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을 25일 볼 수 있다면 26일 하루 남은 밀라노에서의 일정이 조금은 숨쉴 여유가 있을듯해서요.

지나다보니 어라, 여기가 바로 스칼라좌인가 싶은 곳이 있었지요.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네요.
누군가 꽃아놓은 장이 한 송이가 인상적인 곳에서 들어가서 음악을 들을 순 없어도 그냥 지나칠 순 없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도 여행객인듯한 두 사람이 뭔가 상의하느라 한참이네요.

묻고 물어 브레라 미술관을 찾았지만 휴관입니다.뭐라고? 휴관이라고 !! 맥이 풀리지만 우선 길을 알아두었다는
것에 위로를 삼고 오늘 찾아보기로 한 세 곳의 성당 중 한 곳을 찾아 나섭니다.
산탐브리오, 밀라노에서는 자꾸 이름을 만나게 되는 성 암브로시우스, 밀라노 주교이기도 했고 아우구스트스가
기독교로 개종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밀라노하면 세계사 시간에 배운 밀라노 칙령이 우선 떠오르지만 그 때만 해도 그것을 역사적 사실의 하나로
암기할 사항으로만 배웠지요,. 그러나 바로 그 현장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고대 기독교의 흔적을 보는 일은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아침에 본 두오모가 이탈리아 고딕의 백미라면 이 곳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갈하고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
성당이었습니다.


성당안은 미사중인 시간이라 덕분에 밖을 찬찬히 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다양한 포즈로 구경을 하고 있네요.


벽에 붙은 다양한 흔적들, 그런데 무슨 이야기인지 읽을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던지요!!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 그 옆에서 부지런히 찍고 있는 젊은 엄마, 그녀는 나중에 다시 마주치게 되어서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를 밀고 두 부부가 나란히 웃으면서 나가는 장면이 제 카메라에 또 잡혔더라고요.


미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눈길을 끌만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니, 이래서
밀라노 밀라노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연스럽게 입고 다니는 것이겠지만 앗 소리가 절로
나는 사람들의 입성에 제 눈이 호강을 한 날들이었기도 하거든요.



일종의 글자 중독인 저는 어딜 가도 활자로 그 곳을 기억합니다. 지나가다가 아, 이 글자 본 적이 있다고 생각이
나면 그 곳의 지형이 생각이 나거든요. 사람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길을 기억하는 방식이 다 달라서 아하 하던
기억도 나네요.



돌의 다양함, 돌의 감촉에 눈뜬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자꾸 손이 가서 만져보게 되더라고요.


여성의 가방이 걸려있는 것을 보니 엄마는 미사중일까요? 아이에게 계속 이야기를 걸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몰래 카메라로 !!

암부로시우스의 모습인데요, 한 인물이 성인으로 기록된다는 것은 그 세계안에서는 대단한 일이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것을 굳게 배척하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린 시절처럼 성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존경의 념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그런
복잡한 감정도 들었지요.
산탐브리오 성당의 안팎을 찬찬히 돌아보고 나니 하루 일과중에서 중요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인상적인 느낌의 성당이었던 것이지요. 아 배고프다, 밥 먹자 하는 분위기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충만한 마음으로 이 곳을 떠나기 전, 그래도 아쉬워서 한 번 더 둘러보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