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금요일, 강남의 모임과 행복한 왕자에서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모임이 한 날에 있는 조금 부담스러운 하루
문제는 어제 새벽부터 일어나 논산에 면회다녀오느라 잠이 턱없이 부족한 하루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건축사 모임은 참석을 못하고, 어제 저녁 새로 구한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를 읽을 시간을 확보하느라
평소와는 달리 지하철을 이용하여 독서 삼매경에 빠진 날이었지요.
사실 이 책을 만난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한참 그리스에 관심을 갖고 닥치는
대로 책을 찾아서 읽던 때이긴 했지만 그 때만 해도 여기까지 읽어야 하나, 그런데 누가 이런 책을 사서 읽을꼬
출판사는 누구를 독자층으로 상정하고 책을 번역해서 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까맣게 잊고 있던 이 책에 대해서 떠올린 것은 아무래도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게 되면서
아테나이의 삼단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된 영향이었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 된 기억이라 도저히
책 이름을 기억할 수 없어서 수요일 일본어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꺼냈지요. 그러자 수업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희씨가 앱으로 이 제목인 것 같다고 보내주었습니다.
책 제목을 알게 된 것은 수요일 낮,주문을 해도 언제 올지 모르고 과연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그래도 궁금하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지요. 마침 길거리에서 완당서점을 운영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때다 싶어서제목을 보여주고 혹시 있다면 주문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목요일 면회다녀오면서 혹시나 하고 들렀더니 책이 와 있더라고요.그러니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 지하철, 그리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는데 맙소사, 돌아오는 길에는 자리가 전혀 없는 겁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읽고는 싶고 자리는 없고 선 채로 책을 읽고 있자니 앞 자리의 여성분이 말을 겁니다.너무 열중해서 책을 읽어서 앉아서 읽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몸이 아파서 일어나긴 어렵고 가방이라도 들어주겠노라고요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대화역까지 가는 사람이라 앞에 서서 이 사람이 언제 일어날지 궁금해하면서 가느니 차라리다른 자리 앞으로 가면 어떤가 하고 제안을 해서 웃었습니다. 결국 백석역에 올 때까지도 자리가 나지 않아서 선 채로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복잡한 상황에서도 주변의 소음이 문제가되지 않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에 반해버리고 말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도널드 케이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서 쓴 바로그 사람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길에서 만났을 때 그는 저자에게 노잡이를 주제로 해서 글을 한 번 써보면어떤가 하는 제안을 했고 그 뒤 두 사람은 각각 저서를 낸 것이라고요. 저자는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2년이면 쓸 수 있다고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투키디데스의 글에서 나오는 각 지역을 답사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자료를 모으고 쓰는 일에7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아테나이 해군이야말로 그들의 보물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재미있게 읽히는 글을 쓴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고 묘한 감정에 시달리기도 한 시간, 아직 반절 분량이 남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그 동안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하던 문제가 해결된 것을 중점으로 글도 쓰는 생산적인 글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왕자에 도착하니 7시 45분 . 축의 시대와 심리학 시간에도 약속대로 그리스이야기를 하자고 시작해서
결국 다른 것은 전혀 못하고 그리스에 관한 이야기하다 끝났는데 저녁에도 그리스 이야기로 그러고 보면
오늘은 하루 종일 그리스속에서 살다가 온 기분이 드네요.
그런데 조금 전 장문희씨가 잠깐 얼굴 보러 왔다가 못 만나고 커피와 쿠키만 두고 가셨더라고요. 마음이 느껴져서
잠시 행복한 기분을 맛보고
8시, 한 명 두 명 자리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멤버들이 다 모이기 전에 새로 구한 책에서 보기에
편한 지도를 몇 장 복사하고, 행복한 왕자에 올라온 발제문을 정리하고, 그 사이에 새롭게 읽으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복습 삼아 하다보니 이제 멤버들이 다 모였습니다.
그런데 3장의 내용과 4장의 내용을 요약한 설명 듣다보니 벌써 시간이 열시를 넘어가네요.
결국 한 주 더 해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발제 요약문은 각자 읽고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시간에 나누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요약문을 정리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니
요약을 하니까 이제 윤곽이 잡힌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렇지요? 자신이 에너지를 넣어서 하는 일이야말로
자기 것이 된다는 것, 이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을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 번에 구해서 읽은 지중해의 기억만 해도 말은 오랫동안 들었어도 거기까지 읽어야 하나
망서리다가 기회를 놓친 책인데 이번 기회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지요.
놀라웠던 것은 페르낭 브로델이 죽기 전에 원고만 남긴 것인데 출판을 결정할 때 여러 명의 고대사 전문가가
원고를 검토하고 지금은 아니라고 판명된 학설에 대해서는 각주로 이 부분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 이론이라거나
이 부분은 저자의 견해가 잘 못 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편집 방향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대가야 이런 생각으로 원고를 그대로 출판하지 않고 그렇게 손을 보아서 내놓은 것으로 오히려
읽는 사람은 호기심을 갖고 더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경험이라니!!
반 룬의 배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한 번도 배의 역사를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슬그머니 그 책이 궁금해지는 것도
역시 이런 책읽기의 부수적인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왜 이렇게 오랜 세월 지중해에 끌렸을까 , 그것에 대한 해답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해도 어렴풋이 왜인가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마음속에 차오르는 기분도 들고요.
이런 날, 역시 유부브에 검색하게 되는 것은 그리스 음악, 부주키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음악이 올라와 있네요.
관심만 있으면 검색으로 너무나 다양한 것들과 만날 수 있는 세계,오늘은 머라여님에게서 구글 번역기를 돌리면영어지문이 소리로 나오는 것, 프랑스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를 모르겠으면 영어로 번역기 돌려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들으면서 어라 이런 세계가 하고 놀랐지요.모르는 세계에 입문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알고 나면 조금 부지런하게 이용하는 편인 제겐 그렇게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드는 밤, 부주키의 음악으로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