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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16회 리뷰 – 이것은 완전한 구원이다.

| 조회수 : 7,158 | 추천수 : 1
작성일 : 2022-05-30 03:32:35


“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

 - 염미정 . 이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 .

 


좀 이상하긴 했다 .

 

10 화가 넘을 때까지 손도 잡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연인인 두 주인공은 나란히 걷지를 않고

왜 그렇게 거리를 두고 앞뒤로 걸어 다니는 장면이 많을까?

 

특히 가로등을 깨트린 후 미정이가 살아서 천국에 갈 거라고 

갈대밭을 지나 산을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정상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들은 도대체 나란히 가질 않는다 .

그 밤에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말이다 .

 

전형적이지 않아서 더 흥미진진했고 매우 걸출하게 진행되던 이 드라마는

폭풍우치듯 몰아치는 중후반부의 역동적인 서사구조가

어느 순간 멈추어버린 느낌이 있다 .

15 화에선 이게 내일 끝나는 드라마가 맞나 싶더니

16 화는 뭔가 종잡을 수 없게 드라마가 끝나버렸다 .

전형적이지 않는 걸 떠나서 허무한 엔딩이다 .

주인공들을 괴롭힌 빌런들을 응징은 커녕 용서하고 도와주며

시청자들을 그토록 애타게 한 두 주인공은 함께 하지도 않는다 .

이런 걸 열린 결말이고 하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꽉 닫힌 서사이다 .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손 잡고 데려갈 수 없는 ,

신 앞에 단독자로 설 수 밖에 없는 인간 구원의 서사 .


16 화 중반 ,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 구자경을

술 그만 마시라는 잔소리 한마디 안 하고 그대로 지켜봐 주는 미정이를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 답답하기도 했다 .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응원만 하겠다 라는 마음으로 만났기 때문에

헤어진 뒤에도 계속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대사를 들으며 떠올랐다 .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자유의지를 주셨는데

인간은 그 자유의지로 계속 죄를 짓고 자기에게 상처를 주며 방황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다리신다는 .

 

 

그리고 어느 밤 길거리에서 미정이에게 구자경은 문득 드는 생각을 고백한다 .

“ 난 ,,,..., 불행했습니다 . 그러니까 벌은 조금만 주세요 .

제발 ! 쪼금만 ! ( 중략 )

나느은 ~~~~~~ 너무 힘들고 ~~~ 너무 지쳤습니다 .

엄청 ~~~~ 나게 벌 받고 있습니다 . 제발 제발 좀 !”

 

왜 갑자기 오버스러운 연기일까 좀 이상했는데

어느새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이게 뭐지 ?

이것은 일종의 고해성사이고 기도이다 .

죄를 고백하고 심판을 받는 회개의 과정이다.

신부님이 고해성사를 한 성도에게 “ 묵주기도 5 단을 바치세요 ” 하는 그런 과정인 것이다 .

미정이는 자경에게 아침에 (마음속으로) 찾아오는 원수를 환대하라고 하고

구자경은 드라마가 끝날 때쯤 자신을 배신한 현진이 형에게

“ 환대할게 ,  살아서 보자 .” 라는 음성메시지를 보낸 후 ,

죄의식의 공간인 오피스텔을 벗어난다 .

그 장면 배경음악이 교회 성가대처럼 파이프 오르간으로 편곡된

‘ 일종의 고백 ’( 회심의 간증 ) 인 것은 덤 .

 

 

그래서 구자경이 어떻게 호빠의 세계로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

그렇다 . 예수님도 간음했던 자와 창녀와 살인자의 후손이었다 .

이것은 정교하게 설계된 죄인 구원의 서사이다 .

요한복음 7 장에는 사람들이 예수께 음행한 여인을 잡아 와

심판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

예수는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하셨다 .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결국 예수와 여인만 남는다 .

이처럼 구자경은 죄인이지만 우리 중에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그리고 드라마의 마지막 ,

염미정의 대사는 이 기독교적 서사의 결정판이다 .

 

”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 그래서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

 

구씨의 추앙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 미정이는

배신한 애인을 도와주며 미움에서 해방되었고

사랑 그 자체가 되었다 .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



는 요한 1 서 4장 8절의 말씀처럼 .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장미정원
    '22.5.30 6:13 AM

    리메이크님 감사합니다.
    꽉 닫힌 결말을 원했던 저는 드라마가 끝나니 너무 허무해졌다고 할까요…또 그 드라마를 보는게 두렵다고 할까요…
    그랬는데 리메이크님의 리뷰를 보고 다시 볼 용기(ㅎㅎ)가 생기네요.
    다시 해방일지를 사랑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 리메이크
    '22.5.30 6:16 AM

    아 감사합니다!
    저도 한동안 다시 볼 것 같아요.

    정말 걸출한 드라마입니다.
    다시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

  • 2. 리메이크
    '22.5.30 6:21 AM - 삭제된댓글

    참고로 허무한 엔딩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두 주인공이 찬혁 선배와 현진이형을 용서하는 장면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묘사되었더라구요

    첫번째 사진이랑 이 부분 언급하는 등
    수정하고 싶은데 그러다 줄간격 벌어질까봐 무서워 댓글로 씁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 3. 리메이크
    '22.5.30 6:30 AM

    참고로 허무한 엔딩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두 주인공이 찬혁 선배와 현진이형을 용서하는 장면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멋지게 묘사되었더라구요

    첫번째 사진 화질이 넘 안 좋아 바꾸고
    두 사람의 용서부분도 추가하는 등
    수정하고 싶은데 그러다 줄간격 벌어질까봐 무서워 일단 댓글로 씁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Reply

  • 4. 여름폭풍
    '22.5.30 6:41 AM

    전..드라마도
    원글도 너무~~ 좋네요^^♥

  • 리메이크
    '22.5.30 6:53 AM

    하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5. idnktmrw
    '22.5.30 7:00 AM

    저는 참 불교적이다 느꼈는데 원글님 말씀 듣고보니 또 감동이 와요 결국 종교는 하나로 통하니까요 16화의 결말을 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내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는가? 글 감사하며 읽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리메이크
    '22.5.30 7:05 AM

    저도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정말 두 사람의 용서 장면 너무 좋았고
    구자경에게 현진이형은 어떤 존재인지 특히 더 상상해보게 되네요^^

  • 6. 미소천사
    '22.5.30 7:14 AM

    수준높은 평가시네요
    다시볼때또다른 시각으로 볼수있겠어요

  • 리메이크
    '22.5.30 8:20 AM

    우리 다시 보고 다른 숨어있는 은유들도 찾아보시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7. 영이사랑
    '22.5.30 7:29 AM

    대단합니다.

    리뷰가 작가의 해설같아요.

    이리 구체화 하여 뜯어볼 순 없어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하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그래!나도 그건 그렇게 느꼈는데 원글님은 멋지게 표현하신다!! 부럽다.
    멋지다. 시원하다. 싶네요.

  • oat
    '22.5.30 9:42 AM - 삭제된댓글

    리뷰 감사합니다. 리메이크님의 통찰이 부럽네요.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과 이렇게 멋지게 해석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네요. 타자에 대한 저의 시선이 결국 돌아돌아 제가 될테니 더 사랑하고, 더 너그럽고, 더 친절하게 살아야겠어요.

  • 리메이크
    '22.5.30 5:02 PM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리뷰 쓰며 걱정 좀 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니 좋네요^^

  • 8. oat
    '22.5.30 9:47 AM

    리뷰 감사합니다. 리메이크님의 통찰이 부럽네요. 좋은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과 이렇게 멋지게 해석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네요. 타자에 대한 저의 시선이 결국 돌아돌아 제가 될테니 더 사랑하고, 더 너그럽고, 더 친절하게 살아야겠어요.

  • 리메이크
    '22.5.30 5:06 PM

    저도 실은 좀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구씨에 대한 미정이의 이해와 관용을 보며 반성했답니다.
    우리 더 좋아질거에요^^

  • 9. hihjjh
    '22.5.30 10:13 AM

    초기부터 기독교적 세계관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 리메이크
    '22.5.30 5:07 PM

    그러쵸!
    추앙이란 말도 경배의 순화된 사용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 10. 시나몬
    '22.5.30 1:22 PM - 삭제된댓글

    앗... 구씨를 만나기전과후...그게 그뜻일까요? 약간의 멘붕이

  • 11. 엘로이즈
    '22.5.31 7:19 PM

    조건없는 사랑이 진정한 해방에 이르게 해준다는 얘기인걸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 리메이크
    '22.6.18 10:28 AM

    그니까요.
    그걸 하겠다고 나선 미정이가 진심 대단하구요^^

  • 12. 챌시
    '22.6.2 5:09 PM

    정말 멋진 드라마였어요.
    어릴때부터 좋아했던 성경부분이 겹쳐지면서,,많은 힐링이 되었어요.
    구씨가 자신의 고행성사 하던 부분 너무 마음에 와닿았고,
    살아서 천국을 보리라는 미정이의 대사가 너무 선명하게 각인되서,
    하루에도 몇번씩 그 문장을 되뇌어요.
    그럼 다된거죠..서럽게 하면서도, 미소를 짖게 만드는,,참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 리메이크
    '22.6.18 10:33 AM - 삭제된댓글

    손석구 배우 그 고해성사 부분에서 너무 연기 잘 하더라구요.
    이 분이 작품 해석 캐릭터 해석 굉장히 정확하게 하고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고

    김지원 배우 추앙요구씬도 대단했구요.

  • 리메이크
    '22.6.18 10:36 AM - 삭제된댓글

    손석구 배우 그 고해성사 부분에서 너무 연기 잘 하더라구요.
    작품 해석 캐릭터 해석 굉장히 정확하게 하고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고

  • 리메이크
    '22.6.18 10:38 AM

    손석구 배우 그 고해성사 부분에서 연기톤이 확 바뀌더라구요.
    작품 해석 캐릭터 해석 굉장히 정확하게 하고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고
    김지원 배우 추앙요구씬도 매우 훌륭했구요
    삶에 대한 성찰을 주는 드라마가 이제 떠나가네요

  • 13. 뭉이맘14
    '22.6.16 2:51 PM

    좋은 드라마 리뷰 감사합니다.
    여느 드라마처럼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누구를 무조건적으로 추앙하고,
    그렇게 하다보니 내가 너무 소중하게 느꺄진다.
    제가 하는 종교생활 오버랩 되먼서 뒤늦게 리뷰 찾아뷰고 있네요.
    다시 한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리메이크
    '22.6.18 10:31 AM

    저도 이 드라마 통해 제 삶의 방식과인간관계를 뒤돌아보게 되었어요.
    후회없이 사랑해본 경험이 우리 삶에 모두 찾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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