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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왜 사랑하는가?

솜사탕 조회수 : 889
작성일 : 2004-01-20 10:20:44
[러브레터 170] 생명사랑의 길


<내셔널 지오그래픽> 1994년 겨울호에는 캐나다 처칠에서 450킬로그램도 더 나가는 몸집의 북극곰과 캐나다 에스키모 개가 같이 놀고 있는 사진과 이야기가 실렸다. 허드슨이라는 이름의 그 개는 북극곰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면서 이를 드러냈다. 곰에게 같이 놀자는 인사를 하는 것이다.
북극곰은 이에 응했고, 이 둘은 몇 분 동안 레슬링을 하며 같이 놀았다. 놀이가 끝나자 허드슨과 그 북극곰은 서로 껴안았고, 몸이 더워진 북극곰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 둘의 놀이는 물이 얼어붙어 북극곰들이 겨울 사냥터로 떠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계속되었다. 그 둘이 왜 같이 놀이를 즐겼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둘 모두 놀이를 즐겼음은 분명하다.


-제인 구달, 마크 베코프의 산문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 중에서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남도의 어느 작은 ‘고양이 섬‘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70년대에 기승을 부리던 쥐를 잡기 위해 뭍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씩 들여왔는데 지금은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합니다. 그 사이 수십 년 동안 고양이는 섬사람들하고 정이 들었고요.

물론 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도 늘어났겠지요.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부 섬사람들이 개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비록 야생이지만 고양이하고 정이 든 마을 사람들이 개 키우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개를 풀어놓으면 고양이를 해칠 게 뻔하기 때문이었죠.

산불이 난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하느냐, 그대로 두어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논쟁이지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랑의 방법을 제일 잘 모르는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북극곰과 개가 같이 잘 놀았다는 이야기를 인간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듣는 거지요.


--  안도현의 러브레터  --
IP : 128.197.xxx.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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