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雨中山行 [우중산행] 빗속의 산행 -
細雨靑苔結玉盈 [세우청태결옥영]
보슬비에 푸른 이끼 옥구슬 가득 달고
霣零聲聞美音馨 [운령성문미음형]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감미론 음악일세.
林間小路穿雲去 [임간소로천운거]
수풀 사이 소롯길로 구름 뚫고 가노라니
霑濕驚獐兩瞳淸 [점습경장량동청]
비에 젖은 놀란 노루 눈망울이 해맑구나.
산이 좋아 산행을 즐기지만
비오는 날의 산행이 더 좋다.
번잡함이 없는 고요함이 좋다.
풀잎마다
이끼마다
옥구슬 영글었다.
눈으로 보면 물방울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영롱한 보석이 된다.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뱃고동 소리,
또르륵 또르륵
잎사귀에 구르는 빗방울 소리,
악보없는 가락이 되어
비에 젖은 발길을 휘감아 돈다.
자연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
비구름 헤치며 구비진 소롯길을 말없이 걷는다.
구비진 길 돌아서자
손을 내밀면 닿일 듯
지척에서 마주 친
비에 젖은 노루 한마리,
노루도 깜짝 놀라고,
나도 덩달아 놀랐다.
놀란 노루의 눈망울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