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참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같이 드실까요?
이렇게 식어 물러진 꿀고구마와 밤고구마
그리고 호박고구마를 한 입 베어물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어릴 때 농부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주식은
쌀이 아니라 고구마였습니다.
커다란 가마솥에 고구마를 한 솥 쪄서
점심은 물론 늦은 저녁까지 고구마는 쌀보다 소중한 양식이었습니다.
겨울 깊은 밤
차겁게 식은 물고구마 꼭지 껍질을 벗기고서는
입안에 넣고 "쪼~옥" 하고 빨면
손에는 고구마 껍질만 남고
물컹한 속살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와 씹으면
그 알딸한 맛이 거의 환상이었습니다.
3년 터울의 위의 두 형님들과
다른 사람이 다 먹고 난 후에
몰래 남겨 두었던 고구마를 혼자서 먹을 때
부러워하는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혼자서 고구마를 먹는
그 맛과 째지는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결국은 형님들의 무언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해
그 아까운 것을 어쩔 수 없이 나눠 먹어야 하는 억울한(?)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 할 곳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서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수 십 년 세월이 흘러
창고에 20kg들이 고구마 1,000여 상자를 쌓아 두고서도
좋은 고구마는 아까워 먹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는 그런 고구마들을
썩거나 상한 부분을 잘라내고서
압력솥에 물을 호복히 붓고 쪄
익은 고구마를 그릇에 담아 두면
고구마가 식으면서 청이 울어나
그릇 바닥에 고구마청이 엉깁니다.
이 만난 고구마를
깊은 밤에 혼자서 먹으려니 하~ 아까워 청하니
같이 드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