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월요일 아침이 오기까지 약간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 잘하는 짓일까? 지금 현악기를 시작하는 것은
조금 무모한 일이 아닐까? 차라리 바이올린 대신 피아노 렛슨을 부탁하는 것은 어떨까?
아침에 울린 전화소리에 혹시나 약속을 바꾸자고 하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는 전화는
아닐까? (사람의 마음이 약해지면 이런 식의 공상이 가능한 것을 경험한 날이기도 했지요 )
또 한가지 걱정은 덜컥 일본어 수업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에게 일본어를 배우긴 했지만
스스로 가르쳐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주로 학생들을 도와주는 경우에는 소리로 듣고 그 소리를 한국어를 보고
일본어로 표현해보게 하는 것 정도였거든요) 놀랐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예전에 구해서 공부했던 책을 놓고 무엇을 먼저 설명하면 좋을까, 어떤 방식으로 일본어를
가르치면 좋을까 연구를 했지요. 재미있는 일은 내가 배우려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세심하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mp3안의 일본어도 새롭게 들어보고, 한 시간 정도를 어떻게 배열해서 수업을
할까 고민하다 보니 내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피할 수 없이 시간은 다가왔고, 난생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들고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선생님, 덕분에 긴장이 풀리고, 바이올린부터 할까요? 하길래 아니 일본어 수업부터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그래서 일본어 수업을 했지요. 그녀는 소리를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이
주로 글로 익힌 경우였습니다.저랑은 완전히 반대 케이스인데, 그래도 오랜 기간 공부를 해 온 덕분에 제가
일단 형용사와 동사 경우를 설명하고 그 단어를 이용해서 일본어로 이야기를 일단 하고 어느 정도 알아듣는지
확인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업에 흥미를 갖고 함께 해서 일단 한시름 덜었습니다.
드디어 바이올린 시간, 우선 자세 잡는 법, 활 쥐는 법, 소리 맞추는 법, 다양한 설명을 들었지만 마음이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그래도 4줄 중에서 2 줄을 활로 소리내는 일에서 첫 날인데도
끽끽 소리를 내지 않고 제대로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다고 선생님이 칭찬을 잔뜩 해주시는 바람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지요. 물론 다른 것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상하게 소리만은 제대로 나서 그것으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할까요?
한 주일동안 2 줄 소리 제대로 내는 법, 활 잡는 법을 과제로 받고 나서 혹시나 해서 들고 간 피아노 악보
그 중에서 어려운 부분만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좋다고 합니다.
그동안 혼자 힘으로 어려워서 고민하던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물론 재즈 명곡선에 실린
간추린 곡이지만 드디어!! 한 번의 설명으로 해결이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혼자서 피아노를 친다고 해서 바이엘 정도로 예상을 했다고 하면서 언제라도 피아노 치다가
모르는 부분을 들고 오라서 해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 들었지요.
악기에 테이프로 소리를 잡아주신다고 준비하던 중에 밖에서 방문객이 들어왔습니다.
이 이른 시간에 누구지?
알고 보니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신숙씨가 오늘 첫 수업이라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딸과 함께 바이올린 렛슨을 시작한지 일년, 지금은 상당히 진도가 나간 상태인데
다른 선생님은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는지도 궁금하고, 일본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궁금하고
겸사겸사해서 들른 것인데요, 선생님은 이번에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더니 그러면 한 번 활을 잡아보라고
선뜻 기회를 주었습니다 , 참 인상적인 아름다운 장면이었지요.
그 자리에서의 제 모습을 보더니 신숙씨 왈 선생님 행복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요? 정말 그렇네요 !!
이왕 이렇게 인사를 한 김에 그러면 함께 일본어 공부를 해보겠는가 권하고 그래도 되는가 물어보니
선생님도 좋다고 해서 앞으로는 셋이서 함께 공부하고 그녀는 바이올린 수업의 진행을 조금 지켜보고
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인사하고 나오는 길, 저절로 웃음이 묻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얼마나 잘 할 지 그것은 모릅니다. 그래도 내겐 어렵다, 그러니 시작도 말자고 생각하던 한계들을
하나씩 깨면서 앞으로 나가는 일에서 오는 해방감, 그것이 산들바람이 되어 저를 가볍게 한다고 할까요?
자축하는 마음으로 늦은 밤 고른 모네 그림 함께 즐겨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