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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라면 얘기 - 농심은 라면회사가 아니라 라면 이름이었다

무우꽃 조회수 : 1,119
작성일 : 2004-03-03 00:28:25
삼양라면이 우리나라 라면의 원조인 것은, 나이가 어린 분들도 다 아실 것입니다.
요즘처럼 라면 이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삼양라면이었습니다.
(포장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그때의 디자인을 살린 라면을 최근 다시 만들었죠?)
1963년에 처음 나온 삼양라면은 당시 가격 10원이었습니다.
라면의 종류도 딱 한가지여서, 라면이라고 하면 의당 뻘건 봉투의 그 라면을 말했죠.

그리고 2년 후인 1965년에 롯데(당시 롯데공업(주))가 라면 시장에 뛰어듭니다.  (뒤에 말하겠지만 롯데는 농심의 전신입니다.)
그사이 2년동안 삼양라면은 시장을 독식했다기 보다, 라면이 뭔지를 알렸다고 봐야 합니다.  신문이며 TV에 선전도 많이 했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시식회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라면의 편리함과 (먹을 게 없던 당시로서는) 기막힌 맛을 알 때 쯤 되니까 롯데가 뛰어든거죠.
그리고, 그 후로 동방유량(해표 라면)을 비롯한 몇몇 회사에서 라면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을 석권한 삼양라면에게 참패를 당하고 맙니다.
롯데라면 역시 마찬가지였죠. 하나가 참패를 당하면 신제품이라며 다른 이름으로 내보내지만 번번히 ... 그 중 하나가 "왈순마"인데, 제가 중학생 때니까 1970년이나 그 전에 나왔을겁니다.
당시에 신문이고 TV고 전쟁이 붙은 건, 미원과 백설표 미풍, 그리고 삼양라면과 왈순마였습니다.

엄청난 광고에 힘입어 왈순마가 버티긴 했지만 일이년 버티다가 결국 손을 들고 말았는데, 그 후속타로 만든 것이 "농심 라면"입니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농심 라면"은 "왈순마" 처럼 그냥 라면 이름일 뿐이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의좋은 두 형제의 얘기 - 형님은 자기 볏단을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몰래 옮겨 놓다가 밤에 만나게 되는 얘기를 라면 봉지 그림으로 하고, 방송 선전도 구봉서, 배삼룡 두 쟁쟁한 코미디언이 라면 한그릇을 놓고 "형님먼저 아우먼저" 하다가 "그럼 내가 먼저" 하면서 홀딱 먹는다는 유머를 넣어 당시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농심라면은 친숙한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만든 광고를 지속하면서 광고로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아직 주류는 삼양라면이었지만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거죠.  그러자 롯데는 아예 라면이름을 딴 (주)농심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광고에서 호평을 받은 다음 상호로 전환시킨 얘로는 "눈높이"가 있죠)  당시만 해도 롯데는 해태와 껌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일 때라, 제과 회사와는 별개의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농심라면이 그 문제를 해결해 준겁니다.

후에 삼양은, 라면을 튀길 때 쓰는 소기름을 수입 공업용 유지로 만들었다는, 이른바 "유지 파동"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습니다.  결국 법정까지 가서 무죄가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삼양은 기력을 소진하게 되고, 농심은 신라면을 비롯한 신제품을 계속 개발함으로써 1위의 자리를 점유하게 됩니다.  한 기자의 무지에 의한 기사가 사용자들의 불안을 일으켰고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게 된거죠.
그 사건을 계기로 동물성 기름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모든 라면에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게 됐고, 일반 가정 뿐 아니라 중국집에서도 돼지기름(쇼트닝) 대신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면 시장에서 참패를 당하고 물러난 동방유량은 이로 인해 식용유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상이 제가 알고있는 라면 얘깁니다.
그동안 수많은 라면을 먹어봤지만, 그래도 라면 하면, 맨 처음 나온 - 닭기름에 튀겼다는 그 고소한 삼양라면이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라면을 맛본지도 사십년이 넘었네요.
글 쓰고 나니 출출해 지는군요.  자기 전에 라면이나 하나 ...


[참고글] 정확한 시기와 가격, 그 외 몇가지 사항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바로 그 삼양라면에 대한 얘기입니다. (삼양식품 홈페이지 중)
http://www.samyangfood.co.kr/company_3.htm

[메뉴판]의 라면 관련 글 - 잘 작성됐네요.
http://www.menupan.com/taste/masurun/raman/main.asp
IP : 210.118.xxx.19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렁각시
    '04.3.3 2:14 AM (65.93.xxx.180)

    공업용 유지 파동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삼양라면은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었다고 보는게 정확할 거예요.
    당시 삼양이 내놓은 라면중엔 황당꼬리한 제품도 많았거든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한 거죠.
    한번 소비자 인식에 한 제품이 각인되면 타사는 아무리 돈을 가져다 퍼부어도 게임 끝이죠?
    "미풍"은 이병철 회장의 필생의 치욕아닙니까?
    그 엄청난 광고와 물량공세..왕유치한 보복 마케팅.휴우~~

    지금까지도 젤 황당했던 라면....
    초록색 빤딱 비닐의 <삼양 우유라면>....그 맛은 지금 생각해도 느글거립니다...
    멀쩡한 라면에 무신 우유를 결합할 생각을 했는지..그 희멀건한 색깔에...
    역시 삼양은 초기 원조 삼양라면맛이 젤 이였는데~~~~

  • 2. 이영선
    '04.3.3 7:58 AM (220.120.xxx.140)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주식회사 롯데회장님의 동생이 농심회장님 입니다.
    초창기에 롯데라는 상호를 무료로 빌려 줬는데 롯데공업이 이익이 나니까 롯데 회장님이 동생에게 상표를 계속 쓰려면 앞으로는 1년에 10억을 달라는 형님의 의견을 무리라고 생각한 현재 농심의 회장님이 상호를 롯데에서 농심으로 바꿨다는데요.
    그리고 우지파동이 있기 몇년 전쯤에 농심에서는 거래처인 미국의 유지[소기름]생산회사에 임원을 출장 보내서 농심이 수입하고있는 미국산 유지가 식용으로 안전함을 국가가 보장하는 확인서를 써줄것을 요청했는데 그회사의 이름으로는 써줄수 있지만 국가의이름으로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는 바로
    [그렇다면 식용우지의 생산현장을 보여달라] 그래서 그 현장을 봤는데 그 현장이 너무나 불결하고 심지어 죽어가는 송아지가 그 우지속에서 버둥거리더래요
    그래서 그 임원이 국제전화로 농심 회장님께 보고를 했고 보고를 받은 회장님은 계약하지말고 귀국하라는명령이 떨어졌고
    그 이후로 팜유를 쓰게 됐다는군요.
    그로부터 몇년후에 우지파동이 일어났고요.
    수입우지는 미국에서 배로 실어오는데 오는동안 배에서 굳어있는것을 퍼내기위애서 온도를 높이고 온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우지는 산패가 되고 그걸 또 화학적으로 정제를 해야 하고...
    삼양에서 승소는 했지만 사실 그당시 수입식용우지[소기름]는 심각한문제가 많다고 봐요.
    팜유도 건강에 좋은기름은 아니지만 위생적으로는 안전한기름이죠.
    건강에 좋은식물성 기름으로 라면을 만들면 라면이 눅눅해지고 유통과정에서 금방 산패가 되고 제조단가도 많이 높아진다는군요.

  • 3. 지나가다
    '04.3.3 8:39 AM (221.151.xxx.75)

    미풍과 미원... 결국 삼성의 후계자가 미원 딸하고 결혼했으니 누가 최후의 승리자인감 ^^

  • 4. 나도...
    '04.3.3 12:09 PM (211.250.xxx.2)

    근데 삼양에서 무죄 판결은 났지만 애시당초 수입할때 식용우지가 아니었기 대문에 문제가 된 것이고, 삼양측에서는 식용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정제과정을 거쳐 식용과 다름없이 만들었다고 우긴걸로 기억해요.... 그리고는 흐지부지...하고는 갑자기 쌀라면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대부분의 소비자들 기억은 3개월이면 잊어버리면서 아마도 이제 더 좋은 상품을 만들거야라며 저도 사먹고 지금도 먹고....ㅋㅋㅋ

  • 5. scymom
    '04.3.3 12:26 PM (218.39.xxx.15)

    그런데 요즘 삼양 라면은 먹으면 왜 그리 소화가 안되는지.
    저도 옛 추억에 몇 번 사다 먹었지만, 정말 소화안되더라구요.
    너구리도 소화 안되고.
    요즘은 그저 만만한 스넥면이...ㅎㅎ

  • 6. 무우꽃
    '04.3.3 2:53 PM (210.118.xxx.196)

    저도 유지파동에 관련된 자료들을 읽어봤거든요.
    그런데 우지의 등급만 있을 뿐 공업용이라는 말은 원래 없는 것이더군요.
    정제과정만 거치면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맞습니다.
    우긴 게 아니라 사실이 그래요.
    제가 "한 기자의 무지에 의한 기사"라고 쓴 것도 그때문입니다.
    제가 뭐 삼양을 두둔하자는 건 아니구요,
    지방질 섭취가 모자랐던 그 때, 싼 값에 우지 라면을 만들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량이나 위해 식품을 만든 것도 아니어서, 삼양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 었습니다.
    제가 자료들을 본 견해로는, 음식을 만드는 회사로서 양심에 꺼리끼는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봅니다.

  • 7. yuni
    '04.3.3 5:26 PM (211.204.xxx.229)

    초기의 오렌지색 포장의 삼양라면 뒷면에는 원료란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닭이 원료로 들어있다는 뜻으로 닭의 머리를 그려놨나본데 어린나이에(6살도 채 되지 않았으니.)
    저는 삼양라면에 닭대*리가 들었다고 난리를 친 기억이 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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