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선생의 녹음 파일을 듣고 다니면서 느낀 자극이 어느 순간 폭발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다가 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 전집으로 넘어가고, 요즘 세익스피어 강의를 듣기 위한 워밍업으로
그의 희곡들을 찾아서 읽게 되면서 전공과 멀어졌던 세월을 확 건너 뛰게 된 것일까요?
어느 것이 먼저이고 나중인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지난 주 화요일 신화 읽기 모임에서 멤버중의 한 명은 유 은씨가 한국문학 작품 읽는 모임은 없나요, 혹은 만들 수 없나요?
이렇게 물었을 때만 해도 제겐 그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지 않다고 , 국문과 출신이 많으니까 내년에 재능기부 할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추친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한 발 슬쩍 뒤로 물러났었답니다.
그런데 수요일 모임에서 국문과 출신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꼭 한국문학이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오갔고
오늘 불어 시간에 말을 하니 의외로 대단한 호응이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길가메쉬부터 시작해서 시대순으로 올라오면서 작품을
한 달에 한 번 읽으면 어떨까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답니다.
오늘 밤 수업이 다 끝나고 연습을 시작하려는 순간, 반가운 손님이 왔습니다. 제게 인문고전강의, 그리고 역사 고전강의와 더불어
녹음 파일까지 선물을 해서 고전의 바다로 들어가게 해 준 장본인이 세익스피어의 정치 철학을 들고 왔더라고요. 필요하면 읽으라고요
그녀가 마침 근처까지 산책을 나왔다가 들렀노라고요. 악기 연습은 물 건너가고 우리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문학작품 읽기에
어른들과 고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으로 내년부터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곳까지 이야기가 진척되었지요.
이런 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 저절로 입안에 맴도네요. 문학작품과의 새로운 만남이 제겐 어떤 변화를 갖고
올 것인지, 그리고 우리들은 어떤 정도까지 작품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내보이고, 정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되네요.
한동안 머리속이 시끌사끌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구상이 솟기도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