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조금 고민이긴 해요.
그러니까 올 여름에 있었던 일이에요.
엄마집사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어요.
정말이지 저는 입 가벼운 고양이로 살고 싶지 않은데
그럼에도 올여름의 그 일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얼마나 고뇌했는지 사진에서 느끼실 거라 믿어요.
뒷통수가 근질근질 하다 싶었는데
어느날 엄마집사가 제 머리를 잡더니 엄청 심각해지는 거에요.
좀 과장해서 호들갑스럽게 난리가 났었어요.
첨엔 한쪽만 근질근질 했는데 그래서 그냥 뒷발로
열심히 긁은 거 밖에 없는데
엄마집사는 심각하게 이리 알아보고 저리 알아보더니
저보고 피부병에 걸렸대요. 링웜이래요.
6년 묘생에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엄마집사도 저도.
첨에 한군데 생겼을땐 짐작도 못했는데
얼마 있다가 바로 또 생기기 시작하자
엄마집사는 열심히 검색하더니
빨간 액체랑 투명액체를 사다가 소독제 만들어
그때부터 저를 힘들게 했어요.
올해 마지막 미용을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링웜이란 녀석이 생기는 바람에
다시 엄마집사에게 붙잡혀 미용을 당해야했고요.
참고 싶은데 미용기가 옆구리 뱃살을
거슬러 올라오면 식은땀이 나고 저도 모르게
엄청난 괴성을 지르게 돼요
엄마집사도 저도 힘든 시간이죠.
엄마집사의 정성어린 소독과 연고 처방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배꼽 위 가슴쪽에,
꼬리 뒷편에 요 링웜이랑 녀석이 또 생겼어요
결국 엄마집사는 약용샴푸까지 구입해서 저를 이중으로 힘들게
만들었어요.
저 목욕 엄청나게 싫어해요.
모르는 사람은 아마 제 고함소리에 엄마집사를 오해할지도 몰라요
그런 오해를 받게 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저에게 목욕은 엄청난 재앙이에요.
올여름 저런 재앙을 일주일에 많게는 두번, 적게는 한번씩 당해야 했어요.
그 끔찍한 물이란 녀석이 제 온 몸으로 스며들면 제 세포 하나 하나에
침을 꽂는 것 마냥 저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데
엄마집사도 포기할 수 없었을 거에요
제몸에서 링웜이란 녀석을 떼어내야 했으니까요.
덕분에 털말리느라 고생 좀 했어요 (무...물론 엄마집사가 그 시끄럽게
울어대는 드라이로 말려주긴 했지만 마무리는 제 까슬한 혀 따라올게
없으니까요)
다행이도 어느날부터 제 뒷통수가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말끔하게 원상태로 되돌아왔어요.
하지만 배와 꼬리 뒷쪽은 상당히 오래 지속이 되었어요.
9월 말까지도 좋아지다 말다 반복하다
지금은 딱지도 없고 피부가 말끔하게 되돌아오고
새 털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야호!! 신나요!!
고생했어요 엄마집사~!
사실 엄마집사는 저런 제 눈만 보면 귀신같이 제가 졸린 걸 알아요
엄마집사 말로는 제가 졸리면
눈 아랫쪽이 움푹 들어간대요. ㅋㅋ
지금처럼요.
지독했던 여름날이 지나가고
링웜도 치료했고
항상 그렇듯 저는 엄마 집사 다리위에서 쉬고
엄마집사 배 위에서 자고
엄마집사 배 위에서 열심히 식빵 굽고 있어요.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가을이에요.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