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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암...그리고 의사선생님

고민 조회수 : 1,109
작성일 : 2004-03-04 01:54:40

최근에 아버지가 전립선 암 2기로 수술을 받으셨어요.
저는 미국에 있어 도움도 못 되드리고, 언니가 분주하게
따라다니고 엄마랑 둘이서 엄청 애쓰고 있구요.

수술후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 소식, 병간호에 너무 힘든
엄마와 언니, 아무것도 해드릴수 없는 내자신, 모두가 괴롭지만,
제가 가장 속상한것은 의사선생님과 한국의 병원현실입니다.
3년전부터 자각증세가 있어 병원에 다니면서 검사를 받아
오셨다는데, 어떻게 발견을 이리 늦게 했는지 이해가 힘들어서요.

종합병원에, 의사선생님은 비뇨기과 과장이시라 저희 아버지는
2차검진을 받아보실 생각은 전혀 안하셨구요. 의사선생님은
너무 바빠서인지 (15분에 적게는 6-7명, 많게는 9-10명을 보신다고
합니다.) 암이 발견되기까지는 피검사만 계속 하시고, PSA 수치
(이것이 4-10 사이이면 30%가 암일 확률이 있다는군요)가
5에서 시작해서 10.5가될때까지, 계속 높아지는 수치에도 피검사
이외의 별다른 검사도 하지 않으셨구요. (결국 10.5가 된후의
조직검사로 암을 발견했어요.)

수술하기전에는 그래도 꾸준한 건강진단으로 암을 미리
발견한거라고 생각하시라고 아버지를 위로해 드렸는데,
2기에, 방사선 치료를 해야할것같다고 하니 (전립선을 떼어냈지만
이미 막을 뚫고 나갔다고 하네요.),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피검사다니실때 한번은, 의사선생님이 아버지에게
"수술이 참 잘되었네요." 라고 했다고 (환자 얼굴 기억은
무리더라도 차트는 한번 읽어보시는지...) 아버지가
우스개 소리를 하시는데, 저는 그저 속만 상하더군요.

여기 의사선생님들도 많으시고 남편분이 의사이신분도
많으신데, 사정을 잘 모르는 저에게 이야기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15분에 6-7명의 외래 환지를 보면, 그전에 환자 차트를 읽을
경황이 있나요? 혹 비뇨기과관련이시면, 왜 의사선생님이
아버지의 조직검사를 3년이나 미루어 왔는지도 가르쳐 주세요.

고맙습니다.
IP : 165.230.xxx.7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민지
    '04.3.4 12:49 PM (203.249.xxx.143)

    제 친구 이야깁니다.
    제 친구의 친정아버지는 다른 암으로 수술하시고 정기적으로 치료도 잘 받아오셨는데,
    느닷없이 전립선암 말기라고 하더랍니다.

    전에 앓아오신 암은 다른쪽이었는데, 이제까지 모든게 좋다고 해 놓고서는 갑자기
    그러더랍니다. 더군다나 수술부터 치료까지 우리나라 제일의 병원, s대학병원에서 그러더랍니다.

    손쓸방법도 없다로 하니, 그야말로 기가 막힐노릇이지요.

    고민님의 글을 읽으니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 2. ......
    '04.3.4 1:59 PM (218.153.xxx.9)

    한국의 의료현실이 그렇게 만든겁니다. 의료보험수가가 너무 낮아 수십명을 보아야 병원이
    유지되고, 대학병원에 감기환자나 가벼운 질병의 환자가 바로 갈 수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한명의 환자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어서죠. 한마디로 대한민국 같은 엉터리 의료체계가
    없어요. 의약분업시행후에는 더 뒤죽박죽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댁의 아버님같은 국민이 피해를 보구요.

    보통 전립선은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는데 일단은 그 연세에 전립선비대가 같이 오니까 관찰을 했을꺼구요, 아무리 과장님이라도 일이 바쁘면 환자를 다 기억하실 수는 없지요.
    미국에서는 하루종일 열댓명을 보는게 전부인데 어떻게 같은 서비스를 원하겠습니까?
    계속해서 꾸준히 (최소한 6개월안에 주기적으로) 체크를 하셨으면, 단순 전립선 비대인지
    전립선암인지 PSA수치와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조직검사를 하셨을 것 같습니다. 전립선의
    아무곳이나 조직검사를 못하지요. 의심스러운 부위가 있어야 조직검사를 할 수있구요.
    2기라면 수술하고 항암치료하면 예후가 괜찮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은 돈으로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으려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죠.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없는 의료수가로 의사들을 묶어 놓아서, 의사가 소신진료를
    못하지요. 의심스러워서 여러가지검사를 해서 결과가 정상이면 보험공단에서 과잉진료라고
    진료비를 삭감하니까요.

  • 3. 암이라는게
    '04.3.4 3:08 PM (211.50.xxx.201)

    1개월전에 생긴건지 2년전에 생긴건지 아무도 모른대요...
    자라는 속도도 천차만별이라 6개월 전에 아무것도 없어도 6개월 후에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도 있구요.
    감기 걸긴거로 대학병원가는 사람들 진짜 자제해야 해요...

  • 4. 저희집도...
    '04.3.4 3:13 PM (199.182.xxx.192)

    제 사촌 동생 아내가 몇년전 20대의 나이로 암에 걸려 죽었읍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자꾸 이상해서 병원에다 이상하다고 검사해달라고 했는데,
    애 낳고 다 그런거다고 유별나게 군다고 핀잔만 주더랍니다..
    여기저기 사정하다 결국 검사를 받았는데 자궁암 말기라고 하더랍니다.
    더 기가 막힌건 처음에 이상하다고 할때 검사받아 발견만 했어도 완치할수 있었다는 거죠...

    3살, 1살 되는 아기 둘 남겨 놓고 2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읍니다.
    하도 황당해서 그런 의사들은 소송해서 혼을 내야한다고 했더니,
    그런일 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돌아오면 어떻하는냐고 않하겠다더군요...

  • 5. ...
    '04.3.4 4:57 PM (132.194.xxx.207)

    저도 한다리 건너 아시는 분이 위암으로 죽었어요.
    둘째 낳고 소화도 잘 안되고 배도 아프고 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그것도 종합병원..
    의사가 그냥 애 둘이고 규칙적인 식사 못하고 해서 생긴 신경성 위염이다...그랬다나봐요..
    그래서 그냥 소화제먹고 진통제 비스므리한거 먹고 그랬는데..
    나중에 응급실 실려가서 종합검사해보니 위암말기였다네요..
    그때 애가 세살이랑 돌도 안된애기 였는데..
    아믄 조금 아프면 과잉진료든 어쨌든 무조건 병원 가서 검사해야 합니다...

  • 6. 사라
    '04.3.4 5:18 PM (203.238.xxx.70)

    저희 아버지께서도 전립선암이십니다. 작년 10월경에 진단 받으셨구요.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1년 전 종합검진을 받으셨을 때 정상수치(3)였는데,
    1년 후에 암 수치가 10배 이상 상승한 44로 나오셨답니다. ㅜㅜ.
    그것도 님의 아버님의 경우와 달리, 이미 암세포가 전립선 밖으로 퍼지신 건 물론이고,
    척추뼈까지 전이가 되신 후이시기 때문에, 전립선 제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도 받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현재 호르몬으로 치료 중이시구요.
    암진단 받을 때 44이던 PSA수치가 현재는 1 이하로 내려간 상태이긴 합니다만,
    호르몬 요법이 언제 효력이 멈출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으로 근력감퇴, 피로, 골다공증, 혈전발생 등도 있으시구요.)

    1년만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암이 진행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만,
    암세포라는 것이 일정한 속도로 증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암 발병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은 검사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현재 국내에서는 PSA수치 4 이상인 경우 암을 의심하여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의심수치를 더 떨어뜨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합니다.
    만약 2 정도로 의심수치를 떨어뜨린다면, 저희 아버지도 1년 전에 발견하셨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또, 정상인이 암의심자로 분류되게 되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받을 가능성도 함꼐 증가됩니다.
    일반인이나 단순 전립선비대증, 또는 전립선염 환자도 2 이상의 수치가 나올 수 있는데,
    이에 해당되는 모든 이들에게 조직검사를 시행할 경우, 그에 상당하는 비용 부담도 문제이고,
    암에 대한 우려와 공포를 확산시켜 과잉검사를 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4이상의 수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조직검사 등의 암관련 추적검사를 시행하도록
    의료지침(?)이 설정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님 아버님의 경우에는 자각증상도 있으셨다고 하고, PSA 수치도 4 이상으로 계속 오르셨다는데
    어찌 조직검사 등 후속 검사를 안하셨는지, 제가 주워들은 풍월로도 좀 이해가 안되네요.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라야 치료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이 경우엔 정말 답답하실듯 합니다.
    어쨌거나 님의 아버님꼐서는 아직 전이가 많이 진행되시지 않은 듯해서
    치료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께서 완쾌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우선은 가족분들 모두가 아버님께 힘을 북돋아 드리시구요.
    미국에 계셔서 뵙지는 못하시겠지만 전화나 메일로라도 자주 즐겁게 해드리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잘 못해서 늘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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