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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수질오염도 막고 새 반찬도 만들고 [피클국물 재활용요리]

| 조회수 : 23,432 | 추천수 : 1,198
작성일 : 2002-10-01 21:23:54
요즘은 집에서 피클을 퍽 많이 먹죠? 구하기도 쉽고요. 병에 담긴 오이 건더기를 다 건져 먹고 나면 남는 것이 국물, 버리기는 참 아깝고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이런 분들을 위해 피클국물 활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이 글도 버리기 아까운 거 였는데 책에는 빠져서요.

피클 국물 재활용 중 물론 제일 쉬운 거야 그 국물을 펄펄 끓여서 다시 한번 오이에 부어 재활용 피클을 만드는 거죠.
이때 주의할 점은 국물의 온도랍니다. 펄펄 끓여서 한 김만 나가게 해서 뜨거운 상태로 부어줘야 한답니다. 다음에는 2번 정도 국물만 따라내서 끓인 다음 식혀서 부어줘야 피클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피클을 담그는 오이는 우리가 슈퍼에서 손쉽게 구해서 먹는 백오이나 취청오이와는 종류가 달라요. 그래서 오이지 담그는 백오이로 피클을 만들면 제 맛이 나지 않아 아쉬워요.

그렇다면 오이 대신 피클 국물을 이용해서 양배추피클과 당근피클은 어떨까요?
양배추피클은 병에 담겨있는 피클 국물에 양배추를 거의 다지듯 잘게 썰어서 담그는 거예요. 2~3일 지난 후 맛이 들었을 때 꺼내 먹으면 마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코울슬로(Coleslaw)를 먹는 기분입니다.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구요.
당근피클도 마찬가지예요. 당근을 잘게 깍둑썰기를 해서 국물에 담갔다가 먹으면 새콤달콤한 것이 별미 곁들임 채소가 됩니다.

또 피클국물을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 때 넣으면 그만 이랍니다.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 오리엔탈 드레싱 등등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드레싱을 만들 때 이 피클국물을 넣으면 설탕과 식초의 양을 줄여도 되고 기타 향신료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오리지널의 맛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답니다. 아주 약식으로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을 만들려면 토마토 케첩과 마요네즈를 피클국물로 묽게 풀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맛이야 다진 피클 양파 달걀이 들어간 오리지널 사우전 아일랜드 드레싱만 하겠어요? 그렇지만 그냥 마요네즈로 버무린 샐러드 드레싱을 먹기 싫다 할 때 손쉽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뿐만 아니랍니다. 이 피클 국물을 토종 반찬 만드는데도 활용할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들은 여름을 나서 벌겋게 된 김으로 무침을 만드셨죠? 피클국물로 만드는 김무침, 상상해 보셨어요?
구워 놓은 김을 샀는데 너무 맛이 없다, 혹은 벌겋게 돼서 맛이 없는 묵은 김이 있다 하시는 분들은 속는 셈치고 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우선 식탁에 놓을 접시에다가 김을 잘게 부숴 놓으세요. 그 위에 피클 국물을 살살 뿌리세요. 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예전에 저 아주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에게만 드리던, 그래서 몰래 훔쳐먹었던 맛김 맛과 비슷해요.

맛김이 뭔지 모르신다구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쯤, 그러니까 30년쯤 전 김 선물세트에 하나씩 끼어있던 것인데 유리병에 담겨있는데 김이 젤 상태로 들어있는 것이었어요. 당시에는 김 값이 아주 비쌌는데 이건 더 비쌌든지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만 드렸거든요. 바로 이것과 피클국물로 맛을 낸 김무침과 맛이 비슷해요. 그런데 주의할 점은 단 한번 먹을 분량만 만들라는 거예요. 조금 남은 걸 다음 날 먹으니까 첫날의 감동이 반감되니까요.

마지막으로 피클국물로 만드는 미역무침.
국을 끓이려고 미역을 불렸는데 좀 많았다 싶을 때 그 미역을 이용해서 해보세요.
미역이 뻣뻣하고 두꺼우면 슬쩍 데치고, 미역의 질이 좋아 얇고 부드러우면 불린 미역 자체로 그냥 하세요. 미역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그 위에 피클국물을 슬슬 뿌리기만 하면 되죠.
어때요, 정말 쉽죠?

간단하게 한 가지 반찬이 생기고 음식 재료도 줄이고, 게다가 피클국물을 하수도에 버림으로써 그걸 정화하기 위해 생기는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절약하고…. 일거 몇득인지 모르겠어요. 요렇게 깜찍한 요리아이디어는 죄송하게도 제 아이디어가 아니랍니다.
제 동생의 아내, 그러니까 제 작은올케 강미중여사가 방구석에 처박혀 원고와 씨름을 하는 제가 안쓰러운지 “형님, 이런 것도 스마트 쿠킹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하며 살짝 가르쳐 준 것이랍니다. 정말 이쁜 올케죠?

보너스!!
집에서 만드는 피클 국물!
물 3컵, 식초 2컵, 설탕 2컵, 소금 3큰술, 레몬 1/2개, 통계피 10g, 저민 생강 1개, 마른 고추 3개, 월계수 잎 3~4장, 정향 4~5알, 통후추 5~10알을 넣고 중간 불에서 10분 끓이면 돼요. 이게 오이 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에요. 이중 월계수 잎은 알겠는데 정향이 뭔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계시죠? 정향은 치과에서 쓰는 약품 냄새와 비슷한 독특한 향을 지닌 향신료로 영어로는 Clove라고 하죠.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하는데 좋아 전 돼지고기 삶을 때 이걸 1~2알 넣기도 해요. 그런데 없으면 넣지 않으셔도 돼요.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심용
    '02.10.2 6:38 PM

    안녕하세요. 너무 반가운 기사라 신문보고 궁금하여 들어왔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용기를 갖게 됩니다. 역시 살림은 머리로 한다는 말에 동감하면서 대전에서 보냅니다.

  • 2. 정유진
    '02.10.3 10:23 AM

    오호라.... 피클국물 한가지로 두가지 반찬을 즉석에서 뚝딱..... 푸하하하 .... 저 오늘 횡재 했습니다. 전 미국에 사는 일하며 대충 주부노릇에 엄마 노릇도 하는 사람입니다. 우연히 책 소개에 나와있는 홈피를 보고 들어오게 됐는데 정말 감동적이군요. 매일 먹어야 하는 세끼 -사실은 아침은 그냥 빵으로 때우고 점심은 각자 학교 회사에서 해결하고, 기껏해야 저녁한끼 준비하는 거지만- 식사가 정말 사는 고민의 50% 쯤 되는 사람입니다. 워낙 얼치기 주부일 뿐만 아니라 시간도 없는 고로 제 요리의 모토는 "심플, 스피드, 버뜨 맛" 입니다. ㅎㅎㅎㅎ....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피클병의 국물을 처리할 수 있어 좋고 따로 재료 준비할거 없고, 새콤 달콤하니 입맛을 돋궈줄거 같아 정말 좋네요. 사정상 제가 책까지 사서 보기는 어려울거 같고 가끔 여기 와서 좋은 레서피나 팁 얻어가게 해주실거죠? 감사합니다.

  • 3. 지니맘
    '02.11.8 11:43 AM

    애들이 피클을 좋아해서 자주 만들다 보니 국물도 꽤나 많이 버리게 되었는데
    너무 좋은 소식이네요.
    저도 23년간 직장 생활하다 퇴직했지만, 옛날 습관이 남아있어 그런지 음식을 빨리 만든다는 얘기에 솔깃해서 가입했답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할 것 같군요*^^*

  • 4. 토마토
    '04.6.9 7:44 PM

    사무실에 에어콘 설치로 아직 퇴근을 못하고, 컴퓨터에 들어왔다가 처음부터 읽고 있네요.
    피클 국물, 버리기가 조금 그랬는데, 좋은 아이디어네요.

  • 5. 김혜경
    '04.6.9 7:55 PM

    ㅋㅋ..뒷 글도 읽으세요??

  • 6. 세바뤼
    '04.6.11 9:05 AM

    아~~정말...
    이제까지 망설임 없이 하수도에 따라버렸던 피클국물들이 넘 아깝네요..
    저 피클킬러라 정말 마니 먹거덩요..
    오늘은 양배추로 함 맹글어봐야겠어요..
    코울슬로 조아하는데...^^*

  • 7. 김혜경
    '04.6.11 3:24 PM

    미역무침도 괜찮아요...

  • 8. 재은맘
    '04.6.23 1:13 PM

    흑흑..
    프로주부님 레시피대로 피클 벌써 2번이나 했는데..
    첫번째 국물은 그냥 버려버렸는데..너무 아깝네요..
    진작..리빙노트 읽을것을...어휴..아까워..

  • 9. 박하맘
    '04.10.16 6:34 PM

    맛김....것도 가능하군요...

  • 10. 아모로소
    '04.11.29 12:21 PM

    흔적 남기기...

  • 11. Young Hee Hong
    '04.11.30 8:44 AM

    버릴것이 없는 살림의 여왕께 감사드려요. 오늘 미역무침으로 저녁 해결합니다. 퇴근시간 기다리며 상항에서 지금 3:45pm 입니다. Clover : 햄 구울때 후추 알같이 생긴것 박쟎아요 그것이 정향입니다.

  • 12. 달빛세상
    '04.12.3 1:58 PM

    피클용 오이도 요즘에는 마트에서 여름에 본 적이 있는것 같아요
    내년에는 이 레시피로 피클을 해봐야 겠네요

  • 13. 잠비
    '05.2.11 10:48 PM

    여름마다 이웃들에게서 오이지 몇개씩 얻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없어지지 않고 냉장고 속에서 돌아다니더이다.
    왜.......?
    맛있는 오이피클 만들어 먹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심봤다!!!

  • 14. 원추리
    '11.5.24 12:24 PM

    새콤달콤한 오이피클 무지 좋아하는데 담그는 법까지... 완전대박..
    이삭에가서 야채샌드위치 달라고 하면서 피클 몇쪽 더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는데 ㅋㅋ

    이거 보통 오이로해도 되죠
    나도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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