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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붕어찜사건 전말은...

| 조회수 : 9,413 | 추천수 : 696
작성일 : 2002-10-11 16:40:19
11번글에 등장하는 붕어찜 사건은, 아니 뭐 사건이랄 것 까지는 없지만...

결혼 초 kimys가 저더러 붕어찜을 해달라는 거예요.
솔직히 전 그때까지 붕어찜은 먹어 보지도 못했답니다. 친정어머니는 흙 냄새가 난다며 단 한 번도 민물 붕어로 요리를 한 적이 없으시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붕어로 요리를 하겠어요?

그랬더니 하루는 kimys가 종로의 화신 앞(지금 국세청 청사 건너편) 골목 안으로 데려가는 거예요. 그곳은 장안에서 소문난 붕어찜 집이었어요. 거기서 먹어 보니 어떻게 할 수 있을 것도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주말 kimys는 운동을 가고 저 혼자서 임진강에서 잡은 붕어를 도매한다는 파주시 적성면의 한 붕어 가게로 차를 몰았어요.
붕어는 킬로그램 단위로 팔았는데 물과 산소까지 넣은 두꺼운 비닐에 넣어줘 약 1시간을 달려서 귀가할 때까지 붕어의 힘이 넘쳐 나고 있었어요.
살아 있는 붕어, 비늘 긁고 배 따보셨어요? 오 마이 갓!!
천신만고 끝에 붕어 손질을 마치고는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우거지를 깔고 붕어를 얹고 양념장을 뿌렸어요. 뚜껑을 덮고 불에 얹었는데 탁탁 소리가 나요. 무슨 소리냐고요? 배를 갈라 내장까지 빼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붕어가 펄떡펄떡 뛰어 냄비뚜껑에 닿는 소리죠. 정말 엽기적이죠?

나중에 들어 보니 붕어가 살아 있었던 게 아니라 반사신경이 아직 죽지 않아서 그렇게 뛴 거래요. 여하튼 이따금 절에 가서 불공도 드리는 제가….
여하튼 그날 저녁 kimys의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어요, 연신 “그 집 붕어찜보다 훨씬 맛있다”라면서요.잔인하게 도살했던 저도 자꾸 젓가락이 붕어에게로만 가더라고요.  

흙냄새요 절대 나지 않죠. 왜냐하면 예전에 저희 친정엄마는 아버지가 바로 잡아온 붕어로 뭘 해 드셨으니까 흙냄새가 났지만 요새는 잡은 다음 맑은 물에 며칠 가둬뒀다가 팔기 때문에 흙을 모두 토해내요.
물론 어항에 며칠 가둬두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바로 잡은 것보다는 맛이 없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팔딱거리는 싱싱한 걸로 바로 요리하니까 맛있어요.

붕어찜사건이란 건 여기까지가 아니고요, 이글을 원래 책 원고에 넣었는데 편집부에서 이 원고를 보고 뒤집어졌대요. "얼마나 남편이 이쁘면 파주까지 붕어를 사러 가느냐?" "이게 실화일까?" "음식점에서 먹여보고 집에서 요리하라는 이 남편은 어떤 사람이냐?"등등요. 젊은 부부들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제 세대는 이래요.


사실은 저도 오버액션이라는 거 알아요.
그런데요, 가끔 남편에 대한 애정을 오버해서 표현하면 얼마나 돌아오는 이익이 큰 줄 아세요?


내일은 토요일이잖아요? 모처럼 시간을 내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오버해서 애정을 표현해보세요, 가정의 평화뿐 아니라 막바지로 접어든 백화점 세일에 들러 가을옷 한벌이라도 사줄 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데 붕어 사러가기 너무 멀다구요? 그럴 필요없어요. 노량진에만 가도 있거든요. 노량진수산시장 말고 노량진역 근처 큰길가에 민물생선을 도매하는 집들이 몰려있어요. 여기에 가면 붕어 메기 쏘가리 이런걸 모두 살 수 있어요. 주차가 좀 어렵긴 하지만. 잽싸게 붕어 1킬로 정도 살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러나 저러나 이글 우리집 kimys가 보고 여태까지 내가 자기에게 한 애정표현이 오버액션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죠??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윤희
    '02.10.17 12:31 PM

    ㅎㅎㅎ 요즘 여자들 맘이 다 똑같군요.
    그 편집부원들 분명 여자죠? 저두 글 읽으면서 그 생각이 앞서더군요.
    근데 역시나 사건은 사건이군요. 다들 그런 정성이야 약에 쓸래도 없으니.
    오버액션이라... 한번 해보고 글 올릴께요.

  • 2. 세바뤼
    '04.6.14 10:02 AM

    저도 잘 할수 있을까요??
    지금 맘으로는 정말 다 할것 같은데...^^*
    붕어찜 왠지 비릴것 같은 느낌에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어요..
    먹어보고싶당...^^*

  • 3. 그린
    '04.8.19 12:50 AM

    요리뿐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사랑 표현법을 배울 수 있는 이 곳.....
    정말 값진 마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 마음이 고스란히 다 드러나 있는 것 같네요.*^^*

  • 4. 김혜경
    '04.8.26 12:04 PM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근한 맛은 있을 지 모르지만 어딘지 공허한 것 같아서요...전..표현하는 편입니다.

  • 5. 박하맘
    '04.10.17 10:57 AM

    언젠가 샘님 전화하시는 목소리에서 느꼈어요....
    표현하는 사랑,,,
    가벼운 애교라기보다....진심이 묻어나는...

  • 6. 잠비
    '05.2.12 10:29 PM

    할아버지 붕어 잡아 오시면 전담하여 다듬기 작전에 돌입.
    예쁜 부레를 내장 속에서 꺼내들고 관찰하는 취미가 생김.
    오십 년 동안 단련된 솜씨로 가끔 생선 잡으러 다님.
    하여~~~서
    붕어조림의 달인으로 혼자 결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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