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여러 사람들앞에서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 귀한 선물이 있습니다.제겐 주로 책이지만요
인문고전강의, 역사고전강의, 두 권의 책으로 제겐 고전으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물론 고전을 군데 군데 인용한 책은 자주 읽었지만
원전 번역을 직접 읽는 계기가 되어주었고, 강의중에 소개하는 있는 줄도 모르고 있던 다양한 책 목록은 대화도서관의 서가를 뒤적이는
일을 아주 즐거운 탐색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 중의 한 권이 왜 그리스인가였습니다. 서가에서 찾을 수 없어서 그저 마음에만 품고 있던 책인데요 드디어 오늘 발견했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 너무 더워서 잠깐 시원한 곳에 들러 팥빙수 사먹으면서 땀을 식히고, 독서 삼매경으로 들어가 볼까 싶었는데
팝빙수 한 그릇 값이 7000원이라니, 너무 비싸다 싶더라고요. 빙수를 포기하고 걷다가 만난 공원길의 의자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앗, 느낌이 오네 하는 기분이라니. 그래서 호메로스에서 플라톤까지의 그리스 고전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속으로
일단 거리의 의자에서 첫 인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낮 시간 이번 한 주 음악 레슨도 쉬면서 시간을 확보하여 그리스인 이야기와 관련된 보조 자료들을 읽는 중인데요
그리스인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면 평생 읽어볼 기회가 없었을 핀다로스 이야기가 이 책에도 등장하네요. 아하 싶어서 역시
그 부분을 읽으면서 평생에 걸쳐서 그리스를 연구한 두 명의 학자가 제게 열어주고 있는 비밀의 문에 대해서 고마워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시간나는 대로 그리스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수업하러 도서관에 가보니 책상위에 택배가
놓여 있습니다. 이상하다 책 주문한 것이 없는데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열어보니 바로 이 책이 한 권 들어있었습니다.
아그네스 님이 선물로 보내주신 책일 것이라고 짐작을 했지요. 아무런 메모도 없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았고 그 때부터 갈등이 시작되네요.
그래도 왜 그리스인가를 읽는 일이 더 급해서 한참을 뒤적이다가 유혹을 이기기 힘이 들어서 결국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 책의 목차와
안의 사진만 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수요일 밤 늦은 시간까지 그 책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고,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서 여러모로 고민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자극을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요.
선물로 온 책 이야기를 하다보니 얼마전에 받은 선물 황제처럼이 생각나는군요.
수유너머에서 인연이 되어 그녀의 삶을 그리고 그녀의 글을 거의 거르지 않고 읽고 있는 은유씨. 그녀가 남극의 눈물 다큐멘터리를
찍은 피디의 사진에 글을 붙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글자를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조차도 달려들어서 읽을만큼 여럿이서 돌려보고 있는 중이라 지금 누구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파되고 있는 중이랍니다.
책 선물이 부담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막상 받았는데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아닐 경우 읽기도 그냥 두기도 어정쩡한
기분탓이겟지요?
제 경우는 관심이 없어도 관심을 넓히는 경우가 되거나, 아니면 도저히 읽을 것 같지 않다면 그것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선물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라서 크게 부담이 아니고, 실제로 책 선물을 받고 못 읽고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간 책은
거의 없었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오히려 이렇게 자극이 되어서 새로운 문을 여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
큰 축복이구나 느끼고 있는 밤,
그런 자극이 될 책을 골라서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