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이 사 온 로또복권이 3등에 당첨됐습니다. 남들 모르게 감추고 혼자 써도 알 수 없는 공돈이었지만 남편은 자신은 쓸 데가 없다며 저보고 전부 찾아 쓰라고 했습니다.
양쪽 부모님들 용돈 드리고, 시누이들 선물 사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기억될 만한 걸 하나쯤 사고 싶었습니다. 생각 끝에 아이의 요와 이불을 예쁜 세트로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이불집에 가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고 있는데 문득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침대를 쓰지 않고 한 여름에도 솜요를 깔고 이불을 덮습니다. 우리 부부는 요는 같이 쓰지만 이불은 따로 쓰는데, 이불 한 채는 촉감이 좋고 하나는 별로입니다.
매일 밤 이불을 펼 때마다 저는 좋은 이불을 제 자리에 놓았습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보면 이불이 바뀌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이 사람도 좋은 걸 덮고 싶어 자다가 살짝 바꿔치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던게 기억났습니다.
맘 한쪽에 미한한 구석이 있어 아이 것을 사면서 남편을 위해 아주 좋은 이불커버를 하나 사왔습니다. 저희 둘 다 싫어하던 그 헌 커버를 벗기고 새 커버를 씌운 이불을 보니 맘이 흐믓했습니다. 아이도 새 이불이 좋아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들던 남편은 "어? 그 이불 어디 갔어?" 하고 물으면서 그 헌 이불을 가져오란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거 후줄근해서 버리고 새로 샀어. 좋은 걸루. 이제 서로 좋은 거 덮겠다고 신경쓰지 않아도 돼." 저는 후련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신랑 입에서 생각지도 않던 말이 나왔습니다. "난 그 이불이 좋던데.... 왜 버렸어?" "그게 뭐가 좋아? 그럼 왜 자기가 안 덮고 나를 덮어 준 거야?"
신랑이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은 거 덮게 하고 싶어서 그랬지."
아... 남편은 내가 좋아하던 빳빳한 느낌의 이불보다 힘없이 후들거리는 낡은 그 이불의 감촉을 더 좋아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다가 깨면 저에게 그 '느낌 좋은' 이불을 덮어 주곤 했던 것입니다.
결국 새 이불 커버는 장롱으로 들어가고 우리 부부는 예전처럼 헌 이부자리를 덮습니다. 저녁에 이부자리를 깔 때마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남편의 애틋한 마음 씀씀이가 생각나고 그 깉은 속을 몰랐던 저의 생각 없음(?)이 떠올라서죠.
작고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이렇게 소박하고 포근한 잠자리가 있기에, 저를 아껴주는 남편이 있기에 저는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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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가슴 따뜻한 이야기라 퍼 왔습니다... 울 남편 요즘 좀 힘들어 하는데 뭘로 위안을 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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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이불을 바꾸던 남편....(퍼옴)
몬나니 조회수 : 1,119
작성일 : 2004-06-18 19:05:54
IP : 61.78.xxx.6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키세스
'04.6.18 7:23 PM (211.176.xxx.151)우리 부부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더워서 이불 차고 자는데 옆에서 자꾸 이불 덮어주고... 자기 입에 맛있는 거 상대방한테 억지로 먹이기도 하고...ㅋㅋㅋ
맨날 툭탁툭탁 ^^;;2. champlain
'04.6.19 1:49 AM (69.194.xxx.234)눈물이 핑~~도네요..
울 남편도 그러는데..
제가 발이 차거든요. 그리고 이불로 발을 푹 덮지 않으면 잠을 잘 못 자는데
우리 남편 그거 알고 자기 발로 이불 끌어 당겨 제 발을 감싸주지요..^ ^
좋은 글 감사 합니다..3. ky26
'04.6.19 9:00 AM (211.104.xxx.138)눈물 날려고 해요,,,
남푠한테 잘해 줘야 겠어요
근데 우리남푠은 저 이불 안 덮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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