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깐풍굴] 실패기
- 마파두부 실패한 정미님 위로코자 작년에 디지틀 조선 푸드 사이트에 올렸던 글 다시 올립니다.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이해해 주세요.
'제가 매번 이렇게 하면 요리가 쉽다, 이렇게 하면 맛있더라 하니까 늘 요리를 잘 하는 걸로 오해하시는 분들 많죠? 결코 아니랍니다. 나이만 많이 먹었지 전업주부 2년차인 제가 새로운 요리에 도전할 때마다 어떻게 성공하기만 하겠어요!!오늘은 어제의 제 실패담을 들려드릴게요.
요새 TV요리프로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 출연중이에요. 회사를 그만 둘 때 제 계획이 2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선생님에게 중국요리를 직접 배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Kimys가 중국요리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몸무게를 10% 줄이겠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죠. 거금들여 배우고 나면 복습을 해야하는데 집안의 기둥이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야…
바로 그 선생님이 TV에 출연중인데 제가 어찌 시청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TV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열심히 보고는 제가 즐겨 장을 보는 코스트코 홀 세일로 나섰죠.
저희 집은 은평구인데 서대문구를 거쳐 마포구를 지난 영등포구까지…
어제는 제 요리가 실패하기로 예정돼있던 날인 모양이에요. 제 계획은 그곳에서 알라스카산 냉동게다리를 사다가 전날 배운 게살매운소스볶음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어제 따라 알라스카게가 없는 거에요, 뭐도 쓰려면 없다더니…
즉석에서 메뉴를 바꿨어요, 그날 아침에 배운 굴깐풍으로요. 우리 아이가 굴을 별로 좋아하지않으니까 깐풍육도 같이 하면 되겠다 하는 계산까지 했죠. 깐풍기는 몇번 해서 성공한 적 있으니까 그까짓 하면서.
여기서 잠깐, 중국요리이름은 대개의 경우 앞부분이 요리법을 일컫는 말이란 건 아시죠? 뒤의 단어는 재료고요. 즉 탕수 라조 깐풍 깐소 이런게 다 조리법이에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체계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실력이 딸리지만요. 그리고 기는 닭, 육은 돼지고기, 우육은 소고기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중국요리에서 육이란 돼지고기를 의미하는 건 아시죠? 그만큼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하여간 굴 한 봉지와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사가지고 다시 영등포구에서 마포구를 거쳐 서대문구, 그렇게 갔던 길을 되짚어서 돌아왔어요.
깐풍이 붙는 요리는 대충 뭔지 아시죠? 국물이 없이 빡빡하고 다소 매운 소스를 튀긴 주재료에 버무린 게 깐풍요리죠. 전 ‘깐풍소스만 맛있게만 만들면 이 요리는 끝난다’고 쉽게 생각한 것이 바로 어제의 실패요인이었던 같아요.
일단 인터넷에 들어가 레시피를 뽑았어요. 잘게 썬 마늘 파 마른고추를 3:2:1비율로 준비한 다음 달궈진 식용유에 이걸 넣고 향을 낸 다음 간장 참기름 설탕 청주의 비율을 2:2:1:1로 넣고 후추를 청주의 ⅓정도 넣으라고 돼있더라구요. 이걸 준비해놓고 굴의 튀김옷을 준비했죠.
달걀 흰자와 녹말가루 밀가루로 한다는 건 아침에 봤으니까 아주 깔본거죠. 튀김옷을 섞고 나니 너무 이상한, 수제비 반죽처럼 된 거에요. 굴에 떡처럼 앉아버리니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물을 섞어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굴이 옷을 입더라구요.
그런데 튀겨보니 차라리 떡이 나았어요. 반죽을 묽게한 굴은 옷을 안입었지 뭐예요.
돼지고기는 달걀노른자에 물을 아주 쬐금만 붓고 밀가루 녹말가루로 옷을 입혔는데 이건 그런대로 튀겨졌어요.
전기튀김기의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죠. 기름이 아깝길래 좀 적다싶은데다 넣었더니 망에 들러붙어서는 다 익었는데도 떠오르지않는 거 있죠!!
포트메리온의 아주 예쁜, 칸이 둘로 나뉜 접시를 꺼냈어요. 맛 대신 접시로 승부하려는 거였죠. 한쪽에는 깐풍육, 한쪽에는 깐풍굴을 담아냈어요.
제가 특별한 요리를 했을 때 단 한번도 ‘맛이 없다’고 해본 일이 없는 우리 집 Kimys는 아주 맛있다고 했지만 저는 숨고 싶었어요. 깐풍육은 그런대로 맛과 모양이 나는데 깐풍굴은 무늬조차 깐풍이 아닌 거 있죠?
그냥 넘어가면 안될 것 같아서 설거지를 마치고 복습을 했죠. VOD를 찾아보니까 튀김옷의 결정적인 실수는 달걀흰자를 거품기로 풀면서 가루를 조금씩 넣어가며 적당한 농도로 풀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정성을 안들이고 대강했더라구요.'
정말 이날의 깐풍굴은 최악이었어요. 나중에 저랑 친하게 지내는 중국집 사장님에게 여쭤봤더니 원래 굴요리가 어려워서 자기집도 자주 안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후 깐풍굴은 시도할 생각도 안했어요, 깐풍육이나 깐풍기에는 자신이 좀 붙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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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미
'02.10.15 12:23 PM이름도 생소한 깐풍굴을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하신 그 자체로도 저한텐 넘넘 존경스럽네요.
전 아직 깐풍기도 못만들어봤거든요.. 글구, 혜경님의 실패담은 전문가가 아니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실수네요... 저처럼 소스과다로 인한 게 아니라... ^^;;
참.. 참..책을 보면서 새삼 느낀 건데요.. 요리의 반(넘 큰가? 그래두..)정도는 그릇이 차지하는 거 같더라구요. 저희집은 다 코렐을 쓰거든요. 제가 워낙 깨고 부시고 그런 걸 잘하는지라..
그래서 말인데요, 혜경님처럼 저도 그릇을 쫌 모아볼까.. 생각중이랍니다. 포트메리온,. 제1차 목표로 정하고 이번 주말엔 백화점을 휘~ 휘~ 둘러볼 계획이랍니다...2. 김혜경
'02.10.15 5:50 PM제가 잘 쓰는 수법, 반찬이 빈약하다거나 음식을 망치면 예쁜 그릇으로 상을 차려요. 그러면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가족 모두들 용서해주죠.
코렐 그릇도 참 좋아요, 깨지지않고 10년 넘어도 끄떡없고.
포트메리온도 예쁜데 포모나(과일그림)보다는 보타닉가든(꽃그림)이 더 예쁜 것 같아요. 사실 때 조금씩 부담가지 않게 구입하세요. 그래야 조금씩 두고두고 모을 수 있거든요.3. 김윤희
'02.10.17 12:03 PM튀김 하실 때 전기튀김기 쓰시나요?
전 튀김기 장만할까 말까 맨날 고민해요.한번은 샀다가 반품했구요.데롱기 회전 튀김기요.
지금은 물리넥스 (거름종이 있어서 찌꺼기가 안생긴다는)를 살까
테팔 (뚜껑이 완전 열려서 샤부샤부 해먹기 좋은 거)거 살까 고민 중입니다.
근데 고민하는 이유는 사실 튀김 별로 안해먹거든요. 튀기는 거보단 굽거나 찌는 요리법을
주로 쓰려고 노력중이죠. 별로 필요가 없긴 한데 어쩌다 한번 중국요리 해보고 싶어도
튀기는 거 땜에 망설여지니 하나 장만해 볼까...... 아무리 튀긴거 건강에 안좋다해도
집에서 가끔 엄마가 만들어주는게 밖에서 사주는 거 본단 좋을 것 같구... 고민 중인데 조언 좀 해주세요.
그리고 포트메리온은 인터넷홈쇼핑으로 장만하세요. 전 엘지이샵에 잘 가는데 거기서 10개월 무이자에 적립금 혜택 받으면 부담이 없으실 것 같아요. 저도 저번에 무지 고민하다가 할부금이
아직은 많아서 그냥 단념했어요. 그 때 5프로 할인 티켓이 있었는데..
잘 둘러 보시고 할인 티켓 받으시면 구입하세요.4. 김혜경
'02.10.17 3:38 PM튀김 별로 안해드신다면 굳이 튀김기 사실필요없을 것 같아요.
저는 물리넥스 두고도 안써요. 쓸 때는 좋은데 기름을 딸아내고 안을 닦고 하는데 진이 빠져서요.
굳이 사시겠다면 내솥이 분리되서 뒷처리가 편한 걸로 고르세요.5. 박하맘
'04.10.18 12:21 AM이천이년 시월 십칠일,,,,,
바로 어제 같네요...ㅎㅎ6. 세바뤼
'04.11.15 2:47 AM한번 실패한 음식은 정말 다시 하기 싫어져요.. 샘은 복습까지 하시고...역쉬...^^
7. 잠비
'05.2.12 11:01 PM마누라 솜씨 없는 줄 아는 우리 집 양반은 새로운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낯선 생선도, 채소도 안 먹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그저 먹던 것만 먹으려고 합니다. 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