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공항가는 버스속에서 갑자기 생각난 것 한 가지 아니, 카메라를 챙기면서 카메라 충전기는 까맣게 있고
있었네, 이제와서 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항에서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집에 연락을 해도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다양한 소설을 쓰다가 결국 일하고 있는 보람이에게 연락을 했지요.
다음 날 떠나기로 한 두 사람이 있으니 그 편으로 충전기를 보내줄 수 있는가 하고요. 사실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신촌에서 놀기로 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아는 관계로 과연 가능한 부탁인가 긴가민가
했었습니다.그런데 아이가 막 화를 내는 겁니다. 그러니 거꾸로 저도 화가 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엄마를 찾으면 어떨게든 시간을 내서 해주던 것도 생각나고 ) 반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전화를 끊었지요.
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걸려온 전화, 내일 누구를 찾으면 되는가 전화연락처를 달라고 하더군요.자신있게
꼭 전해준다는 보장은 못해도 노력을 해보겠다고요.

마음을 비우고 지금 충전한 것으로 하루 혹은 아끼면 이틀 정도 찍고 충전기를 받지 못하면 그것은 그것나름으로
사진찍으려는 마음 없이 대상을 유유히 즐기면서 보면 되는 것이지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공항안에서 찾으러 다녀보았지만 올림푸스 팬을 취급하는 곳은 없더라고요.
공항에서 만난 대학 친구 두 명, 그리고 그 중 한명의 딸 이렇게 넷이서 시작한 2010년 겨울 여행은 충전기건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만발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갈아타야 하는 곳에서 일단 검색이 한 번 있더군요.검색대를 통과하는 사이에 가방이나
코트를 벗어서 검색대를 통과하던 중 한 친구가 가방에 넣어두었던 가글이 문제가 되었습니다.액체가 검색대에
걸려서 늦어지는 것은 걱정한 다른 친구가 자신의 작은 백을 의자에 놓아둔 것을 잊고 그 곳으로 다가온 것인데
그 일이 무마되는 것을 보고 나서 게이트로 이동하다가 그제서야 작은 가방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지요.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인지라 허겁지겁 모두 이동하여 그곳으로 가보니 다행히 공항직원이 그 가방을 보관하고
있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그때 만약 가방을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한 도덕적인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지요.
지정된 게이트로 갔으나 아무런 정보도 뜨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늦은
시간의 코펜하겐 가는 비행기 노선만 계속 뜨는 겁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조금 기다려보다가 곤란하다
싶어서 ground servive란 표시가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물어보려고 하니 여승무원들의 휴게실이었던
모양입니다. 휴식시간을 방해받았다는 듯이 화를 내더군요. 앗, 그렇다면 여자 승무원들에게 물으면 곤란한가
싶어서 통로를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말을 걸기가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놓칠 수는 없는지라
그중에서 인상이 좋아보이는 여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표를 보여달라고 하더니
셀프 서비스 기계 장치에 넣어보니 게이트 넘버가 바뀐 것,그리고 게이트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
부지런히 가보라고 하네요. 고맙다는 인사 그라찌에를 여러 번 소리쳐 말하고 거기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밀라노 행 소형비행기로 갈아타고 나니 드디어 여행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는 실감이 나고 다들 녹초가 되어서
골아 떨어져 버렸지요. 밀라노에서 짐을 찾던 중 마침 밀라노에 살다가 지금은 리버풀에 살고 있다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녀에게 우리가 지금 찾아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말하니 직접 전화해서 기차가 있는지 알아보는
성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요.
본인은 딸이 픽업하러 나오기로 했다고 기다리는 도중에 도와주겠다고요. 그러더니 조금 더 정확한 사정을
다른 남성에게 물어보더군요. 그러자 그 남성이 우리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표 사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표를 사는 방법을 잘 몰라서 헤매고 있으니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표를 구해주는 친절까지 베풀어주어서
놀랐습니다.
두 사람의 도움덕분에 무사히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두오모 근처의 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러 내려가는데
중국인들처럼 보이는 여러 명의 청소년들이 있더군요. 그들은 우리를 일본인으로 보고 아리가또, 오하이오를
연발합니다.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말이라도 그런식으로 말을 거는 것이지요. 이런 인사법을 수없이 만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들도 여전히 거기에 응답해서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다, 그러니 낫 아리가또
안녕하세요라고 일일히 고쳐서 인사하게 된다는 것
두오모 역에서 빠져나오니 어둠속에서 눈앞에 솟아오르는 두오모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는 실감이
나더군요.

물론 이 사진은 다음 날 아침 찍은 것이지만요
가방을 숙소에 두고 일단 나와서 자정 미사에 참여했지만 졸음이 밀려옵니다.
졸다 깨다가 나와서 갤리러아 부근을 산책하다 발견한 큰 수확 두 가지, 하나는 카라바지오 특별전이 있다는
것,.다른 하나는 티치아노 특별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밀라노에서 만나는 첫 선물이네
마음은 벌써 그림 보는 것으로 부풀어오르지만 일단 자야할 시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