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어떤가요?
왠 인상 타령?? 음악성을 엿볼수도있기 때문입니다.
평온하고,다감하고,밥도 잘 사줄거같은~~~
누군고 하니,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58)입니다.
지난달 예술의 전당서 열린 그의 두번째 내한 공연 팬사인회 장면이구요.
볼살이 유별난데 극적인 연주에서는 저 볼살이 파르르 떨립니다.ㅎ
헝가리 출신 영국 피아니스트로 현존 최고 대가 중 한사람이죠.
글렌 굴드 이후 '골드베르그 변주곡' 최고 해석가라는 명성에 힘입어 고음악 특히 바흐 해석의 대가로 통하고.
첫 방한이 2008년이였으니 올해가 두번째네요.
사실 쉬프 정도의 대가가 한국에 오려면 수년에 걸친 사전 노력이 필요.
역시나,2008년 공연은 그해 최고 공연으로 남아있죠.
쉬프가 좀 각별한 것은 한국과 연 때문이기도 합니다.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클에서 1위 없는 2위로 정명훈이 입상할 때 쉬프는 4위를 했어요.
토종 피아니스트 김선욱(23)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쉬프인데,
김선욱이 2006년 리르 콩클에서 1위를,쉬프는 먼 옛날 3위를.
그 3위 선배가 1위 후배를 견인하는 과정이 재밋습니다.
2008년 첫 내한공연이 끝나고 한예종에서 마스터클래스가 있었어요.
당시 김선욱은 이태 전 리즈콩클 우승자임에도 자비 내고 쉬프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고.
쉬프(아내는 일본 바이올린리스트)에겐 평소'동양권 연주자들은 테크닉만 빼어날 뿐'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김선욱 연주를 보고 고정관념이 깨졌다죠.
'베리 굿! 엑셀런트!!',,,그리고 즉석서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발에 초대했습니다.
김선욱은 1년전 2007년엔 개인적으로 루체른을 갔었으니 상전벽해네요.
연으로,지금 김선욱은 런던에 거주하며 쉬프,라두루프를 사사하고 있고.
김선욱,,,
겸손하고 머리도 명석해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쉬프는 이번에도 마스터 클래스를.
2008년 쇼팽 청소년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17)이 참가했네요.
검정 중국식 복장으로 조용히 입장하네요,,,정면 피아노만 바라보면서.
특이하게도 의자 앞 1/3 부문에 살짝 엉덩이를 대고 앉네요.
쉬프의 피아니즘을 빗대서 '쉬프톤'이라 합니다.
부드럽고,기름기를 제거해 담백한,,,그래서 극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강함을 낮추는.
요즘 빠른 손놀림 기교로 무장한 음악 스포츠 선수들이 많죠.
그는 전인적인 피아니스트입니다.
미술,역사,철학,책읽고,여행하고,박물관 극장가는 게 취미.
그래선가요? 인도를 좋아하는데 수개월 안식년을 내 인도여행을 즐길 정도로.
미켈란젤리는 자신의 피아노를 직접 공수해 해외 연주여행을 다녔죠.
엊그제 내한한 리카르도 샤이는 자신의 포디움(지휘석)을 가져왔어요.
쉬프는 자신의 조율사를 대동합니다.
오늘 연주곡은 피아노소나타 마지막 세곡인 30,31,32번입니다,,,,1820~1822년 작품.
베토벤은 1827년 57세에 죽었으니 말기 작품 3곡은 그의 예술혼이 집약되었다고 볼수있네요.
중간 휴식 없이 세곡을 한곡처럼 연이여 연주해 각 곡은 하나의 악장처럼 들리고.
건반에서 떼지않고 80분을 내리.
그가 베토벤 소나타를 천착해왔던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가 성찰의 음악가임을 알수있다는.
아니! 천하의 쉬프가 베토벤소나타 전곡 연주 출발점이 50세였다니,정말 놀랍네요
五十而知天命,,,나이 쉰의 지천명을 알았을까요?
녹음은 그 보다 훨씬 뒤인 55세에야.
소나타 32곡엔 베토벤의 삶과 음악성이 총체적으로 베어있기에 자신도 상응하는 숙성이 필요했다네요.
이때는 무병(巫病)처럼 자신이 곧 베토벤이 되고.
당시 20개 도시 순회 전곡 연주 때도 꼭 1번부터 순서대로.
그래야만 베토벤 삶,음악이 재구성된다는 믿음 때문에.
몇년전 백건우의 일주일 걸친 전곡 연주 때는 유사성,연주 편의에 따라 분리했습니다.
그가 소나타를 연작으로 연주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어요.
이전 작곡가와 달리,베토벤 곡은 시대적으로 작품 번호가 일치하죠.
바흐나 모짜르트는 애초 자신의 곡이 먼 후대에 연주되리라곤 생각치않았어요.
그래서 당대 인기곡을 제외하면 악보를 방치하고 그랬다는.
반면 베토벤은 자신의 곡이 후세에도 연주가,아니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곡마다 고유 번호를 붙혔구.
완벽한 최종 판본을 얻기위해 당연 수없이 교정하고 연주 후엔 또다니,,,그래서 베토벤 곡은 여러 버전이.
이리 쉬프의 작품 순서별 연주는 곧 베토벤을 훑는 것이기도 하겠죠.
쉬프의 결벽성은 '리스트 기피'에서도 나타나요.
리스트가 누군가요?같은 모국 헝가리 출신 대선배~
거기에다 쉬프는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를.
그런 그가 리스트 연주는 기피한다???
리스트는 자기의 음악성과 맞지않아서랍니다,,,좀 놀랍네요.
첫곡 30번을 보면 베토벤의 자유분방한 연애사를 볼수있어 재밋습니다.
퍽이나 안생기고 성격 또한 괴팍한지라 폼나는 연애하곤 영,,,그래도 주구장천 귀족여자들만.
기회만 되면 사랑의 감정에 빠졌어요,,,뭐 거의가 원사이드였지만.
레슨녀에 빠졌다가,레슨녀 언니가 좋아지고,다시 사촌으로 갈아타고...
모녀를 동시에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30번엔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헌정받은 자가 은행가 브렌타노 백작의 부인이라는 설과 딸이라는 설로 분분.
엄마는 디아벨리 변주곡을,그 딸은 손쉬운 피아노 3중주를 헌정(선물)받기도 했습니다.
후기 소나타 3곡은 다분히 현대적 느낌에 입체적인 복합 건축물이여요.
32번 하면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생각나고,,,장한나가 존경한다는.
그가 '시계탑'을 작곡할 때 영감을 받은 곡이였기에.
황병기가 1999년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여요.
입원실에서 바라다보이는 시계탑이 생사의 갈림길 같은 느낌들을 받았나보죠.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이렇게 병원 시계탑에서 소재를 얻고 베토벤 32번에서 영감을.
연주는 피날레로 치닿고~~~
32곡 전체의 소나타 퍼레이드가 끝난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2악장에선 시종 느린 템포로 노래합니다.
그래서 연주자마다 종결,느림의 미학을 자신의 방식으로 음미들 하나봅니다.
누군 13분,심지어 바렌보임은 19분 까지.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분면 쉬프도 한 느림했다는.
역시나 쉬프엔 비쥬얼은 없습니다.
과장없고 절제된 손놀림에서 나온 한음 한음이 또렸하게 박히고.
순간,힘이 실리니 건반의 반동이 그대로 신체로 전달된듯 볼살이 파르르 떨립니다.
장장 80분 연주의 막바지~~~~~
마지막 음을 마치니 홀엔 적막이 입니다.
순간, 짝짝! 짜아악.....성급한 박수가.
손마디는 거미줄의 나비처럼 여전히 건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멸하는 박수를 의식했는지 한 템포를 더 늦추고는 두손을 허공으로 날립니다.
이게 베토벤이야!!,,,,말하려는듯.
연주 직후의 정적도 음악이겠죠,,,존 케이지에게 4분 33초의 침묵도 음악이였듯이.
오늘 연주를,,,,
누군 물욕의 연주라,
누군 산수화를 그렸다,
누군 음량이 작은 피아니시모에서 절창(絶唱)이 나왔다 하네요.
안드라스 쉬프와 함게한 세시간,,떠오르
는 맹자의 말은 바로~~~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詩에서 감흥받고,
禮를 통해 인격을 갖추며,
음악(樂)으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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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co
'11.3.14 5:45 AM좋은 경험이셨겠어요. 훨씬 더 익었을 안드라스 쉬프의 베토벤 연주를 듣고 싶습니다. 댓글다는 경험을 하면서 느꼈지만 포스팅하는 분들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을 보고 놀라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에 토마스 만의 닥터 파우스투스를 읽다가 왜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에 삼악장이 없나 이런 대목을 읽었거든요.ㅎㅎ 뮬론 시간이 없어서 못썼다란 해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번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었란 베토벤의 깨달음이라고 소설속의 한 인물이 강연하는 내용이었어요. 보통 일악장에서 시작한 주제를 이악장에서 내용을 무궁히 풀어나가다 다시 삼악장에서 일장의 주제로 돌아가는 관습을 깨겠다는 베토벤의 의도라는 거지요.
파격이었다는 해석인데 인생이 다른 사람에 의해 되풀이 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인생에
돌아가는 것은 없고 나 이렇게 살다 간다 하는 베토벤의 표명같은 식인가 본데 제가 워낙 거칠게
쓰고보니 마이웨이가 되어비린 것 같습니다.ㅎㅎ
어려서 걸었던 관악산 코스는 서울대 입구에서 올라가 그리로 내려오는 거였어요. 아주 뻔한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요. 한참 올라도 가끔 씩 사람들을
마주칠 정도였어요. 아버지가 야호하고 부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야호 하고 대답하는 분이
게셔서 아주 신기했고요.ㅎㅎ 많이 감사하고요. 모두들 힘든 삶을 현명하게 살아왔던
좋는 음악가들의 연주에라도 힘입어 점점 도전적인 삶이 될 현실을 잘 돌봐 나가야 하겠어요.2. coco
'11.3.14 8:46 AM마지막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세개에 대해서 올라와서 말을 줄여야지 맘을 단단히 먹었는데 너무나 좋아하는 곡들이라 짧게 몇자 남깁니다. 저는 리히터의 마지막 소나타 이악장 연주 좋아하고 그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에 모두 감동합니다 그리고 소나타 31번 Op.110 녹음은 프리드리히 굴다, 1993년에 몽펠리에에서 리싸이틀한 실황녹음이 있고요, Friedrich Gulda, 그를 염두에 두고 이곡을 해석하고 연주했을 넬손 프레리의 Nelson Freire가 2006년에 녹음한게 있어요. 제가 둘다 아주 좋아해서 매우 주의 깊게 두 사람의 연주를 번갈아 들으면서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굴다가 얼마나 지적인 피아니스트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던 계기가 되었고요. 이런 연주가들의 연주들을 녹음이란 기술로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이지요. 유튜브에도
이런 곡들의 연주가 올라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좋은 연주가들을 누구든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사실도 환상적이고요. 위투워님도 굴다와 넬슨의 연주룰 먾아 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3. wrtour
'11.3.16 12:33 AM코코님~~^^
맞아요,예전엔 봉우리에 올라 야호!하면 저쪽에서도 야호!하던,,,그런 시절이요.
등산로에서 만나면 인사도 나누고 그랬는데 지금은 워낙 많다보니 그런게 없어요.
예전 얘기하시니 그런 시절이 있었나...하는 생각에 아련합니다.
베토벤 곡을 소설화한게 참 많치요.
하루키는 피아노 3중주 대공을,톨스토이는 피아노 소나타 크로이쳐를 아예 제목으로해 크로이처가 치명적인 사랑을 유발하는 음악으로 썼구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명곡에 아우라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건 음악가가 아니라 작가,미학자,철학자 들이라는 거요.
지적하신 저 소설에서 3악장에 대한 저런 상상력이 32번을 인문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하겠죠.
추천해주신 거 감사하구요.
며칠전 리히테르 32번 동영상을 보았는데 마지막 음을 마치고 그냥 일어서 큰 키로 성큰성큼 퇴장해버리더라구요.보통의 연주자와는 다르게.
물론 쉬프는 손을 건반에 한참을 놓고 있었고.4. coco
'11.3.16 9:25 AM요즘엔 등산로에서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고요? 그럼 좀 어색하기도 하겠어요.ㅎ 과거엔
항상 지나치면 당연히들 인사를 나누었지요. 물론 그게 어린맘에 좀 신기하긴 했어요. 같은 사람들이라도 산에서 내려가서 버스을 타고 간다면 버스 안에선 인사하지 않는데요.ㅎㅎ
저는 리히터의 연주모습을 보지는 못했어요. 동영상이라 함은 유튜브와는 다른 건가요? 제가
워낙 컴맹이라 유투브도 최근 들어가보는데 이거 시간 잡아먹는 하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바이올린이스트 오이스트라크의 동영상에 너무 반해서 잠을 잘 못잘 정도가 돼서 너무 피곤했어요. 이래서 인터넷은 위험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ㅎ 그런거보고 씨디샵에 가서 저지르고
아주 그렇네요.ㅎ 그래도 이런 시간들에 낮밤 음악의 위로가 없다면 힘든 세상을 어떻게 넘길까요.
그리고 정말 귀신이시네요. 제가 한 이주 전 쯤에 톨스토이의 크로이체 소나타을 그의 단편집에서 읽었어요. 전쟁과 평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이 단편은 아주 맘에 들더라고요. 그의 음악관도 재미있게 노출되고, 음악이 사람의 감정을 출렁이게 해서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믿게 하고
느끼지 않는 것을 느끼게 하고 등등 이런 식의 현실이 아닌 것을 그렇게 느끼게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중국에서 음악은 국가적 대사로 다룬다란 이야기가 나오는데 톨스토이가 예상대로 책을 많이 탐독하신 것 같았습니다.ㅎㅎ 하루키는 전혀 모르지만 위의 말씀하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써다고 라듸오 방송에서 들은 기억은 나네요. 젊어서 그가 뜰때 한번 읽다가 너무나 지루해서 그의 책을 던져 버린 기억만 나요.ㅠㅠ 위트워님은 좋아하시나요? 그가 재즈 좋아한다는 것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베토벤 좋아한다니 어울릴까 싶긴 한데요.ㅋㅋ 이제 그만 써야겠지요? 저도 지난 금요일 이후 맘이 잘 잡히지 않네요. 컴퓨터를 떠나기도 어렵고요.5. wrtour
'11.3.16 3:56 PM저도 따스한 음색의 오히스트라흐 좋아요.톨스토이도 유명 피아니스트였어요.(파가니니 초상화를 그린 앵그르가 제2바이오린 주자였듯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2대 소나타가 5번 스프링과 9번 크로이쳐아닌가요.그 크로이쳐는 예전 곡과는 달리 음역이 넓고,구조가 장대하고,표현이 격렬하구요.베를리오즈 증언에 의하면 크로이쳐는 그 곡이 무식하고 난폭하다며 헌정받기를 거부했다죠.톨스토이는 그 격렬함을 좋아해 치정극 크로이 쳐소나차를 썼겠죠.체코 야냐체크는 이 소설을 읽고 현악사중주 1번을 작곡했구요. 작년 말 이작 펄만이 한국에 왔어요.그때 메인곡이 크로이쳐여서 신났던 기억이요.좀 밋밋하긴했지만 ㅎㅎ
그리고 하루키가 대공을 소설로 쓴게 아니구요,에 대공 트리오 애기가 길게 나와요.피아노 3중주라 당시 유명했던 하이페츠의 백만불 트리오 얘기도 나오구요.ㅎㅎ.하루키 저사람이 워낙 음악에 조예가 깊은지라.
그리고 맞아요.
음악이 사람 감정을 출렁이게 해서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믿게 하고 느끼지 않는것을 느끼게 하는거....6. 수늬
'11.3.17 2:16 PM쉬프,사진은 안보이지만...적어주신 글과 두분 댓글대화 흥미롭고 잼나요...ㅎㅎ^^
뭐 인문학등이 짧아 반론하긴 힘들지만,,제가 생각했던것도 되돌아보게 되고요...
끄덕~끄덕~공감가는 부분도 많아요...7. 쿠앙쿠
'11.5.22 8:37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