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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방과 식권

프림커피 조회수 : 912
작성일 : 2004-01-29 23:29:52
저에게는요 한약방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어요.
  
저는 결혼을 하자마자부터 아기가 무척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피임도 하지않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왠일인지 임신이 되지 않는거예요.
첨엔 언젠가 되겠지 싶다가도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으니,
정말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구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맞벌이 땜에 좀 있다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왜 사람이 답답하면 귀가 얇아진다고 하나요?
주위에서 하는 얘기가 다 예사롭지 않게 들리더라구요.

가장먼저 들리는 얘기가 용하다고 소문난 한의원이잖아요.
그래서 유명하다는 경주의 대*밭 한의원에 가서 약을 두달 먹었지만 감감 무소식
용하다는데에서 약을 지어먹었는데도 안되니까 정말 허탈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기도나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던차에
주변에서 알려주는 또하나의 한약방이 있었으니(여기는 한의원이 아니고 한약방입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해* 한약방이었어요.
일요일 가기싫다고 입이 댓발이나 나온 신랑을 꼬드겨서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한참달려
한약방에 도착한 순간  제 눈에 제일먼저 들어온 것은 전국에서 다 모인듯한 차량번호판들!
서울, 강원, 부산, 충북 ,대구 등등

입구에 들어서니 대뜸 식구 몇명이 같이 왔냐고 물어서 둘이라고 했더니, 번호표와 쿨피스2개,
그리고 식권2장을 주는 것이었어요.
한약방에 웬 식권? 알고봤더니 순서를 기다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멀리서 온 사람들
밥이나 먹여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군요. 제 뒤에 오신 분들은 다섯명이 같이 왔다고 하니까
쿨피스 5개랑 식권5장을 주더군요.
한약방 주위를 둘러봤더니, 그 조그만 한약방 주위에 식당이5개는 족히 넘게 있더군요.
모두들 이런 글귀를 써붙이고요.
"한약방 식권 받습니다."
아마 이 한약방 하나보고 식당들이 여기에 모여있는것 같았어요. 아니면 이런 시골에 식당이 이렇게
많이 있을리가 없었거든요. 식권으로 식사를 하면2,500원 범위내에서 할 수 있고요, 좀 더 비싼게
먹고 싶으면500-1000원을 추가하면 되더라구요.
어쨋건 우리는 기본적인 식사를 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도무지 순서가 오지 않더군요.
구경할 것 없는 시골에서 그래도 장터를 한 세바퀴나 돌고 난뒤 약3시간쯤 흘렀을까,
드디어 차례가 되었어요.
그곳 한약방 주인 할아버지(원장님)의 말에 의하면 그곳은 아들낳는 집으로 유명하고 특히 불임에
유명한 곳이라던데, 불임때문에 온 부부에게는 첨에 한번 약값을 받고 다음부터는 아기가 생길 때
까지는 외상으로 약을 주신다고 하시데요. 대신 아기가 생기면 한꺼번에 받는다는 조건으로요.
아! 그리구 거기는 꼭 부부가 같이 진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꼭 같이 가야하구요.
약을 지어오는데 이번에는 꼭 될것 같더라구요.
그러나 웬걸 이번에도 아무 소용없고, 그 이후로도 3번이나 갔지만 바라던 소식은 없었어요.
그후로 어떻게 됐냐구요.
역시 무턱대고 한약방에 가는것보다는 산부인과에 가는게 좋더라구요.
몇번의 배란유도도 잘 안되어서 나팔관 사진 찍어보니 한쪽이 막혔더라구요.
한쪽만 있어도 상관없지만 뚫어주면 훨씬 확률이 높다고 해서 수술했더니.
그 다음달로 바로 임신이 되더군요. 지금 그 공주가 5살이랍니다.
요즘 82cook에 둘째 열풍이 불고 있던데, 저도 지금 노력중인데, 잘 안되네요.
슬슬 또 귀가 얇아지려고 하네요.


p.s: 한약방에 외상값 줬냐구요? 당근 안 줬죠. 첨에 준돈만 25만원 가량인데....
   근데요 저는 효과 못 봤는데, 주변에서는 효과 본 사람이 꽤 많아요. 그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앗! 또 귀가 얇아지려고........
IP : 220.73.xxx.20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빈수레
    '04.1.29 11:51 PM (211.205.xxx.131)

    ㅎㅎ, 그런저런 한약방은 말이지요......

    이미 병원에서는 양쪽 다 아무 이상이 없다~~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가는 곳들이랍니다.
    순서가 바뀌셨어요~~!*^^*

    근데 멀리도 곳곳이도 다니셨네요.
    보통은 '일단 진맥이나 해 보지..'하고 자기 사는 곳(서울, 대구 등등으로)에서 잘 본다는 곳으로 가 보는데. ^^;;

  • 2. 익명
    '04.1.30 12:30 AM (218.239.xxx.205)

    저도 불임으로 오래 고생한 사람입니다
    그 한약방 당근 갔었지요
    그때는 1재에 3만3천원정도 받았는데 25만원이라니 대단하네요
    제가 다닐 당시에 (13-4년전) 청량리서 아침기차를 타고 영주에 내려서
    봉화까지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가면 딱 점심시간이예요
    그러면 식권을 주더군요
    그분들 말에 의하면 봉화라는곳이 워낙에 산골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먹고 살 일이 농사로 겨우 사는 가난한 마을인데
    여기 한약방에 손님이 무척 많이 오는거예요
    이 원장님이 자기 한약방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내는 약값의 일부로
    마을사람들에게 밥을 사먹이는거예요
    마을사람들은 밥팔아서 이득이 생기니 좋고
    원장님은 마을의 이익에 기여를 하는 셈이니 그게 나쁜건 아니지요
    오히려 칭송받을일이지요?
    그리고 사람들 무척 많이 옵니다
    일요일엔 아침에 가도 대기번호가 70번이 넘었어요
    저희도 그때 남편이랑 갔는데 아침에 도착해서 오후 4시에 진맥받았어요
    그리고 저도 서너번 갔는데 그곳에서는 별 효험을 못받지요
    하지만 그곳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약재는 거의 국산을 쓰는것 같았거던요 마당에다 직접 쪄서 말리고하잖아요
    제가 효험을 가장 많이 본 한의원은
    꽃마을 한의원 (예전에 강명자 한의원) 서초동에 있어요
    경희대 한의원을 수석졸업하시고 불임치료에 한방을 과학적으로 하시는분이라서
    저 뿐만 아니라 제가 효험을 보고 소개 한 사람들도 임신이 되었습니다
    워낙에 불임으로는 유명한곳이라서 뭐 아시는분은 다 아실거예요
    병원서 검사 다 해보시고 한번 가보세요 여기도 부부가 같이 약먹어라고 하실거예요
    그리고 약값은 만만찮으니 각오하셔야 할거예요
    허접하고 두서없는 리플이었습니다

  • 3. 깜찌기 펭
    '04.1.30 8:30 AM (220.81.xxx.159)

    봉화의 그 약방에서 시엄마꼐서 보약지어 드셨어요.
    그집 꽤 유명한 집이라더니.. 불임에 더 유명한곳이였구나..

  • 4. 키세스
    '04.1.30 11:51 AM (211.176.xxx.151)

    꽃마을 한방병원은 경주에 지원이 있는데...
    원장이 다른사람이라서 안될려나?

  • 5. 프림커피
    '04.1.30 12:21 PM (203.235.xxx.162)

    사실은 불임보다 아들낳는곳으로 더 유명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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