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이유,오늘 읽던 책에서 조선시대,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유럽과 만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항구라고 소개하고 있더군요.시대별로 마르세유를 거쳐 파리에 간 인사들이 그 곳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 점,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다르고 남녀 성별에 따라서도 다른 그런 기록들이
담겨있는 책읽기를 했던 날,(여기서 여성이라함은 나혜석의 파리경험을 가리키는 것이랍니다.)
드디어 여행기로 마르세이유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불어 남부프랑스,엑상 프로방스로 갑니다.
아침에 고민고민하면서 사진을 만지작거리다가 드디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냈던 순간의 즐거움이
지금도 떠오르네요.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서야 한국에서 프린트해온 종이에 적힌 것이 에어 프랑스 국내선 예약을 확인하는
서류에 불과하고 예약번호등을 보람이가 확인해서 서류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전산화가 되었을테니 여권을 제시하면 어떻게 해결되겠지 싶어서 조금 일찍
집을 나섰지요. 서바이벌 불어밖에 못한다고 울상인 아이가 어찌 어찌 의사소통을 해서 여권과 예약서류를
보여주었더니 해결이 되네요.프랑스에서는 영어가 별로 효력이 없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느끼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서 신기하다고 할까?이상하다고 할까? 기분이 묘하더군요.
마르세이유 공항이라고 하지만 마르세이유 시내에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일정이 빠듯한 우리 일행으로서는
마르세이유 시내까지 가는 일은 어렵다고 포기하고 일단 엑상프로방스에 먼저 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님이 헤르츠를 통해 미리 예약한 차가 있어서 사무실로 가보니 그 곳에 미리 도착한 자전거님
캐롤님,파리에서 출발한 아템포님,저,그리고 보람이까지 일행이 다 모였습니다.
혹시 몰라서 빌렸다는 내비게이션,우선 장소를 찍는 일부터 약간 번거로운 일을 거치고 나서는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이번에 알게 된 것중의 하나는 프랑스 남부는 큰 차로는 운전하면서 다니기가 어려운 길이 상당히 많다는 것
이렇게 차를 빌려서 하는 여행의 경우 짐이 너무 많은 경우 5인 여행은 어렵지 않나,우리들의 경우 베이스에
각자 짐을 두고 4박 5일간 쓸 정도의 작은 가방을 챙겨왔기 때문에 무리가 없었지 만약 9박 ,10박 계속되는
경우라면 짐을 최소한도로 꾸리거나 아니면 인원이 한 명 정도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었지요.

프로방스 지역을 찾아들어와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고픈 배를 해결하려고 주차장을 찾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빙빙 돌다가 일방통행인 골목에 드디어 한 자리 발견하고 주차를 한 상태인데요
시간을 정해서 동전을 넣는 시스템이었습니다.

24시간 연다고 되어 있는 이 음식점으로 정하고 들어가서 영어라곤 눈씻고 보아도 알 수 없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보람이가 설명하는 대강의 팁에 의거해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드디어 프랑스 남부에
왔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8일 오늘은 엑상 프로방스에서 세잔과 만나고 세잔의 그림에 등장하는 산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 다음 아를근처에 있는 숙소까지 찾아가는 일이 목표입니다.

세잔의 아틀리에를 표시하는 표지판,그 동네는 온통 세잔 일색이더군요.빵집도 다른 가게도 세잔이란
이름이 붙어있는,그래서 아직도 그는 그 마을에서 살아숨쉬는 존재같다고 할까요?


차를 빌려서 다니기로 한 다음 제게 부여된 유일한 임무는 그 곳에서 운전하면서 들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골라오라는 것이었는데요,즐거운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들을까 고심하다가 8장의 음반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차속에서 내비게이션을 맞추고 장소를 잘못 들어가서 돌아나오는 등 긴장할 일이 많아서
음악을 들을 엄두도 나지 않다가 어느 정도 내비게이션에 대해서 신뢰가 생기자 음악을 들을 여유가 생겼지요.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길에서 어떤 느낌의 음악을 들을까 골라가면서 듣는 즐거움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는데요 저말고도 아템포님이 좋아하는 음반을 더 골라와서 참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세잔이 마지막 거처하면서 수욕도 대작을 완성한 공간에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안에 들어서니
이미 와서 그 곳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출발하기전에는 유럽의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고 특히 남부의 미스트랄이 오면
장난이 아니라고 해서 그것을 제일 우려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세잔의 뜰에 녹색이 가득해서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카메라에 담을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이 모자간은 아뜰리에 안에서 강의를 듣고 마지막에
그 안에 있는 세간살이중 서랍장을 열어보아도 좋다고 했을 때 마지막까지 남아서 저랑 함께 서랍을 열어보면셔
그 안에 있는 그림이나 필체,편지에 감탄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내용물을 감상한 여성이네요.
어린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자꾸 달아나는 아이를 불러들여서 엄마란 어디서나 같은가 하고
웃었던 기억이 나서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보니 혼자서 벤취에 앉아 있는 여성이 보였습니다.모자가 특이하고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카메라를 들으대도록 만드는 상황이라서 몰래 한 장 찍어보았지요.
안으로 들어가서 표를 사고 아틀리에에 올라가는 길에 빛이 비추어서 묘한 느낌이 나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아틀리에안에서는 카메라 사용금지라 책속에서 자주 보던 바로 그 공간에 와서도 그저 눈으로 마음으로
담을 수 밖에 없었는데 한 번 돌아보고 나니 그 안을 담당하는 여성분이 말을 거네요.
어느 나라 말로 설명하면 좋은가하고요.
당연히 영어로 설명을 부탁했더니 마치 연기자처럼 음성을 조절해서 세잔의 일생을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그 공간이 더 실감나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세잔,예술가로서의 세잔을 마음껏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아무리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 바빠도 빅투아르 산을 보고 가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산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자주 그림에서보던 산에 비하면 멀리서 바라보이는 산은 어라,이렇게 작은 산이었어?
처음에는 그런 기분이었지요.그러나 차에서 내려서 그 산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한 화가에게 자주 마음을 끌어서 그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그 산이 슬며시 제게도 들어오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그 산을 바라보려고 다가갔던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는 막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친구가 와서
차리려고 하는지 와인잔을 베란다의 탁자에 진열하고 있는 한 커플을 보았습니다.
주변에는 빨래가 걸려 있는 집도 보이고,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은 없지만 안에서
누군가 생활을 하고 있는 공간에 서서 산을 내다보고 있자니 이 사람들에겐 이방인들이 와서
그 산을 바라보는 이런 풍광이 어떤 느낌일꼬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더 지체할 수 없어서 그 곳을 떠나면서 이 고장에서 자주 보게 될 나무가
눈에 들어와서 한 장 찍고 출발합니다.숙소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