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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하다가요.. 오늘은 제 얘기를 좀 할까해서.
오늘 또 레시피 이것저것 갈무리 하다가 괜히 좀 죄송스러워서 글좀 남길라구요.
전 결혼한지 8개월 된 주부이고, 대학원생과 병원 연구원의 이중 생활을 하고 있어요.
나이는 스물 여덟, 자취해본 적도 없고 살림 도맡아 해본 적도 없는, 그냥 남들같은 초짜랍니다.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나 충청도 분이시고 또 주부 9단이시다 보니 요리 배우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
무슨 얘긴고 하니..
'엄니~ 오이냉채 어떻게 하면 되요?'
'이거저거 넣고 "좀 새콤달콤하게"(!) 간 맞춰서 오이 왕창 썰어 넣으렴. 오이 넣으면 좀 싱거워지거든.'
주부 9단님들! 지금 저 비웃고 계십니까? -_-+
새콤 달콤, 매콤 달콤, 간간하게~ 이런 말로 점철된 레시피를 전수 받고 나면, 저 한 숨 한 번 내쉬고 걍 컴터 켜서 82쿡으로 직진합니다.
그래도 초짜실력 어디 가겠습니까?
방금도 콩나물국 끓이는데 감이 올 때 까지 계속 간본다는게, 국물이 온데간데 없어 살짝 다시 물 붓고 왔습니다.
아~ 배불러. 밥은 어찌먹누.. ㅜㅜ
그래두요.. 저 제손으로 밥해먹을라고 무진 노력합니다.
재료두 좋은거 쓰려고 노력하구요..
연근전 계속 노리고 있는데 유기농마트 가는 날까지 미뤄뒀어요.
뭔가 믿을 수 없는 재료는 잘 안사거든요.
나이도 어린것이... 초짜 주제에... 저리 극성을 떠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희 엄마가 무지 심한 류머티즘을 앓고 계신답니다.
앓으셨다는게 맞는걸까?
암튼, 어느날부터 온 몸이 퉁퉁 붓고 잠을 못자고 하여간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시는데, 류머티즘이라는 원인을 찾기까지 약 3년이 걸렸죠.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든 류머티즘 약이 소용 없는 약 10%의 환자군에 속한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또 약 2년이 소요.
그러는 동안 골수를 갈아엎는 수술이 가능한 나이도 놓쳐버리고..
정말 절망적이었답니다.
우리 어릴적에 유행했던 등공예계에서 꽤 잘나가는 강사셨지만 (혜경쌤님 직장이었다는 그곳에도 연재를 하셨다는.. ^^;) 식구들 밥 한 번 굶긴 적이 없었던 억척 엄마였는데...
남들과 악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관절이 다 부어 있었거든요.
그 몸으로 집안 살림은 다 챙기고, 세탁기 고장나니 우리 몰래 손빨래도 하셨더군요. -.-+
그래 억척으로 사니 병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어요.
죽을병은 아니어도 불치병인 셈이죠.
그런걸 생각할 때 마다 너무 비참해 하셨어요.
그러다 어느날 동생이 어디서 알아온 "효소단식"이란걸 하게 되셨어요.
요즘 흔해빠진 방법인지는 몰라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을 했지요.
장에 노폐물 빼는데 진짜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요? 그 중 하나예요.
그런데 그 효소 단식의 핵심은 바로 식사조절이었어요.
효소는 그냥 머 잠깐 먹고 끝나더라고요.
유기농 채소와 잡곡밥, 그리고 된장이 주를 이루는 식사.
육류는 금지, 기름을 되도록 멀리하고 인공 첨가물도 금지.
혹시 이런거 해보신 분 계세요?
저 엄마따라 한달 했다가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진짜 힘들거든요.
그런데 울엄마, 진짜 독하더이다~
홀로 독하게 지켜온 식사조절 3년만에 급하면 뛰기도 하시더만요.
예전엔 상상도 못했어요. 야트막한 내리막길도 거의 울면서 내려가야 할만큼 관절이 아팠거든요.
울 신랑이 엄마를 처음 봤을 때, 엄마는 신발벗는 음식점에 가는건 상상도 못할 뿐더러 의자에서 일어설때도 식탁에 두 팔을 대고 온 몸을 의지해서 겨우 일어나야 했어요.
그런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기에, 제가 음식에 집착하는걸 이해해 주네요.
10개에 3,000원이 넘는 풀무원 유기농란을 슬쩍 집으며 멋적어하면 (저희 부부 아직 가난하기에..)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생강차 꼴랑 한 병 만든다고 죙일 암것도 못했대도 '아우~ 바쁘다면서 쓸데없이..'하는 표정이 잠시 스치다가도 금방 "수고했어. 맛있겠다~ ^-^" 이렇게 돌변해준답니다.
물론 아직 몸 건강하고 먹고픈것도 많기에 냉장고에 베이컨과 스팸 등이 떨어지지 않고, 기름 뚝뚝 아메리칸 스탈 아침식사를 즐기며, 나쵸 칩(기름에 튀긴 수입품=엄마 기준에서 궁극의 불량식품)을 맥주 들이키며 와구와구 먹어대기는 하지만 그래도 항상 우리가 뭘 먹는가를 생각하고 있지요.
그리고 되도록 항상 좋은걸 먹으려 노력하고요.
그런데 시간과 실력이 겁나게 부족한 관계로 82쿡 신세를 정말 많~이 지고 있답니다.
(82쿡 정신, 따랑해요~ ^^;)
이상 82쿡 단물만 쏙쏙 빼먹는 식충이의 어설픈 변명이었습니다.
저도 어서 무럭무럭 자라서 '구슬님 xx 레시피'가 무단 복제 되어 나다니는 날을 꿈꾸어봅니다.
아~ 신랑이 들어온다고 전화했네요.
어서 밥올려야지.
*긴 글 읽으시느라 욕보셨어요~ ^^;;
1. 모나미
'04.10.12 7:03 PM (211.204.xxx.75)먹거리가 정말로 중요한 것 같아요!
옆에서 어머니 나아지시는 걸 봐서 더 그 중요성을 느끼실 듯...
딴 데 아끼구, 먹거리에 신경쓰는 게 남는거죠?^^2. 마농
'04.10.12 7:17 PM (61.84.xxx.22)28? 아구..한참 이쁜 나이네요.좀 더 놀다가 시집가지....뭐 그리 빨리가서
벌써 신랑 밥 올린다구..ㅡㅜ ..이까지 동네아줌마틱 잔소리였습니다.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저는 잘 인지를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구슬님이 올려주신 글이 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에겐
도움이 된답니다.
무기농으로 멈칫거리면서 향하다가 돈때문에 포기하는 손이...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거든요.^^.
사실 그 돈 아껴봐야...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데....ㅎㅎ;;;
왜 그런지 몰라요.3. Goosle
'04.10.12 7:29 PM (211.192.xxx.44)병원 연구원이 벌이도 변변찮고, 또 학비도 나가느라 저는 보탬 안되거든요.
한사람 버는걸로 버티는데 비싼 먹거리 사댈라면 쫌 찔리죠. ^^;;
그래두 아직 차가 없어서 차 유지비 안나가는 대신 몸 유지비 나간다 생각할라구용. 헤헤~4. 7890
'04.10.12 7:58 PM (211.225.xxx.104)정말 정말 힘들고 바쁘시겠네요...
초짜주부시라 더 힘들고..병원 연구원에..대학원꺼정...
시간남는 이 몸이 한가지 하고 싶습니다요..ㅋㅋㅋ
생강차 만들기 귀찮아서..뒹굴 뒹굴 중인데..
낼은 만들어야지...결의를 불끈...음하하핫 ^^5. 깜찌기 펭
'04.10.12 8:00 PM (220.81.xxx.173)새콤달콤하게"(!) 간 맞춰서 ... ㅋㅋ
저도 자취시작하고 엄마께 오이냉국여쭈니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울엄마께 요리여쭐때 제일 난감한건 '갖은양념', '한번 끓이고', 등등.. 엄마는 다 아는 말씀이지만 저는 난감했던 기억나요.
구슬님사연보니 저도 같은 맘이라 남일같지않네요. ^^
쪼기 t('') 보니 마농님.. 실례지만 나이가 어찌되시기에 28나이가 한참 이쁜나이라세요?
저는 마농님이 30대 초반이실줄 알았는디.. ^^;;;6. 겨니
'04.10.12 9:55 PM (218.53.xxx.173)구슬님 정말 장하십니다...^^ 물론 어머님은 표창장감이시구요...
7. 천사댁
'04.10.12 10:12 PM (211.207.xxx.248)뚜껑은 불소가 공기와 접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밀폐효과로 그렇게 되어있는거예요..
안타까워요.. 좀 불편하시긴해도 그게 좋은건데요..8. 마농
'04.10.12 10:21 PM (61.84.xxx.22)저녁밥먹구...심심해서...역시...소금간이
모자랐음이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구슬님은 꿴 구슬 아니면 안 꿰 구슬??
옥구슬 아니면 은구슬??9. 김혜경
'04.10.12 10:54 PM (211.178.xxx.28)어머니 건강 늘 관심갖고 지켜보시고..잘 돌봐드리세요...얼마나 힘드시겠어요...
10. 하루나
'04.10.12 11:19 PM (211.217.xxx.194)저랑 결혼한 개월수도 비슷하시네요...어쩜 저랑 비슷한지...저도 요리책 펴놓고 하나하나 계량해서 해요. 안그럼 맛이 도통 안나서요. 저도 남편이 과자랑 고기 특히 나쵸를 넘 좋아해서 치즈 녹여서 낄낄거리고 먹다가 이럼 안되지하고 유기농을 큰맘먹고 사요. 술이랑 과자사먹는 돈으로도 유기농으로 다 먹어도 될텐뎅...ㅋㅋ
우리 같이 노력해서 꼭 우리도 멋진 창작레시피를 올려봅시당...빠팅...!!!11. 안양댁..^^..
'04.10.13 5:54 AM (219.248.xxx.14)레시피 대로따라하다 보면실패 하는게 많았습니다. 얼큰한 맛이 나야하는건지.짭짤하게해야하는건지 아님 매콤한 맛이 나야하는건지?????....그많은 요리책에도 결정적인 맛 을 알려주는게 없어서 좀 어려웠었죠...얼큰하게...새콤달콤하게.....이렇게알려주면 덜 실패할것같은데요?
12. Goosle
'04.10.13 7:55 AM (147.46.xxx.179)아아아~ 안양댁님~ 고수이시군요!
새콤달콤류의 설명은 제겐 너무 먼~ 얘기여요.
마치 초등생에게 자석이 냉장고에 붙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 역학을 들이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제 입맛이 후진걸까요??? 흑~!
깜찌기팽님 답글보구 푸하하~ 했어요. '갖은 양념'! 이걸 빼먹었다니.. 그것도 죽음.
마농님.. 구슬이라는 이름은 제가 가진 한글 호예요. ㅋㅋ
아는 어른께서 제게 '흰구슬'이라는 호를 지어주셨거든요. 헤헤~
그 분께 의미를 여쭤보니 동그라미는 완전함을 뜻한대요. (오호~ *.*)
앞에 흰은 왜 붙었냐니까(내심 '진주'라는 답을 기대하면서) 제가 당시 흰쥐를 키워 실험했기 때문이라고... --;
그래서 걍 '구슬'만 접수하기로~ ^^;;13. 리디아
'04.10.13 9:29 AM (203.253.xxx.27)구슬님!
결혼 8개월 초짜주부시라구요?
여기 2년 된 주부와 하는 짓(?)이 똑같아요 ㅠㅠ14. 강아지똥
'04.10.13 10:36 AM (61.255.xxx.128)저도 먹거리에 엄청 까탈부리는 동갑주부이네여..ㅋㅋ 점점 먹는것에 대해서 불신이 많아서 고생을 사서 하지만 나름대로 뿌듯하네여. 친구엄만 이런절 보시면서 어린것이 극성부린다고 그러시지만....ㅋㅋ
암튼 나날이 일취월장하기를 소망해봅니다.15. 민서맘
'04.10.13 11:35 AM (218.145.xxx.184)저도 요즘 먹거리 땜에 무지 고민중입니다.
친정엄마 근처에서 아이를 친정엄마가 맡아 키워주시는데,
전 두부를 사도 유기농 아님 100% 국산콩 이런거 따져보고 가격 따져보고 신중하게 사는데
울엄마 첫째 가격보고 그냥 홀랑 집어 드십니다.
그냥 보통 평범 대표적인 대한민국 할머니라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용돈이며 아이 키우는 돈 팍팍 드리는것도 아니기에 뭐라 말씀드릴수도 없고
아이 먹는거 만큼은 잘해주고 싶은데, 회사 다녀와서 아이랑 노니라고
아이 음식 제가 만들어 주지도 못해요.
오밤중에 잠안자고 만들어놔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도 못하거든요.
아이 먹거리 요즘 저 머리에서 쥐납니다. ㅠㅠ16. 깜찍새댁
'04.10.13 1:24 PM (218.146.xxx.227)^^저도 동감
첨엔 엄마 맛이 그리워서 몇번 여쭤보다가 결국 언니에게 전화하죠.
그럼 언니는 현실적으로(결혼10년차) 밥숟가락으로 몇개 국물은 국그릇으로 몇개 이런식으로 아주 자세히~알려주니깐 더 낫더라구요 ㅎㅎ
지금 2년 넘었는데 아직도 메모 보지 않음 나물 무치는것도 영~서툴러요..
글구..
어머니 건강으로 먹거리에 관심 많아지셨다구요..?전 임신을 계기로 그렇게 되었어요.
앞으로 어떤 먹거리로 살아야하나 요즘 많이 많이 생각하고요..
진짜 먹는것 만으로 어려운 병 고치고 건강하게 사시는 분들 많으시죠?
아~~믿고 먹을 먹거리만 넘쳐나는 세상임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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