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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 혹은 자화상
그해 가을 이즈음,,,
그애는...
오빠들 학교 운동회 구경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싱숭 생숭 한마음에 아침 설겆이가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 어머이한테 불벼락을 맞았다.
"이누무 지지바가.
맨남 일만 부려먹어 안쓰러워 운동회 귀경시켜줬드니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아직꺼정 설겆이도 안하고 뭔ㅈ ㅣ ㄹ ㅏ ㄹ 하구있어.
"잘못 했어유.
"얼릉 할께유.
그래야만 하는건데 그게 그애다운거였는데......
그애는 반항이란걸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언제나 처럼 머리끄댕이 휘어잡고 흔드는 엄마에게
"엄마. 나 그냥 죽여줘유.
그렇게 악을 써버린거다.
뜻밖의 반항에 기가 질린건 어머이였다.
얼굴색이 변해버린 어머이는 슬그머니 매를 던져버리고
오빠들이랑 콩 뽑으러 가셨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허벅지를 꼬집어봐도 꿈은 아니다.
"내가 뭔짓을 한거지?
오빠들 교복을 빨아널며.
돼지감자 껍질을 벗기며.
외양간에 소똥을 치우며
하루종일 생각해도 그애는 답이 안나온다.
이제 해가지면 어머이가 들에서 돌아오실텐데
어무이 얼굴볼일이 난감하다.
어떡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그애는 아부지가 맡겨둔 소 판돈을 떠 올린다.
사만 오천원.
그래 오천원만....
금방 빨래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단벌 분홍바지를 빨래줄에서 걷어 입고 고무신을 신고
사각으로 접은 오천원을 꼭꼭 숨기고.
그애는 그렇게 집을 나섯다.
신작로로 가다보면 사람들을 만나리라
산길을 타고 튀기로 했다.
늘막재 못가 두뱅아부지를 만났다.
"다늦게 어디가냐?
"야. 동상이 배가 아프대유.
그래서 약사러 가유
그애는 거짓말이 그렇게도 쉬울수 있는거구나 처음 알았다.
구실거리만 지나면 시장통이 나오는데 산모퉁이 저쪽에서
소 사러 가셨던 아부지가
점인듯
동그라미인듯 크게 다가 오신다.
"아부지는 날 이뻐라 하시는데.
눈물이 났지만 바위뒤로 숨었다.
십리길을 다 걸어 시장통이 보인다
어둑허니 저쪽에서 버스란놈이 뛰어 온다.
어디로 가는 차냐고 묻지 않았다.
아니 물어볼줄 몰랐다.
태어나 처음으로 타는 버스였기에...
얼마를 뛰어가던<울퉁 불퉁비포장이라 달리지 못함>버스는
사람들을 토해내고 다시 삼켰다.
전깃불이란게 번쩍거리고.
그애가 보지못했던 세상들이 유리창밖으로 거꾸로 거꾸로 달려가고 있었다.
버스가 잠들때까지 그애는 못 내렸다.
~~~~~~~~~~~~~~~~~~~~~~~~~~~~~~~~
~~~~~~~~~~~~~~~~~~~~~~~~~~~~~~~~
"엄마. 난 언제쯤 가출이란걸 해볼까?
그애 딸이 묻는다.
"너 삼년후에 적금 타잖아.
1. 김혜경
'04.10.5 9:27 AM (219.241.xxx.166)김흥임님....글을 읽고 슬퍼지려고 했는데...적금 대목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죄송!!
2. 낮도깨비
'04.10.5 9:38 AM (211.51.xxx.64)저도 가출경험이 딱 한번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때 학교 간다고 해놓구서 1학년인 동생 꼬셔서 바닷가에서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갔는데 정말로 쫒겨날뻔 했다는....3. 진이
'04.10.5 9:50 AM (220.127.xxx.156)버스 종점놀이가 갑자기 생각나서요....555번 ......망우리에서 남산까지.....차비 한번밖에 안내고 돌다가 차장언니한테 혼나구....... 그래도 혼자만의 여행이라구 창밖을 내다보며 참으로 좋아했었는데..... 김흥임님 참 재미있으세요 ㅎㅎ
4. 마시오에
'04.10.5 9:52 AM (222.115.xxx.209)소설의 한부분을 읽는것 같았어요.
김흥임님 글을 보면 딸과의 관계가 참 좋은것 같네요.
언제나 건강하세요.5. 가을&들꽃
'04.10.5 9:59 AM (221.164.xxx.219)아침부터 눈물 날뻔 했어요...
6. 김민지
'04.10.5 10:03 AM (203.249.xxx.143)TV문학관 의 한 장면 같아요.
7. 가출예정
'04.10.5 10:59 AM (69.110.xxx.233)차라리 날 쥑여줘유..........................................
저 4년뒤에 가출하려구 돈모으고 있는디 히잉~~~
암한테두 말안하구 있는디
흥임님이 그만 저를 쥑이네유~~
더빨리 가출하구 시퍼서유..................................8. 마농
'04.10.5 11:42 AM (61.84.xxx.22)죽여달라고 대드는 딸을 차마 어쩌지못하고 그냥 외면하고 가버리시는
어머님이 쨘하네요...
글구..뒷일이 엄두가 안나서 가출한 어린 소녀의 마음이
그냥 알 것같습니다. ....
김흥임님 이야기를 들으니 문학소설 한장면 같아요.9. 너무
'04.10.5 11:52 AM (211.207.xxx.118)슬퍼서..엉엉 울다가..
휴지찾아서 눈물.. 콧물 .. 다 닦고..
이런 정서.. 아주 공감이 간다고나 하면..
너무 가벼울까요..
저보다는 윗 연배라는 생각이 드네요..10. 예은맘
'04.10.5 11:58 AM (218.148.xxx.230)정말 소설을 읽는듯합니다. 머리속에 그 풍경들이 지나가면서...
적금대목 죽입니다요^*^::11. 은맘
'04.10.6 9:52 AM (210.105.xxx.248)다음부분도 얘기해주세요~~~~.
저도 tv문학관 장면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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