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를 떠나서 그 다음 찾아나선 것이 바로 티치아노 특별전입니다. 그런데 지난 밤 본 그 장소를 바로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헤매고 다니는 도중에 이런 저런 곳을 두리번거리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니
꼭 그것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더라고요.


바로 이 장소에서 카라바지오 특별전을 하는 모양인데 미술관 같지는 않고 오늘 열린다는 표시도 없고
그렇다면 내일 다시 와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형을 기억 속에 넣었습니다.그래도 역시 길치인 저는 내일
찾아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저 함께 다니는 사람들의 기억력과 길 감각을 믿을 수 밖에요.


거리의 상점은 불을 밝혀 놓은 곳은 많으나 거의가 문은 닫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마 크리스마스 휴가라서
그렇겠지요? 열려 있어도 거의 그림의 떡인 수준의 상품이겠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시간을 거리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작정 거리를 걸어다니다 보면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될 것 같아서 어제 밤 원점으로 돌아가서
티치아노 특별전이 소개된 곳으로 가보자고 의견을 모았지요.


그렇다면 갤러리아로 가는 길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갤러리아는 실내거리로 예술적인 진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19세기 최고의 사교장이기도 하며 21세기 최고의 쇼핑 거리이기도 하다는 선전을 밀라노에
관한 책을 읽다가 만났습니다. 실제로 보기 전에는 글씨에 불과하던 것들이 막상 눈앞에 보니 아하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진열 방식이 독특한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생화일까 조화일까 궁금해서 살짝 만져보니 생화로군요.

드디어 만났습니다. 늘어선 줄 뒤에 일단 서고 나서 물었습니다. 티켓은 어디서 사나요?
분영 어제 밤 본 것으로는 조금 비싸다 싶은 금액 24유로, 그래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이니 꼭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전시라서요. 그런데 이게 웬 떡이야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크리스마스라서 무료 입장이라고
합니다. 루브르에 있는 작품이 왔다고 해서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의 전시회일꼬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니
왼쪽 방에서는 비디오 전시가 있고 본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앞에서 간단한 설명이 있더라고요.
이 작품을 영상으로 비추면서 미세한 부분까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더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제한을 한다고
조금 기다리라고 하네요. 한 남자가 이탈리아로 아이패드를 갖고 앞 줄의 사람들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실제 작품앞에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설명을 듣기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고요.
그렇다면 다른 작품은?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남자의 앞으로 갔을 때 영어 설명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자 일단 이탈리아 어로 설명한 다음
다시 영어로 설명하겠노라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네요. 그래도 그가 아이패드에 담아놓고 비교 설명하는 거울의
이미지가 재미있어서 내용은 몰라도 기분좋게 들었습니다.
거의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림의 부분 부분을 집어 가면서 말을 하니 무슨 말인지 이미지로 상상하면서 듣는
재미있는 오역의 시간? 이었을지도 모르지요.그래도 바로 영어로 다시 설명을 들으면서 그렇군, 그러니
그다지 이상하게 들은 것은 아니네 하고 신기해하기도 했고요.
작품 앞으로 가서 설명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하는 것도 듣고 작품도 구석구석 살피고 ,그리고 나서
물었습니다.다른 작품은 어디에 있나요?
이것이 전부라는 겁니다. 전부요? 이 한 점이? 그렇다고 합니다. 그 때 놀라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그림 한 점으로 특별전을 할 수도 있구나 ,그림 한 점으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비디오 상영실에 들어가니 그림을 놓고 다양한 전문가가 나와서 설명르 하는데
역시 설명은 못 알아들어도 전문가로 나선 여성들이 영화배우 뺨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입성이 너무 좋아서
야 기죽는데 하는 심정이 절로 되는 순간이기도 했지요.
덕분에 그 곳을 나오고 나서 일행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과연 이런 식의 전시가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단 한 작품이라면 곤란해도 서너 점, 혹은 열점 이내로
한정해서 이렇게 다양하게 조망하는 전시가 진정한 의미의 특별전이 되지 않을까, 그래야 한 작품 한 작품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될 것이고. 그렇다면 혹시 카라바지오도 세 작품 전시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내일 두고 볼 일이네.
첫 전시부터 시작된 파격이 인상적인 출발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