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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이 머물고 간 자리.

ido 조회수 : 1,544
작성일 : 2004-03-08 21:55:59
가벼움과 무거움. 얕음과 깊음. 짧음과 김. 삶과 죽음. 나는 이것을 차원이라고 부른다. 그것의 차이를. 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인식하는 건.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차이의 발견은 눈이 먼저 한다.

깊은 반성이 머물고 갔다. 지나간 일이다. 나의 '경솔'했던 가지는. 굽지 않은 흙덩이가 어이없이 부러질 때처럼. 부러져 내렸다. 속이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 가지를 잡고 끌어 내렸다. 꽤나 굵은 가지였는데. 부러지는 소리가 진공을 울리면서 떨어져 내렸다. 이상도 하지.......아프지가 않았다. 속이 빈. 이미 죽은 가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매달려 끌어 내리지 않았더라면. 얼마를 더 붙이고 살았을지 모를 쓸모없는 속 빈. 가지였다. 분명 어디선가 상처를 입었을 가진데.... 살이 영글어 새 껍질에 덮혀 있었나보다. 언젠가는 분리되어 스스로 떨어질 검은 껍질이 된 가지 하나를. 나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사람들이 그 가지를 건드렸다. 어느 누구도. 검은 껍질이 된 속 빈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잊었다. 상처의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어떤 이는 듣는데. 어떤 이는 듣지 않았다. 분명 비슷한 상처를 가졌을 사람들은......내게 화를 냈다. 나는 미안해졌다. 잊은 것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건드리면 아프기 때문이다.


칼만 보면 놀라는 친구가 있었다. 반대 테이블에 앉아 사과를 깎던 나는 지시를 하기 위해 과도로 위치를 가리켰다. 공교롭게도 그가 찾던 물건은 그가 등지고 있는 창문.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저기. 하기도 전에.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리고 커피를 쏟았다. 그는 칼이 두렵다고만 말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신.경.과.민. 이라고만 했다. 나는 그가 신경과민이 된 원인이 궁금했다. 그는 자신도 그게 궁금하다고만 할 뿐. 미안해요. 누나. 놀라셨죠. 그러고 웃었다. 운이 억세게 좋았던 그 친구는. 지금 쾰른에 유학중이다. 그가 찍은 사진을 나는 좋아한다. 누나는 왜 내 사진이 좋아요? 그건......네 사진이 말을 걸기 때문이야.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독일어가 안 되서 미치겠다고. 늦은 밤 전화를 걸곤 하던 친구. 지금은 연락이 끊어졌다. 내가 진심으로 얘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는 걸....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그는 어떻게 알아차린걸까. 나는 그걸 예감이라고 부른다.

나뭇가지 속은 왜 비어 있었을까....400년을 살고도. 제 몸뚱이에 붙어 자라는 큰 가지가 비어 있다는 걸....나무는 왜 몰랐을까.....나무도. 경솔.할때가 있구나. 나무는 빈 속이라도....제 몸에 붙어 있는 쓸모 없는 가지를 놓고 싶지 않았나보다..... 살겠다는 의지를 400년이나 이어갈만큼.....그 나무도 나처럼 모진 구석이 있구나........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건 지나친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인데.......너무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신성이 된 그 나무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빈 가지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나무도 나처럼 부끄러울까.........나무는 사람이 아니지.......그래도 같은 영물인데.......나무는 뭘 얘기하고 싶어 400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모질게 살아남은 걸까..........말.이.또.부러져내린다. 마음에 진공이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내는 쓸쓸한 울음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바람이 지나갈때처럼 쏟아지는 쇳가루 소리를 냈다. 이상한 나무다.

아침에는 화분에 물을 줬다. 책장 맨 꼭대기에 올려져 자라던 나무는 잎이 노래져 있었다. 키가 닿지 않은 곳에 놓여져 있던 나무에. 눈이 갈 때마다. 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 의자를 일부러 끌어 당겨 올라서야 하는 번거로움이 귀찮았던 나는 키가 큰 남편에게 그 일을 미루곤 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위치에 놓여 자라던 나무는. 결국 시들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가 나무에 눈이 갔다. 나무가 시들어가네.......나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나무를 끌어 내렸다. 침실 창가에 나무를 옮겨 놓았다. 오늘 아침. 나무에 눈이 간 나는. 나무에 물을 주었다. 의자가 필요없는 낮은 곳에 놓여진 나무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자라기 시작한 나무는. 더이상 시들지 않을 것이다. 이 나무는 앞으로 얼마를 살까......내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나무는 알까........물을 주는 건. 꽃이 보고 싶기 때문이야. 네가 피워내는 좋은 꽃을 보려고. 네게 물을 주는거란다. 나무도 나처럼 질투를 할까? 꽃만 기다리지 말고. 물도. 햇빛도. 관심도 듬뿍 가져 달라고......나무도 나처럼 질투를 할까? 질투는 힘이란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생명은. 그래서 질투를 한단다. 꽃만 기다리지 말고. 물도 햇빛도. 관심도 듬뿍 가져 달라고. 몇 개 시든 노란 잎을 삐죽 내밀며 질투하는 그 나무를. 나는 창문 앞에 옮겨 주었다. 오늘은 그런데. 날씨가 흐리다.

....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던 많은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제게서 속. 빈 죽은 가지를 떼어내 주신 많은 익명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사랑으로 감싸 주신 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제 쉬어야겠습니다. 경.거.로 지친 몸이 더 망가지기 전에.....이제. 휴식이 필요할 것 같네요. 스스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든 님들께.......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감사를 전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잊은 것이 있어 다시 왔네요....아무 말씀 하지 말아 주십사구요..... 제겐. 보이진 않지만......말. 에너지가 오거든요.......눈 감고. 저를 생각하시면. 놓치지 않고 듣겠습니다. 아무 말...하지 말아 주세요. 죄송합니다. ^^;;
IP : 62.134.xxx.15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영희
    '04.3.8 10:11 PM (211.192.xxx.65)

    음!! 이도님 님은 확실히 심오한 무언가 있어요. 같은 인생을 사는 길에서 더아파하고 더 생각하고 , ....... 이정도 인터넷상의 말이 오간것이 자기 삶속 그렇게 큰 상처 일까요. 언제나 받는 사람은 상처가 되도 ...... 이도님의 홈페이지 들여다 보았습니다. 일기의 한부분이던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리고 생각했어요. 내가 다운될때 가시가 나온듯 내자신이 힘들면 잠수하자. 그가시가 무뎌저 긁어 줄정도라면 다른이의 아픔을 긁어줄 시원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행복해서 웃을때는 다운된 이를 일으킬 힘찬 파워를 보네야지. 내기쁨에 누군가 힘들다면 조용히 잠수해야지. 그리고 이도님 때문에 인생을 깊이 생각하게 되어 나름대로 유익했어요. 우리가 숨쉬며 살았기에 희노애락이 있겠죠. 이도님께 내 따스한 마음을 보네요.

  • 2. 솜사탕
    '04.3.8 10:31 PM (68.163.xxx.115)

    역시 이도님......

    우리는 모두 배우고 자라납니다. 죽을때까지 자라지요.
    썩어 떨어진 가지에 대해서 아파하지 않고 미련없다는건 바로 진정한 '반성'이라는것과 같지요.
    우리 모두 실수합니다. 실수가 때로는 치명적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실수일수 있고, 때로는 스스로가 깨달은 실수일수도 있습니다. 전자라 해도 이도님 충분히 느끼고 반성하고 사과하셨으니 모두가 용서와 사랑을 주길 바라며, 또 후자라고 한다면 이도님은 이도님 스스로를 충분히 용서하여 주십시요.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끔 할수 있는건... 바로 용서와 사랑이라고요.
    이도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 3. 댓글
    '04.3.8 10:41 PM (68.163.xxx.115)

    달. 지. 맙. 시. 다.

    본. 인. 이. 부. 탁. 하. 잖. 아. 요. !!!

    좋던 나쁘던 이번엔 그냥 조용히 우리 보기만 하지요. 제 글은 글 자체에 대한 댓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 4. 나르빅
    '04.3.9 2:15 PM (211.219.xxx.68)

    이도님.. 좀 쉬시고 다시 돌아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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