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온 연락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군부대 홈페이지를 통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800자로 한정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네요. 평소의 글쓰기도 하고 싶은 말을 만연체로 쓰는
제겐 글자수를 맞추어서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고치기도 하고 표현을 다듬기도 하고
길어지면 빼기도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셈이지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것이 왜 논술에서 글자 제한을 하는 것일까에 대한 것이었지요. 글을 쓰면서
제한된 페이지나 글자수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요.
훈련기간내의 글쓰기를 통해서 내 글쓰기의 패턴도 조금 바뀌려나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오후부터 이상한 몸 상태로 결국 오늘 오전에는 수업에도 참여를 못하고 오래 누워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빈 속으로 있었더니 그나마 몸속의 상태가 가라앉아서 다시 오후가 되니 살 만해지네요. 이때다 하고 집어 든
책이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구한 것이 아니라 한의원에 갔더니 재미있게
읽었노라고 하면서 한의사 선생님이 빌려주신 것인데요 마침 저자가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던 백 민정이고
출판사도 사계절이라서 안심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어제 일본문화사 시간에 에도 막부에 도입된 주자학에 관한 글을 읽은 상태라 관심이 이어졌던 것이지요.
시간적으로 보자면 이번 금요일에 읽을 투키디데스의 펠로혼네소스 전쟁사가 급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급하고
아니고가 아니고 관심이 촉발된 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책속에 소개된 순자덕분에 그저 법가 사상가들의 스승이고 성악설을 주장했던 사람이란 것 정도로밖에 모르던
한 사상가와 만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한 유학가를 소개하고 나서 더 읽어볼 책들 코너를 마련하고 간략하게
각 책에 대해 소개해놓은 것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아이들 책에도 이런 코너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고 네이버 메모장에도 순간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두게 됩니다.
공자에서 정약용까지 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의 유학자를 소개하는 강의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무슨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유학 이야기하면서 왜 그림은 고야인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연히 유학과 고야는
상관이 없지만 요즘 며칠간 계속 그의 그림을 찾아서 보는 중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