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피쓰리 포장재로 쓰였던 실리콘 고리였어요.
예뻐서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아일랜드식탁 위 무선주전자 전선정리용으로 쓰고 있어요.
개수대에 붙여놓고 수세미 건조용으로 쓰고 있어요.
디자인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몇년 전 아이들 생일선물로 사준 건데 장식용으로 괜찮고
친구들 몰고 놀러오면 한번씩 꺼내주는데 ... 저 인기짱이에요.ㅎㅎ
식빵에 슬라이스햄 넣고 말아 계란물에 적신 뒤 파슬리 가루 뿌려 후라이팬에 지진 거에요.
딸아이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함께 만들어서 먹었는데...
컴퓨터 켜고 앉으면 가끔 딸아이친구들이 메신저로 그래요
-아줌마 혜원이랑 공부하고 싶은데 가도 되나요?
ㅎㅎ
이병 아무리 머리 굴려봐도 병장 눈엔 다 보이잖아요.
팬케이크에 소시지 넣어 굴린 거에요.
병장님들 눈엔 다 보이시지요. 민제가 요리꽝이라는 거.ㅎㅎㅎ
제가 아는 한의원 약재 거래처에서 좋은 생강을 10키로 주문했어요.
껍질 벗겨 편을 썰어 말려야 하는데 저렇게 비닐에선 잘 마르지 않더군요.
예전에 여기서 본듯한 생선 말리는 망이 생각이 번뜩 났어요.
동네를 돌아다녀보니 작은 낚시 가게가 있었고 저녀석을 12000원에 업어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래기...
널어놓을 곳이 없어 뒷편에 저렇게 건조대에 걸어놓고 비오면 비닐 쳐주고..하는데
잘 말라야 할텐데요.
요기까진 데코방 진입을 위한 위장술이였고요.^^
이제 저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이것저것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 같아 단세포생물처럼 계획하고 실행했던
딸아이와의 둘만의 여행이었습니다.
무엇이건 마음 바깥으로 표현하는 일이 서툰 혜원이가 핸드폰에 디데이를 표시해두고 있더군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딱 꼬집어 이쁜 곳도 없는데 자꾸 그 사람이 끌리는 거.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엔 없는데 그때 엄마 냄새가 지금 코끝에서도 날 거 같은.
특별한 거 없어도
평생에 가슴에 콕 들어와 박힐 거 같은 여행이 되길 바라면서 떠났습니다.
아들만 둘인 친구가 영화 애자를 본 뒤 집으로 와선 딸 하나 만들자고 남편 목을 졸랐다는데
저는 첫딸을 가졌으니 얼마나 다행한지 몰라요.
저 아이에게 저는...미안한 일이 참 많습니다.
첫 아이를 가져 지금도 좋아하는 자장면이 늘 먹고싶었는데 철없는 스물여섯 새댁은
종일 집에 앉아 남편이 벌어다는 주는 돈을 쓰기가 미안해 자장라면을 사다가 끓여먹었고요
주말부부에 시댁에서 신혼살림을 차린터라 생속에 마음만 끓인 탓에 저 아이가
감정표현에 끙끙대는가 싶기도 합니다.
-혜원아
엄마는 말이야.니가 웃을 때가 제일 행복해.
내가 행복할 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웃을 때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거.
너도 빨리 그걸 알게 되고...늘 그렇게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삶이 늘 너에게 기쁨과 행복. 평탄한 길만 내어줄 수 없겠지만
엄마는 늘 마지막까지 니편이라는 거 기억하고
활짝 웃으며 두 팔만 벌리면 내품으로 뛰어와 안기던 때처럼
그렇게 내게로 와.
난 너에게 그런 엄마이려고 노력하니까...
구들공주 모녀라...대개 호텔에서 뒹굴었지만
뜻하지 않게 이번 제주 여행에서 얻은 선물은 서귀포천문대였어요.
중문단지에서 십분거리여서 저녁을 먹은 뒤 슬쩍 나가봤는데요
몇가지 시설과 야외에 마련된 천체망원경 일곱대로
각종 별자리에 대한 설명과 목성의 무늬까지 볼 수 있었고
설마해서 찍어봤는데 망원경으로 보이는 달이 찍혔어요.^^
실제론 크레이터등이 선명하게 보였는데...저의 저질 실력으론 노출을 맞출 수가 없었네요.
징그럽게 생긴 갯지렁이를 뚝뚝 잘라서 바늘에 끼운 뒤 물 속에 내리기만 하면
저렇게 뚝딱 올라오는 거에요.
근데 미끼를 끼워주시던 선장님이
-이건 뭐 대통령 낚시야? 자기들이 각자 미끼 끼워서 해요.
저는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지렁이가 가득 담긴 통을 바닥에 들이부어서는
아까 선장님이 만지다가 뚝뚝 끊어진, 작거나 혹은 죽은 지렁이를 찾았어요.
답답해진 딸아이는
-에이 엄마 제일 통통~~한 놈으로 그냥 줘. 내가 할게.
저보다 쪼금 낫죠.^^
저는 엄마 생각만 하면 늘 가슴 저 깊숙한 곳이 아리고 눈알이 시큰해져요.
제 딸아이에게 저는 어떤 엄마로 남을까요.
아이들은 가르치는대로 크지 않고
본대로 큰다는 사실에 공감하지만...실은 자신이 없어요.
짧은 여행이었지만
차암 따듯한 여행이었어요.
다시 꿈꾸어야겠지요.
그래야 이루어지니까.
그땐 우리 조금더 깊은 이야기들 나누고
조금더 가까워져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 보고 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