테리
    '04.10.27 10:35 AM (218.145.xxx.139)

    전 남편과의 합방(?)이 언제 될런지...^^;;;;
    공주가 밤에 울어 제치는 통에 할수없이 예민한 남편 푹재우려고 각방쓴지 어언 2년....
    이젠 울 공주가 아빠침대에 제가 누우면 숨이 넘어갑니다...일어나줘...하면서 기어이
    가자며 끌고 자기방으로...ㅠ.ㅜ
    재워놓고 오면 새벽에 귀신같이 일어나서 또 찾아와서는 걍 안자고 끌고 갑니다....^^;;;;
    저는 제 침대서 편히 좀 자고 싶어요...ㅠ.ㅜ

  • 13.
    '04.10.27 11:14 AM (211.59.xxx.106)

    애엄마가 된다는건 엄마 자신도 다른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전 느꼈답니다.
    완전 이전 세상과는 별개의 세상에 온 것 같은...
    엄마도 아이도 적응하느라 힘들죠.
    그래서 첫 애 키우기는 몇 배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엉엉입니다....ㅠ.ㅠ

  • 14. 짱여사
    '04.10.27 11:21 AM (211.194.xxx.250)

    전 그래도 이 모든걸 포기하고 라도 아이 갖고 싶은데...^^*

  • 15. 행복맘
    '04.10.27 2:19 PM (61.79.xxx.109)

    전 잠 안자는 애때문에(체질적으로 잠 없는애)
    2년을 내리 왜 눈이 맨날 충혈됐느냐는 소리만 듣고 살고 있습니다.
    1. 머리는 애 낳고 한달후부터 빠져서 자른후 길러서 지금은 등 가운데까징 기르구요(미용실갈시간 없어서 자르지도 못함)
    2. 몸무게는 2년만에 원상복귀 되었으나 예쁜정장등은 입을 이유가 없어요. 회사 그만뒀고 친구 만나기도 힘드니까
    3. 4번은 동감
    사실 애가 이쁘긴하지만
    결혼해서 맞벌이하며 살림하는게 미혼때보다 두세배 힘들었고
    애낳고 키우는건 그 배의 배로 힘들어요.
    그래도 두돌지나니 좀 나아졌어요 말도하고..같이 돌아도 댕기구....

  • 16. 리미
    '04.10.27 5:36 PM (211.192.xxx.161)

    저도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뒀는데
    하루종일 아기하고 씨름하는게 회사다닐 때보다 몇 배는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몸무게는 아기낳고 원상복귀되고 옷도 다 입을 수 있던데요.
    근데 행복맘님 말대로 정장 입을 일이 없어서 수퍼갈 때 입기도 한답니다. ㅡㅡ
    힘들기도 하지만 아기재롱에 또 힘들 얻지요.
    신랑오는 시간이 저에게는 퇴근시간입니다. 아자!!!

  • 17. namiva
    '04.10.28 1:01 AM (211.226.xxx.169)

    포기안하셔도 되요.
    1. 긴머리
    - 임신해서 파마/염색하셔도 되구요. 애낳고도 빠지는 머리 짧다고 안빠지나요. 걍 묶으심되요.
    전 임신해서 지금까지 계속 긴머리인걸요.
    2. 55사이즈의 옷들
    - 대부분 출산후 살이 많이 남는다고들 하는데, 제 주변엔 오히려 살빠진 사람들이 더 많아요.
    특히 모유를 돌까지 먹일 경우 오히려 임신전보다 평균 4kg 정도가 더 빠진답니다.
    저도 임신전보다 5kg 빠져서 오히려 더 날씬해진걸요.

    3. 한가한 주말
    -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주말맘 해본결과 이쁜아가 보러갈 생각에 오히려 주말이 기다려집니다.
    전에는 주말에 시댁다녀오면 너무 피곤했는데,
    주말맘 된후로는 매주가도 별로 안피곤하게 느껴졌어요.
    4. 자기개발
    - 주말맘이라면 자기개발에 전혀 문제가 되지않습니다.
    평일에 자유롭게 임신전과 같이 생활하면되니까요.
    자, 이제 괜찮지요?
    저도 출산전까지 님과 같은 생각이 많았는데요,
    아가를 만나고나니 저런 것들은 비교대상이 아니더라구요.
    그러니 넘 속상해하지마세요. 정말로 아가가 이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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