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과 초가을 어느 날 사진인데 나비와 보미가 웬일로 사이좋게 앉아있네요. 요즘 보미가 옆집 새끼고양이가 들어와 있은 후 나비보다 더 날카로워졌어요. 여기저기 하악대거든요. 나비에겐 꼼짝 못했는데 나비에게도 얼덜결에 하악대고 앞발이 올라오기도 하죠. 전 나비가 더 예민할 줄 알았는데 보미가 그러네요.
보미는 길냥이었다가 같이 살게 됐는데, 나비에게 초기에 많이 시달려서 또 안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제가 한번도 야단을 친적이 없어요. 나비가 귀찮게 조를땐 안됀다고 말을 하기도 하는데 보미가 조르면 어지간 하면 다 받아주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예민을 떨고 하악대기에 두번 야단을 쳤는데 눈이 동그래지면서 겁을 먹는거예요. 올해가 가기전 빨리 옆집 고양이 주인을 찾아줘야겠어요. 마루가 많이 아쉬워하겠지만요.
마루와 나비는 이제 꽤 사이가 좋아요. 그런데 마루는 정말 알수없는 이상한 행동을 하네요..그루밍을 서로 잘 하다가 꼭 깨물어요. 이 녀석은 저와 잘 때도 왼쪽 겨드랑이 밑을 파고 들어 제 팔에 앞다리 둘을 턱 걸쳐놓고 제 뼘이나 턱을 물기 좋아해요. 앞니로 꼭꼭 깨물거든요. 안 아프게 깨물다가 꼭 한번 조금 세게 물죠.
야단을 맞는데도 이 버릇은 안 고쳐지네요. 보통 버릇이 잘 못 들린 고양이들은 어미와 일찍 떨어져 교육을 못받아 그런다고 하는데 이 녀석은 어미와 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그러니 알수없는 일이죠. 보면 보미가 어렸을때 새끼 일곱마리를 잘 키운거 같거든요. 새끼들이 서로 좀 심하게 장난을 친다거나 그럴때 뒷목을 물거나 그러면 새끼들이 잠잠해 지곤했어요.
사람도 부모교육과 관계없이 행동하는 자식이 있듯, 고양이도 그런지 모르겠네요..그러니 나비가 잘 지내려고 해도 저렇게 오다가다 자기 흥에겨워 물어대니 엄살이 원래 심한 나비는 죽는 소리를 내죠. 저럴 때 제가 마루야,,하고 크게 부르면 벌써 자기가 잘못한 줄 알아요.
제 벗어놓은 옷위에서 서로 그루밍을 하고 잘 있다가 결국 저 날도 나비 비명으로 끝났죠.
아침에 제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면서 둘이 나란히 창밖을 보고 있어요. 저렇게 잘 있다가도 마루가 나비 목을 휘어감고 장난을 잘 치죠. 요즘 새끼고양이가 있어서 혈기왕성한 마루가 제 짝을 만난듯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마루는 저런 웃긴 자세로 그루밍을 잘 해요. 철 없는 마루가 그루밍을 꼼꼼히 하는 거 보면 얼마나 웃긴지..그냥 막 뛰어놀기만 좋아하는 마루같은데 본능은 어쩔수없나봐요. 그루밍 하랴 뒷마당 참견하랴..바쁩니다.
저러고 앉아있으면 꼭 독거노인 같아요.
이번 가을 유난히 메뚜기와 나방이 많았는데요, 마루는 제가 문을 열고 닫을 때 마다 부지런히 옵니다. 나방이 들어오면 그거 쫒고 잡아 먹는 재미가 그만이거든요. 제가 어떨땐 일부러 몇마리씩 잡아다 집에 풀어놔요. 그럼 나방잡느라 둘이 정신이 팔려 덜 보채거든요.
나비는 혼자 있을때 모든게 자기 차지였는데 마루가 생긴 후 모든 게 뒤로 밀려났어요. 다 마루 녀석 차지죠.
그런거 보면 나비가 안됐는데 방법이 없네요. 놀아주려고 뭐만 들어도 마루가 귀신같이 알고 달려오거든요.
그러니 나비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조르느니 저만 조르죠..저렇게 제 뒤 의자나 가구 위에 올라가서 먀아 거리면서 제가 돌아 볼 때까지 웁니다..놀아 달라고. 그래서 또 놀아주려고 일어나면 마루가 앞장서죠..고양이가 여러마리면 이런 어려운 점도 있더라구요. 둘이 잘 놀면 모르는데 그게 안될 땐 두배로 힘든 거 같아요.
나비는 좀 높은 곳에 힘들게 올라가야 할 때면, 오르기 전에 막 울어요..다른 방에서 저 소리가 들리면, 나비가 어디 올라가려고 하는구나..하고 이젠 알죠. 그러다 올라가고 나선 또 다른 목소리로 울어요..그럼 이건 자..내가 여기 올라갔는데 와서 보고 칭찬 좀 해줘야지..하는 울음이거든요. 제가 갈 때 까지 웁니다. 가서 보고 호들갑스럽게 우리 나비가 이 높은 곳에 올라갔냐고 잘 했다고 막 칭찬을 해주면 그때서야 내려오죠.. 하는 짓 보면 정말 귀엽긴 한데요..이 걸 하루 몇번 씩이나 하니 피곤한 날은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죠.
아래 사진도 저 위에 올라가 절 부른 어느날 찍은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