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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에서 세익스피어 사이를 오가다

| 조회수 : 815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7-22 11:17:27

 

 

 

 

금요일 모임에서 읽자고 제안한 그리스인 이야기 총 3권으로 된 분량인데요 먼저 제안한 사람이 자신이므로 남을 탓할 일이

 

아니지요. 문제는 3권 발제를 맡고는 이왕이면 이 기회에 원전 번역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읽어보자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만만치 않은 책값을 치루고는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텔레스, 투키디데스  ,플라톤 이렇게 책을 구해서 읽는 중에

 

새로운 계획이 하나 더 끼어 들어왔습니다. 끼어들어왔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계획하던 일이 드디어 성사된 것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네요.

 

아직 시작도 못한 라틴어가 인연이 되어서 만나게 된 시인, 그녀의 남편이 세익스피어 강의를 하는 분이라는 말을 듣고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료 강의를 부탁드렸는데 (사실 이것이 참 어려운 부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란 믿음으로

 

용감하게 부탁을 하게 된 것이고 이 강의가 다음 주 일요일로 날짜가 잡혔습니다.) 강의에 맨 입으로 들어갈 수가 없으니

 

저도 다시 오래된 기억, 이제는 재가 되어 사그라졌다고 생각한 문학시간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세익스피어를 뒤적이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보통의 경우 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 별로 죽는 소리를 하거나 바쁘다 바빠를 입에 올리지 않는 편인데 지난 한 주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한 주는 일상적인 스케줄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네요. 더군다나 지난 금요일에 끝난 인문고전강의 두 번째 수업

 

그것도 읽고 보충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지난 주 역시 의자에 앉아서 차분히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탐색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요. 아하 소리가 절로 나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타인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오는 일요일 아침 눈이 뜨자 바로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챙겨서 대화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이번 주에는 당연히 세익스피어에 관한

 

책들을 다 빌려왔는데 생각보다는 자료가 많지 않네요. 그래도 아이들과 돌려 읽을만한 책을 구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구한 책까지

 

하면 오늘부터 한 주일은 말하자면 세익스피어로 가득한 한 주, 개인적으로는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하는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라파엘 전파의 그림을 뒤적이다가 만난 세익스피어를 소재로 하는 그림들을 보고 있는 중..

 

오래 이어지던 전공과의 끈을 놓으면서 마음을 정리하느라 전공과 관련된 서적을 과감하게 다 버렸지요. 이제는 다시 만날 인연이

 

없기를 바라기도 하고, 아마 다시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미련을 없애고 싶었던 것일까요?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한 감정은 가물가물해서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아마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요즘 그리스 비극과 더불어 갑자기 몰아닥치는 문학과의 인연을 지켜보면서 이 세상에 절대로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됩니다.

 

마침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중에도 국문학 전공자가 4명이 넘더군요.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획, 한 달에 한 번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는 모임은 어떨까 하는 겁니다. 늘 여기까지만 하고 생각해도 역시 삶은 생각되로 가는 것이 아니란 점, 그런 것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한 요소가 아닐까 싶네요.

 

세익스피어와 관련된 그림들을 보다 보니 갑자기 베토벤의 템페스트가 듣고 싶어지는 일요일 아침,

 

부지런히 아침을 열어 놓은 덕분에 그렇게 마음 가는대로 놀아도 되는 시간, 언젠가 템페스트를 피아노로 치는 날이 과연 올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 아침이 기분좋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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