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옮겨서 인형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하셨던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좋아보였던지, 우리 코난군이 얼른 커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날을 학수고대 해왔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가 막 그림을 그려대는 시절이 왔지만, 둘째 아이 치닥거리와 직장일 등등으로 바빠서 웬디님처럼 다작은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존경심 더욱 상승!! :-)
각설하고, 부끄럽지만 제가 만든 인형 몇 개 보여드릴께요.
저희집 코난군은 남자 아이지만 어려서부터 포근한 봉제인형을 매우 좋아했어요.
누가 선물해준 것, 가게에서 새로 산 것, 야드세일에서 싸게 산 것, 등등해서 집에 봉제인형이 백 개도 넘게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많아서 세어볼 엄두도 안나요. 코난군이 들어갈 정도로 큰 박스에 다섯 개 정도 가득차게 있거든요.), 그래도 또 엄마한테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곤 해요.
어느날 코난군이 화이트보드에다가 이렇게 수퍼 히어로 동물을 그렸어요.

와일드맨은 원숭이인데, 수퍼독의 사이드킥 (배트맨의 사이드킥은 로빈이죠) 이랍니다.
이걸 현실세계에서 구현해보니 이런 모습...
주인공이 아닌 사이드킥이라서 연습삼아 가장 먼저 만들었더니 바느질이 가장 허접해요.
하늘을 날 수 있는 수퍼파워를 가진 수퍼독. 등에는 에스 글자가 새겨진 망토를 입고 하늘 높이 씽씽 날고 있어서 귀가 뒤로 누웠어요. 네 다리는 앞뒤로 쭉 뻗어서 날아가는 모습이 늠름하지요?
귀가 팔락거리는 것이 포인트일 듯 해서 귀를 크게 만들었어요.
망토에 글자도 새기구요.
마지막으로 수퍼히어로 이야기에 빠지면 안되는 악당.

캣맨은 날카로운 발톱이 무기이지만 하늘을 날 수는 없어서 마술 구름을 타고 다닌다고 해요.
사납게 생긴 얼굴을 살려내려고 노력해봤습니다.
이 녀석은 반드시 이렇게 자주색과 갈색이 섞인 색깔이어야 한다고 코난군이 주문해서 만들기가 가장 까다로웠어요.
위의 다른 모든 녀석들도 코난군이 지정한 색상으로 만든 것이예요.
그리하여 마침내 완성된 녀석들입니다.
학기 중 바쁠 때라 주말마다 한 개씩 거의 한 달 걸려 완성했어요.
주말에 조금 쉬려고 아무것도 안하고 늘어져 있으면 코난군이 와서 "엄마, 수퍼히어로 인형 만들어야죠" 하고 닥달을 해서 그나마 한 달 만에 완성했다는... ㅋㅋㅋ
소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