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made by 민제

| 조회수 : 5,261 | 추천수 : 162
작성일 : 2009-08-07 09:39:23





집앞 시립도서관에서 방학마다 무료특강이 열리는데

약간의 재료비만 내면 일 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의 수업을 방학내내 받을 수 있거든요.

역사논술이나 디카수업에 갔으면 했는데 두 녀석 모두 핸드페인팅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서

맘대로하라~했어요.

올여름방학엔 아이들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기로 맘 먹었는데..참 쉽지 않아요.ㅠㅠ

지금도 두 녀석 아침도 거른체 자고있거든요.



-혜원아 요즘 생활을 한마디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폐인!



그래..맘대로 살아라.

맘대로 안되는 게 참 많은 세상

맘대로 할 수 있는 건..맘대로 하고 살아뿌라.에잇...ㅎㅎ






친정엄마가 주신 모시로 발을 만들려고 조각 몇개에다 수를 놓았지요.

어머닌 모시로 발을 만든다고 나무라시는데 꿋꿋하게 만들고 있어요.

예전엔 어머니가 뭐라시면... 싫어도 네~하고 말았지만

이젠 거부의사를 넌지시 밝히기도 하구요.

No라고 대답하는 건...나쁘거나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을 거부하는 게 아니란 생각을

자꾸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배우고 몸에 익힌 것은...어른께 No라고 대답하는 건...충분히 불경스런 일이어서

바꾸기 힘들지만 ...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화려한 수도 이쁘지만

난 뭐든 단순한 게 좋아요.




단독주택에 살면...불편한 점도 참 많고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는 여러가지 혜택들도 많지요.

잠자다 문득 깨는 투닥투닥...빗소리야말로...베란다 문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아파트의 삶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해요.




빗물에 파닥거리는 나뭇잎들과 흙냄새를 맡으며 바느질을 하는 사이

세상에 근심은 사라지던데요.

ㅎㅎ

바느질 잘못해서 했던 바느질 다 따내야할 땐..더 근심스럽지만요.



누군가는 내버리고

누군가는 줍는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왜 그렇지?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느끼는 건

그것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는 것과

알아보지 못하는 차이일까요?






누군가 만들다 버려둔 것을 선생님께 얻었어요.

무얼 만들려고 잘라놓은 건지 의도는 모르겠지만

좀더 잘라내고 조각도로 속을 파내 나무결 사이사이 보드라운 속살들을 긁어내고

올록볼록한 결을 살린 다음 불에 그을려서 다시 사포질을 했지요.



행복한 시간도 살지만 살다보면 고통스러운 시간도 살아내야 하는데

저마다 속도도 달라

행복한 시간은 짧고 아파야 하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잖아요.




근데...

행복한 기억보다

고통의 기억이 더 오래 내안에 머물고

되돌아 생각해보면 내 삶을 더 아름답고 충만하게 만든 건...

그 더딘 시간들이 아닐까요.

춥고 더딘 겨울의 시간이 아니면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결도 없었을테니까.




그렇게 삶은 의도되지 않은 ...

아름다움들도 불쑥 내곁에 찾아오기도 하더군요.



마치 당신처럼.




민제 (akuby71)

작더라도 매일매일 한 발짝씩 내딛는 삶이길 바라며...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pixaba
    '09.8.7 9:51 AM

    민제님 저랑 친구해요.^^

  • 2. cocoma
    '09.8.7 10:03 AM

    저두요^^
    한때는 우산디자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우산이 내 가슴속에 들어왔네요..

  • 3. 꿀아가
    '09.8.7 10:29 AM

    모시발 만들면 너무 예쁠거 같아요.
    저도 요즘 모시발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은은하고, 시원해보이고...
    게다가 햇빛이 비칠때의 그 느낌이란...^^
    민제님 쓰신 글들이 모두 시 같아요..멋지네요~

  • 4. 란2성2
    '09.8.7 1:18 PM

    늘 잔잔한 감동을 주시네요...고맙습니다

  • 5. u.s 맘.
    '09.8.7 1:32 PM

    저도 한국의 비오는 날 흙냄새가 그립습니다..
    쓰신 글에서 냄새가 느껴져요..^^
    내년에는 꼭 나가서 느끼고 싶어요..
    울 아이들이 얌전히만 있어준다면..ㅎㅎ

  • 6. 항상 웃는 해
    '09.8.7 1:52 PM

    민제님. 글 잘 읽고있어요.
    저희아이 이름도 민제여서...(민재는 많지만 민제가 흔하지는 않아 더 눈에 띄였나봅니다)
    예쁜 수가 얌전히 놓인 모시발... 생각만으로 선선해지는 것 같습니다.

  • 7. 소박한 밥상
    '09.8.7 7:29 PM

    저도 곁에 다가가는 당신이겠지요 ????? ^ ^
    마치 도심속의 선비마냥 유유자적함이 보입니다

  • 8. 이층집아짐
    '09.8.9 8:32 AM

    모시로 만든 발....기대됩니다.
    나뭇결이 연륜처럼 느껴지네요.

  • 9. 이규원
    '09.8.10 5:17 PM

    민제님.
    같은 것을 보아도 보배인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요.
    님은 역시 다르세요.

  • 10. la cook
    '09.8.20 12:57 AM

    작품도 님의 글도 너무 멋져요.
    가치를 알아볼수있는 보배의눈이기를 바라며 살아요.

  • 11. 새옹지마
    '09.8.21 11:42 PM

    아주 간만에 혹시나 하고 들어왔는데 반가운 민제님이 딱 들어오셨네요
    넘 반가워요 반가움 보다 더 좋은 것이 작품이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역시 큰 도시에 산다는 것은 문화적 도움이 제일 큰 것 같아요
    대구는 미술학원 선생님들 실력있는 분들이 많아서 좋구
    음 사진을 찍는 각도도 좋구 은근히 실력파군요
    민제님 지난 번 갔던 목공예 아래로 가면 도자기 전문 전시장이 있더군요
    가끔 개인전 말구 졸업생들이 합동전을 하고 저렴하게 생활작품 팔더군요
    한 번 쯤 가셔서 좋은 작품 사진도 좀 올려주세요
    저 저 오늘 친정엄마꼐 어럽게 말문을 열었는데
    저 저 저 유럽으로 파견근무 나가는 신랑 따라 가기로 했어요
    민제님 오늘 작품 너무 좋았어요 얼른 발 거는 사진 보고 싶어요
    내일 또 친구에게 뽀로로 전화해서 민제님 작품 보라고 오지랖 떠는 날이되겠습니다
    민제님 빠이빠이

  • 12. 부지런한삶
    '09.9.21 1:06 AM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산
    생각만 해도 뿌듯하시겠어요~
    너무이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845 똥손 프로젝트 4 wooo 2024.06.08 1,589 0
2844 프리스쿨 학년말 선물 2 학교종 2024.04.20 3,020 0
2843 가방만들기에서 생활형소품 만들기도 시도 5 주니엄마 2024.01.07 7,529 0
2842 겨울이 와요. 6 wooo 2023.10.17 8,227 1
2841 매칭 드레스 3 학교종 2023.10.08 8,138 1
2840 누가 더 예뻐요? 20 wooo 2023.08.11 13,527 1
2839 에코백 꾸미기 4 anne 2023.08.02 11,091 1
2838 오! 바뀐 82 기념 실크 원피스 아가씨 7 wooo 2023.07.10 13,839 1
2837 가방장식품(bag charm)이 된 니퍼의 작은 인형 10 wooo 2023.04.06 13,098 1
2836 봄과 원피스 18 wooo 2023.04.05 11,458 2
2835 지난 겨울 만든 가방들 그리고 소품 7 주니엄마 2023.03.16 11,456 2
2834 아기 가디건을 떴어요. 6 쑥송편 2023.03.14 9,436 1
2833 늦었지만 3 화안 2023.02.14 5,909 2
2832 개판이 아니라 쥐판입니다 ㅋㅋㅋ 18 소년공원 2023.01.20 11,615 2
2831 디즈니 무릎담요 - 코바늘 뜨기 12 소년공원 2023.01.11 8,627 1
2830 가방 만들기 8 얼렁뚱땅 2022.12.20 6,861 2
2829 크리스마스 리스 2 wooo 2022.12.18 5,102 2
2828 나의 인형들 11 wooo 2022.10.03 8,080 1
2827 여름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16 소년공원 2022.06.20 17,818 0
2826 만들기와 그리기 14 wooo 2022.05.29 13,487 0
2825 5월의 꽃들 8 soogug 2022.04.29 13,864 1
2824 1/24 미니어처 서재 만들기 9 wooo 2022.04.17 16,189 1
2823 미운곳 가리기 2 커다란무 2022.04.12 15,272 0
2822 니퍼의 작은 인형 21 wooo 2022.02.21 15,757 1
2821 가죽 가방을 만들어 보았어요 3 그린란드 2022.01.26 18,109 1
2820 새로운시도 1- stumpwork(입체자수라고 하긴엔... 6 wooo 2022.01.18 15,770 1
2819 도마와 주방장갑 걸기 4 커다란무 2021.12.03 20,511 1
2818 인형이불과 요 만들기 6 wooo 2021.11.28 16,290 0
2817 내 안의 꼰대에게 주는 작고 우아한 메시지 6 wooo 2021.11.13 17,652 0
2816 두 달동안의 나의 놀이 7 wooo 2021.11.02 15,469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