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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 남기
(회사에서 카페라떼 잔으로 쓰려구요) 도시락도 싸고 좀 일찍 출발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쇼핑몰인데 메가박스랑 이마트가 들어와 있어서 규모는 좀 큰 편입니다. 생긴지 이제 일년하고도 6개월
정도가 되어가고 저는 경력사원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우리 지방 사람들은 절 포함해서 세명 정도인가
되구요.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타 지방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장및 임원이 타지방 사람들이라 월급 체계
부터 상당히 불공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각종 사건으로 인해 사
장및 임원단이 나가게 되었고 대신 공동대표라고 하여서 두 사람이 사장이 되었습니다. 전에 사장이 있
을때 우리지역 사람들만 월급이 갂이고 한 사람은 근무실적등을 이유로 퇴사처리를 하였더랬습니다. 그
런데
사장이 바뀌고 나니까 퇴사처리된 사람도 새로 일을 하게 되었고 저 이외에 월급이 갂였던 다른 사람도
월급이 정상처리됨과 동시에 10% 가량 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일한 여자였던 저만 별
다른 조치가 없었습니다. 다들 월급 갂인게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차별대우에 의한 것이라며 다
동의했던 사장들도 막상 제 월급은 가만 놔 두고 소리소문없이 다른 사람은 월급을 올리고 또 퇴사되었던
사람도 복직을 시켰습니다.
오늘 아침 회의때 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승진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여직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경력으로 보자면 제가 그 사람들 보다 훨씬 위 이지만 여자이고 그들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저는
여전히 그냥 직원입니다. 지금 우리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쇼핑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
습니다. 저만 유일하게 쇼핑몰 경력이 있고 제가 거친 회사만 해도 세군데가 됩니다. 이 정도면 우리 회
사에서 제가 대우를 받는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남자 직원들과
임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는것 같습니다. 저는 분명 회사 경리가 아닙니다. 경리가 나쁘다는게 아니
고 보통회사 경리들도 직급이 없듯이 저도 그냥 참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경리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대학 나와서 다른 직장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지금의 제 위치
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일을 할 수 있는 경리와 똑 같습니다. 왜 직장에서 여자는 그냥 여직원이여야만
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여자 중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제가 제
일 실력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뭘 하겠습니까? 그냥 여직원인것을요. 제가 일하는 분야는 자세하
게 말씀 드리기는 힘들지만 전문직입니다. 쇼핑몰에서 일 하니까 대충 경력을 쌓았을꺼라 생각하겠지만
저는 관련학과를 졸업했고 방송국이며 신문사에서도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쪽 계통
과는 아무 상관없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 직원들과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많은 월급이 아닙니다. 단지 일할 맛을 느끼게 해 달라는 것이지요. 처음 제가 구두로
약속받았던 월급에서 무려 20만원이나 적어진걸 그냥 참고 있어야 하는게 속상합니다. 높은 사람들에게
는 20만원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혼자 사는 저에게는 그 돈이면 작은 적금을 하나 더 넣을수도 있고 하
다못해 저 자신을 위해 학원을 다녀도 다닐 수 있는 돈입니다.
월급이 그리되고 나서 저는 도시락을 싸 다닙니다. 갂인돈을 생각하면 하루 한끼 밥을 사먹는것 마저 아
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먹느라 한시간씩 자리를 비우지만 저는 거의 10분안에
밥을 다 먹고 일을 합니다. 자리를 비우기가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
여준다면 회사윗분들도 절 달리 보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그런건 신경도 쓰지 않는것 같습니다. 다른 여직원들 아프다고 회사 안나오고 그럴때
저는 꼴에 전문직이라고 목뼈가 잘못되어서 목 기브스를 한 괴상한 꼴로도 회사에 나와서 일했습니다.
제 사무실이 따로 있기 때문에 저는 그날 큰소리로 엉엉 울면서 일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 중에서도 직장에서 여자가 한자리 차지하거나 능력을 인정받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
가를 생각해봅니다. 남자직원과 똑같은 조건을 같추고 있다면 여자직원은 그 남자직원과 절대 똑같이
승진하지 못합니다. 더 나은 학벌, 더 많은 경력, 그리고 더 많이 일을 해야만 똑같이 승진을 하거나 그
남자직원보다 조금 우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를 다닐때 우리 학교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전교어린이 회장이 될 수 없었더랬습
니다. 알게 모르게 저는 8살때 부터 차별투성이인 세상에 던져졌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깨 부수기에는
그 벽이 너무 높고 단단해서 막막하게 보입니다.
현재 이직을 생각하고 있지만 어찌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일의 특성상 일자리가 일반 사무직 보다는
아주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알다시피 엄청난 경기 불황으로 그저 회사에 목숨 부지하며 다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이직을 고려한다는게 어쩌면 정신나간 소리인지
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주절주절 써 보았습니다.
신경도 많이 날카로워져서 예전이면 웃어 넘겼던 일을 요즘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 싫습니다
1. 김수영
'03.10.28 11:13 AM (203.246.xxx.235)'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부계사회에 공통적으로 있는 현상 같아요.
물론 문화에 따라 조금씩 그 모양새가 다르지만요.
회사측에 건의하실 방법은 없는 상황인가요?
(그리고 '갂인다'... 재미있는 표현이군요.^^)2. 딸기
'03.10.28 11:18 AM (211.207.xxx.30)님이 그 회사에 너무 과분하신 존재신거 같네요...
저라면 바로 위 상사에게 컴플레인 할거 같음..
그런 부당한 대우 못참아요...
전 여자로써 여자가 어떤조직(여자들만 있는 조직 말고요)에서 부장이상 된거 보면 진짜 대단해보입니다..얼마나 힘들었을까...한편으론 안돼보이기까정...ㅡㅡ;;
그만큼 이눔의 한국사회는 여자가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인거 같네요..
전 금융계 8년정도 있었는데..거긴 여자가 또래 남자들보다 약정 잘하면 구린 방법으로 오더 따는줄 알고 소문 드럽게 나요..참 재수업죠....
님 가만히 계씨지 마세요..
가만히 계씨면 더 그럽니다..3. 지나는이
'03.10.28 11:33 AM (211.180.xxx.61)일단은, 흥분을 삭이시고, 현 직장을 다니시면서 다른데를 열심히 알아보세요.
직장을 옮기신 경력도 있으시고 하니까...
님의 글로 봐서, 현 직장에서 투쟁을 하신들 별로 좋은 결과 기대하긴 어려울것같구요.
일도 그냥 슬렁 슬렁하시면서, 막말로 개기면서 딴데 알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4. 박진진
'03.10.28 11:35 AM (218.54.xxx.135)님들 감사합니다. 저도 가만히 있고 싶지는 않은데요. 분위기가 너무 쌀벌해서 말하면 너 나가
할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이 사람들 제 약점을 알고 있거든요. 제가 다른 회사들은 이미 다 다
녀서 이직이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 회사가 하나 더 생겨야 이직이 가능합니다. 내년
4월과 9월에 각각 회사가 생긴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어찌되었건 참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지역에서 여자치고는 임금자체가 그리 약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저 역시
전문직으로 보지 않고 그냥 여직원으로 보기 때문에 여자 주제에 그정도 월급이면 많은거 아니냐
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번 말을 좀 부드럽게 해서 넌즈시 뜻전달을 해 보았으나 절대 먹혀들어
갈 분위기가 아니라서 정식으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평상시 저 사람들은 회의때도 여자들은
다 빼고 회의합니다. 여직원들 옷차림 지적이나 인사좀 똑바로 하라(우리가 무슨 안내데스크에
앉아있는 아가씬줄 압니다. 그녀들은 그게 직업이니까 인사잘하란 말을 한다는게 기분은 나쁘
겠지만 이해는 가는데 이건 정말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그러는 남자직원은 인사를 똑바로 하는
지...) 그런 할말 있을때만 회의에 참석 시킵니다. 우리는 모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완벽
하게 제외되어 있고 나중에나 그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습니다. 쇼핑몰이라는 회사가 원래
좀 주먹구구 식인데 여긴 최상급인것 같습니다.5. 마담백
'03.10.28 2:28 PM (218.51.xxx.210)암튼 어디 가나 다 그렇네요. 전 우리나라에서 개중 잘 나간다는 회사에서 근무했었는데 거기도 뭐 별로 다를 바 없더군요. 전 성질이 나빠서 못 참고 박차고 나와서 지금 다시 공부 중입니다. 공부 더 하고 더 좋은데서 경력 쌓아서 나중에 그 회사에 컨설팅 해주러 가는 게 제 꿈이죠. 가서 이런 인재 놓친 너희 참 못났다 하고 약 올려주는 게 말이죠... 그렇게 될까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럴수록 우리 여자들이 힘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그거 더럽다고 자꾸 때려치고 집에 들어앉기만 하면 나아지는 게 없을 것 같아요.(물론 전업주부님들더러 뭐라는 게 아닙니다. 아시죠? 전업주부건 직딩이건 우린 다 같은 편, 여자자나요!!) 모두 힘내자구요!!
6. 9to5
'03.10.28 3:16 PM (211.251.xxx.129)네. 저도 마담백님하고 똑같은 꿈을 꾸며 삽니다. 잘 되야 될텐디....
근데 님 그 지역에서 여자들 중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는건 또 뭡니까? 결국 남자들보단 못하단 얘긴지 다른 회사에서 일한건 왜 또 약점이란건지 그렇다면 서로 스카우트 해갈려고 해야되는거 아닌감요? 갸우뚱
애구 여하튼 직장다녀본 여자들이라면 그런 남자들꼴 안본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척하면 알죠. 그러면서도 자기 마누라는 은근히 뭐라도 좀 했으면 하고.....
우리 힘내서 반드시 살아남읍시다.7. 은맘
'03.10.28 4:29 PM (210.105.xxx.248)저는 연구원에서 많은 직급중 기능직9급이라는 꼬리를 달고 근무하고 있답니다.
물론 남자분 기능직도 한분 계시죠.
그런데 우스운건요. 저희 정관에 같은 기능직인데 남자는 6급까지 올라갈 수 있고, 여성은 딸.랑. 10급에서 끝이 나게 되있습니다.
몇년이 흐른후에 제가 건의를 했죠. 무슨차이냐구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 "남자는 가정을 꾸려야 되니까....."(허걱)
무신 이런 개 풀띁어먹는 말씀이시랍니까. 저두 정년까정 할꺼라구요.
그래서 제가 투쟁해서 겨우 9급까지 올려놓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에게 두고두고 뒤에서 욕먹고 있습죠.
지 챙길거 챙긴다고.
구럼 지들이 챙겨주던지.
다른 여직원들은 그 쑥덕거림이 무서워서 아예 말도 못꺼내고 있답니다요.
아직은 일반적인 한국사회의 여성대우 갈 길이 먼것 같습니다.8. 박진진
'03.10.28 6:38 PM (218.54.xxx.135)지역 여자들 중에서 라고 한 말은 남자들은 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며 (하더라도 성격이 좀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비교가 불가능했습니다.)다른 회사에 있었던게 약점인 이유는 예를 들어 회사가 4군데라 치면 제가 4군데서 다 일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갈 회사가 없다는 거죠. 그러니 더러워도 회사가 하나 더 생길때까지는 여기서 버틴다는걸 그들이 안다는 거죠. 이력서에 경력 좀 빼고 쓸걸 싶었어요. 사장이 그거 보면서 '진진씨는 이제 회사 하나 더 생기기 전에는 옮길데가 없겠군요'했을때 아차 싶었습니다.
9. 호야맘
'03.10.29 1:47 PM (203.224.xxx.2)정말 여자로서 직장생활하는거 무지 힘듭니다.
일은 남자보다 두배, 세배 잘해야 똑같이 인정 받을까? 말까? 구요...
또 사무실의 꽃이어야 하고...
제 남자 동기들도 다... 과장 달았는데... 전...
가끔 그런말 합니다.
여자도 군대 다녀오고... 정말 남자랑 똑같은, 공평한 대우 받고 싶다고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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