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2가 될 수 있을까?
15 화 초반 두 사람의 데이트씬은 이상했다 .
14 화 마지막 , 드라마가 초코렛을 흡입한 듯
달달한 재회를 갑작스럽게 목격하게 하더니
같은 장면의 연속인데도 15 화 초반은
미정이의 표정이나 카메라 구도가 긴장감을 여실하게 내보인다 .
늘 1 로 살아온 그들 . 외로운 1 이라 늘 경계태세인 그들은 닮았다 .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가 편하다 .
그래서 과묵한 그는 미정이만 만나면 생각지도 못한 말이 줄줄 나온다고 이상해 한다 .
그러나 그녀는 이상한 표정으로 묻는다 .
"우린 2야? 아님 1 대 1이야?"
"너 나 경계하냐?"
이렇게 촉발된 긴장감은
"진작 전화하지, 씨......"
라는 또라이 美 물씬한 대사 이후 해소되고
나란히 광장시장에서 운동화도 사고 빈대떡도 먹고 행복한 일상을 공유한다 .
그가 눈이 펑펑 내려 차를 버려두고 집까지 걸어가던 어느 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의 카메라 구도도 재미있다 .
지구가 멈추면 밤새 걸어서 산포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는
화자가 앞서가며 말하고 청자는 뒤에서 들으며 걷는다 .
미정이가 배신한 전 남친의 결혼식을 망치러 가려고 했다는 이야기의 구도도 마찬가지다 .
그런데 구씨가 전화하던 순간이
미정이에게는 결혼식을 망치러 가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구원의 순간인 것을 알게 될 때
카메라는 두 사람을 동일선상에 놓고 찍는다 .
이는 백사장 때문에 죽을뻔한 구씨를 구한 미정이의 행동과 같은 구원의 순간이기에
당미역에서의 구도와 같은 선상에 놓인다 .
그래서 비참한 현생을 살던 구씨의 어두운 모습을
갑자기 밝은 전화 재회 장면으로 연결한 의도를 대략 이해할 것도 같다 .
왜냐면 구씨의 전화는 망가질뻔하던 미정이를 구원하는 순간이니
아우라는 없더라도 화사해야 것이다 .
그렇게 각자 소통의 벽이 있는 장면이나 자기의 외로웠던 이야기를 할 때는
둘 사이를 나무가 가로막고 있거나
화자의 등 뒤에서 청자가 듣는 구도이고
앙금이 풀리거나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은
동일선상에 같이 놓고 찍는다 .
그래서 두 사람이 눈이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는 자연 안에 있는 장면이나
드디어 구씨가 미정이를 집에 데려간 순간,
그들은 신을 벗을 때도 같이 나동그러질지언정 손을 놓지 않는다 .
그들이 나란히 선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벽도 없고 앙금도 없는 해방의 시간인 것이다 .
이 드라마는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른 드라마와 확연히 다르다.
구씨는 갑자기 시장에서 오뎅을 먹다 말한다 .
“ 내가 호빠 선수로 들어갔을 때
딱 2 주 만에 야 이건 도저히 못해 먹겠다 싶어서 때려치웠던 게
사람들이 죄다 하소연이야 ......”
라며 자신의 과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무심히 터트린다 .
시청자들은 구씨의 과거를 알게 된 미정이가 어떻게 반응할까 걱정이 대단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 장면 전에는 술집에서 행패부리는 여자에게 맞아
마담 하나가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데도 이를 대충 말린 후 가게 매출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
그런데 여자가 휘두른 병에 얼굴에 상처가 생긴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는 다시 여자에게 가 분노를 폭발한다 .
사람이 피를 낭자하게 흘려도 개의치 않다가
미정이가 자신의 상처를 보고 걱정할까 봐 화가 나서 그 여자를 응징하는
자기중심적인 구자경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그 장면이 미정이에게 빨리 가려고 달려다니며 수금하는 것처럼
미정이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의도된 장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관점으로 보지 못한 시청자도 있었을 것이다 .
대개 16 부작 드라마에서 15 부쯤 되면
이제 구자경이 왜 단 2 주지만 호빠 선수가 되었는지 ,
뭐 고아원에 같이 버려진 불치병 걸린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등
뭔가를 서사를 부여해줄 때가 되었는데도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
그냥 구씨가 지하세계에서 어떤 악행을 벌이고 사는지만 거칠게 보여준다 .
남의 지겨운 하소연 듣느니 행패 부려 외상값 받아내는 게 더 마음 편했다고 묘사한다.
아직 1 부가 남아있다 .
여기까지 오니 13 화에서 유쥬얼 서스펙트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었던
아버지의 재혼 경위조차도 중요치 않다 .
궁금한 것은
과연 구자경에게 어떤 서사를 보여주느냐
그래서 시청자들도 미정이와 함께 용서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가 진짜 해방되는지이다.
15 화에서도 창희가 사업을 망해진 빚을 열심히 편의점을 운영해 다 갚고
사귀나 ? 했던 현아와는 이미 끝장이 난 것으로 묘사된다 .
16 화에선 어떤 높이뛰기 서사로 , 어떤 촬영기법과 구도로
주인공들의 삶과 심리를 압축하고 상징적으로 묘사할까 .
이상한 긴장감과 슬픔을 전해 준 15 화에 이어
이제 오늘 밤 ,
이 전형적이지 않는 비범한 드라마가 끝나 허전하겠지만
불행해질까 전전긍긍했던
이 가상의 인물들에 대한 과몰입도 이제는 안녕이다.
다만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지구가 멈춰야 구자경이 부끄럼 없이 갈 수 있다는 죄로부터 자유로운 공간 , 산포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