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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 조회수 : 2,424 | 추천수 : 22
작성일 : 2011-03-15 14:42:30


  
금요일, 역사모임 끝나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교보문고로 가던 길, 한 여성이 전화통화를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하고 가더군요. 그런데 신칸센이 멈추었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알았거든. 도쿄 동북지방에

지진이 난 모양이야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실제로 다음 날 아침 도코에서 인터뷰와 시험 일정이 잡혀있는 보람이가 바로 그 날  신탄센을 탄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말을 걸었습니다 ,죄송한데요 지금 한 말이 어디서 나온 소리인가요?

잘 모른다고 일본 사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도코의 신칸센이 중도에 멈추었다는 소식만 들은 상태인데

도쿄는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사연인가 싶어서 보람이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도 계속 통화중, 누구와 이렇게 오래 통화하는

것일까, 평소라면 전화비 무서워서 엄마와의 통화도 가능하면 짧게 짧게를 고수하는 아이라서 조금 의외였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연락이 오겠지 그렇게 마음을 바꾸어 먹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고른 다음

전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훈데르트 바서전에서 그림과 건축 모형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던

중 울린 전화, 레몬 글라스님이 집에 가서  뉴스를 보았는데 보람이랑 연락은 되는가 하고 안부 전화를 했더군요.

왜요? 상황이 심각한가 물었더니 강도가 센 지진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서리고 있던 중 다시 아들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엄마, 누나랑 전화해봐,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뉴스 보았는데 누나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하는 겁니다.



이미 마음이 불안해서 결국은 전시장을 나와서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통화중, 이렇게 장시간 통화중일리

없으니 전화선에 이상이 있는 것이란 판단이 들더군요.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란 처음 겪는 일이라서

당황하게 되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밤에 마침 음악회가 있는 날이라서 미야님, 캘리님 만났는데 둘 다  만나자 마자 보람이 소식을 물어보는데

마침 캘리님은 티브이에서 지진 현장을 보고 와서 더욱 걱정을 하더군요.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만 들은 것이라  아무래도 현실감이 덜 했는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향의 그 날 공연이 참 좋았지만 역시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니 때때로 집중력이 흩어져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잘 하는 일인가, 고민이 되는 시간이 끝나고 집에 오는 도중에도 계속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요.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보니 상상을 초월한 재난이 일어났네요.

보람이도 걱정이지만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연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잠 못 이루도 있던 새벽 한 시 정도에 드디어 전화가 울리고, 엄마 우리 식구들은 나를 걱정하지 않는거야?

하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무슨 소리야? 연락을 계속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  전화기에 하나도 찍히지 않았던데



마침 그 날이 친구 생일이라 싸이월드에서 만나서 상황을 전해주고  이모가 보낸 메세지, 지진이 났으니

취직 활동 그만하고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하는 걱정에 자신은 문제없다고 친구를 통해 연락 부탁하고는

이 소식이 당연히 엄마에게도 전해졌다고 생각한 보람이와 보람이가 보낸 메세지가 언니에게도 당연히

전해졌을 거라고 믿은 동생, 그 오해의 사이에서 저는 소식을 모르고 계속 불안해하고 있었던 셈이었습니다.



다음 날의 약속은 취소되었지만 월요일에 다시 가야 한다고 ,그런데 현지에서는 바로 그 곳 이외에는 그렇게

상황이 급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오히려 너무 태연한 보람이가 이상하더군요. 이 곳에서는 너무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인데 말입니다. 그 곳에서 취직 활동하는 것 그만두고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물어도

걱정할 것 없다고, 그냥 계획했던 대로 4월말까지는 해보고 싶다는 아이의 담담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비현실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가 또 불통이 되었고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 받는 것으로 소식을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늘 아침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방사능 걱정, 그리고 앞으로의 여진 걱정, 이런 저런

걱정으로 속이 타지만 정작 본인이 그것에 대해서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엄마가 걱정하고 친구들이 걱정하니까

오히려 더 불안하고 무섭게 느껴진다고 하는 반응에 더 이상  다른 말을 하기도 어렵고요.



그렇다면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서 제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 졸이던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서

다시 평소에 하던 일들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걱정해주고, 전화로, 메일로, 쪽지로 문자로 여러가지로 마음을 모아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 시간이기도 했고요,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지진의 피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문제, 그들의 트라우마, 그리고 현실적인 삶,이런 것들이 더 문제가

아닐까, 죽은 사람들의 문제보다 제겐 그렇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문제가 자꾸 생각이 나네요.

자연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자꾸 하게 되고요.

일상의 감각으로 돌아가자고 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1.3.15 5:44 PM

    인투님.
    많이 놀라셨죠?
    저도 지진 나던 날 뉴스를 보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보람양이었어요.
    인투님께 전화를 드려서 보람양과 연락이 되는지 여쭤보려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지금 경황이 없으실 것 같아서 전화 안 드리는게 나은건가 혼자 고민만 했었어요.

    캐드펠님과 통화 하면서 보람양이 괜찮다는 소식을 듣고서 저도 안심 되었습니다.

    인투님.
    얼마나 마음 고생 하셨을까요?

    뉴스를 통해 일본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지진나서 놀란 가슴 진정 되기도 전에
    다친 몸 제대로 수습하기도 전에
    쓰나미가 몰려와서 다 휩쓸어갔으니...
    목숨을 잃은 사람. 살았어도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 2. arhet
    '11.3.15 5:48 PM

    일본 소식을 접하고 계속 걱정했는데 소식들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더 이상의 피해없이 정상으로 돌아와야할텐데요...

  • 3. coco
    '11.3.16 12:11 AM

    인투님, 힘드실탠데 이렇게 포스팅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카루소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빨리 보람양이 귀국하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매우 힘든 시간입니다. 서로 위로하고 위무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요. 이와중에서 진실을 처음부터 전한 매체는 뉴욕타임즈입니다. 보람양을 설득시키려면 읽어보도록 하시고요. 제 생각에 모든 말에 설득되지 않는다면 마지막 수단인 어머니의 권위라도 압박해서 따님을 귀국하도록 하시는길 바랍니다.

  • 4. intotheself
    '11.3.16 1:01 AM

    coco님
    구글에 들어가니 기사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보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제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이곳에 올려주시거나 아니면 어디서 찾으라고 메모해주시면

    읽어보고 메일로 보람이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속이 혼란스러워서 무엇을 찾아서 읽는 일도 쉽지 않네요.

    그리고 들꽃님,카루소님, 그리고 arhet님 함께 걱정해주시는 마음,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받았답니다.

  • 5. coco
    '11.3.16 7:25 AM

    인투님 페닉할 필요는 없지만 전체적 상황은 무조건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도쿄를 당장 떠나야 합니다. 기사를 소개해 드리긴 하겠지만 인투님이 읽고 따님이 읽고 판단하는 동안 당장
    비행기표를 구하든가 배편을 구해서 떠나기를 종욯하세요. 그렇게 지금 상황이 최악입니다!

    뉴욕타임즈 주소는 www.nyt.com이고요.
    들어가면 크게 헤드기사로 오늘 뜬 기사가 있어요.
    Workers Strain to Retake Control after Blast and Fire at Japn Plant 라는 기사입니다.
    여기에 매우 자세한 기술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결론은 전혀 손쓰지 못하고 문제가 최악을 상해
    달려간다는 겁니다. 프랑스에선 오늘 체르노빌 다음에 해당하는 6등급으로 현재 원전 사고의
    등급을 올렸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발표하는 4급과는 다른 거지요. 일본에선 4개의 발전소의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와진다고 예견하는 겁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지난 금요일부터 같은 논조의 해설기사를 쓰기 시작했고요.

  • 6. coco
    '11.3.16 7:36 AM

    쓰는 도중 잘리까 해서 일부러 끊고 계속 씁니다. 뉴욕타임즈에 가서 가장 왼쪽을 보시면
    서브 케티고리가 있습니다. 맨위에 world라는 난이 있어요, 그곳을 클릭하시면 다른 관련된
    기사들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이멜전송이 되게 해놓았기 때문에 따님에게
    쉽게 기사 이멜 전송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올라온 기사중에 도쿄의 사람들이 어는 곳이든지 남쪽이든 외국이든 떠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지 안절부절하는 내용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아요.
    Certainties of Modern Life Upended in Japan 입니다. 방사능 치수가 도쿄에서 정상치의
    20배를 넘었다고 하고요, 잠시 다시 줄기도 하긴 하는 모양인데 이건 현상일 수 있고요, 계속
    방사능이 방출되는 시점에서 수치는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도 체코도
    자국민을 탈출시키는 비행기를 보냈다고 프랑스 뉴스에 나오고요, 프랑스 정부 라디오 뉴스 기자
    셋도 오늘 일본에서 철수 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늘 프랑스에서 들어간 특수구조부대 요원들은 방사선재는 기계을 달고 이미 수치가 높은 곳에선 구조를 포기한다고 하고요.

    어제 헤드라인 기사는 보다 선명하게 상황의 문제를 이미 다 보여 줍니다. 제목은
    Japan Faces Potential Nuclear Disaster as Radiation Rise 입니다. 어제 기사지만 오른쪽
    하단에 보면 가장 많이 본 기사란이 있는데 오늘 일등으로 나와 있습니다. 오늘 헤드기사는
    계속 기사를 읽어 왔던 사람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게 매우 기술적인 면에서만 씌여진 반면에
    이 기사가 외려 핵심을 잘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이기도 하네요.

  • 7. coco
    '11.3.16 7:45 AM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떠나야 한다고 보여집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인거 맞지만요.
    따님이 빨리 돌아 와서 인투님이 속히 안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8. 마리
    '11.3.16 11:07 AM

    일본 지진 소식을 듣고 인투님 생각이 났어요.
    무사하다니 조금 안심은 되지만 그 지역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겠네요.
    coco님 글을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인 거 같은데
    보람이가 취업을 포기하는 건 안타깝지만 일단 귀국조치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인투님도 마음이 놓이실테고... 취업은 다음에도 기회가 찾아올테니까요
    마음으로만 걱정을 보탭니다.

  • 9. 청미래
    '11.3.18 7:02 PM

    인투님 보람양은 아직도 귀국전인가요? 전 잠시 다녀오는 걸거라 생각하고 돌아와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동안 인투님 글이 올라와 있는 게 없으니 아직 경황이 없으신 게 아닌가하고 걱정이 되네요.
    저도 샌프란에 있는 딸아이때문에 쓰나미때부터 맘 졸이며 전화통 붙들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포기상태네요. 거기도 모든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지금 상황에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시킬수도 없고 맘이 착찹하답니다.
    보람양이 부디 무사히 이미 귀국해 있기를 기원합니다~~

  • 10. laguna
    '12.8.24 12:24 PM

    저도 큰 지진을 겪은 적이 있어요.
    건물 전체가 장난감처럼 흔들리던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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