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기 연주로 하루를 열다, 이렇게 제목을 쓰고 나니 마치 제가 타악기 연주를 하는 기분이 들지만
사실은 그럴리 없고 어제 밤 예술의 전당에 가서 구한 타악기 연주 앨범으로 하루를 열고 있습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온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월요일이라 한참 망서리다가
그래도 가고 싶어서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시간에 스페인어 수업이 있었거든요. 하루 빠지겠노라고 말하고
다른 멤버들끼리 수업하라고 부탁을 하고 표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수업이 토요일로 옮겨지는 덕택에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지요 ) 시간을 냈고 그렇게 마음의 수고를 하고 평소보다 비싼 표를 살 만큼
가치가 있는 연주회였는데요 3층 C석에도 제대로 울려퍼지는 교향곡 속에서 봄이 성큼 가까워진 느낌이
들더군요.

마침 연주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오랫만에 음반점에 들러서 새로 나온 음반들을 둘러 볼 시간이
있었는데요, 마침 타악기를 듣고 싶어서 주인장에게 여쭈어 보니 한 곳에 여러 장의 음반이 있었습니다.
고르고 골라서 DRUMS' N' CHANT란 제목의 MARTIN GRUBINGER의 연주와 이자이의 6 SONATAS FOR SOLO
VIOLIN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THE JAZZ ALBUM, 마지막으로 KNOWLEDGE IS THE BEGINNING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와 들어가있는 디브이디, 이것은 다니엘 바렌보임과 에드워드 사이드가 함께 기획해서 만든
WEST -EASTERN DIVAN ORCHESTRA의 연주도 들어있는 영상물인데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제겐
조금 과한 지출이어도 오랫동안 자주 볼 수 있고 여럿이서 돌려보면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서 무리를
했지요. 아마 한 두달은 이것으로 충분한 식량이 되지 않을까요?

대학생이 된 아들, 학교가 멀어서 아무래도 평소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군요. 덕분에 일곱시 조금
넘어서 아들이 나가고 난 다음 평소라면 조금 더 누워있을 시간에 음반때문에 가만히 누워 있을 수 없어서
한 곡 한 곡 듣다보니 아직 이른 시간, 몸이 개운해졌네요.
fine arts 뮤지움에 들어와서 지난 번 조금 보다 만 100점의 하이라이트중에서 아직 못 본 그림들을
함께 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는 오랫만에 수유너머에 간 날이었습니다 .한 번 발길이 멀어지니 새롭게 가는 일이 쉽지 않았었는데
새로운 책을 한다는 말에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시작하자 마음 먹고 참석을 했는데 함께 했던 멤버들이
진심으로 환영을 해주어서 그 자리가 하나도 서먹하지 않아서 행복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시 가겠다고 생각하니 지난 주에는 그동안 손놓고 있던 일본어책을 다시 잡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틈나는대로 읽고 있는 저를 보면서 소속이란 참 무서운 힘이로구나 실감을 했습니다.
물론 그 곳에 가지 않는 동안에도 드라마로 소리를 계속 듣기는 했지만 역시 문자는 제겐 더 어렵게 느껴지고
소리내어 읽을 수 없는 한자때문에 일본어 책 읽기는 아직도 숙제같은 기분이 들지만 소리로 읽힌 말들이
아하 이 소리가 이런 글자로구나 거꾸로 파악을 해나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여러가지 외국어를 벌여놓고 공부하면서 느낀 것,
우선 동기가 뚜렷해야 할 것, 함께 할 동료가 있어야 할 것, 그리고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매일 공부할 것
(사실 매일은 어렵겠지요? 그래도 그런 마음으로 ) 그리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책과 그것보다 조금 어렵다
싶은 책을 동시에 하면서 가이드가 될 만한 선생님을 만날 것 이 정도는 필요한 조건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힘겨워 할 때 마음을 다해서 서로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작품 검색을 하다가 코리언이란 말에 눈이 번쩍 해서 골라보았습니다.


축의 시대를 읽기 시작한 이래로 묘하게 인도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동안 잘 보지
않았던 책들을 뒤적이기도 하고, 오늘 같은 날, 인도의 시바신을 표현한 이 작품을 클릭해서 바라보게
되기도 하네요. 관심이 촉발하는 에너지란 외부에서도 오고 자기 안에서도 오고, 그것이 어디서 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신비한 에너지가 아닌가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2011년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과 만날까, 이제까지 해 오던 일들에서 어떤 변화를 보게 될 것인가
어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능할까, 그런 기대를 안고 마루 안쪽까지 깊숙하게 들어오는 햇살과
더불어 소리를 즐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