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유공간너머에서 하는 일본어모임에 갔습니다.
2010년 첫 모임에는 여행다음날이기도 하고 눈이 너무 와서 못 갔는데 저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다 모였다고 하네요.신년회를 하면서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의 기본은 어느 정도 보았으므로 다른 책을 읽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가장 늦게 합류한 멤버이니 그동안 수업한 것을 중심으로 소감을 말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요.
저는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요.
사기라니 무슨 소리냐고요?
처음 홈페이지에서는 아무리 초보자라도 관심만 있다면 참석할 수 있다,한 줄이라도 두 줄이라도
능력껏 번역을 하면 된다고 해서 아무런 의심없이 정말로 그렇게 믿고 참석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첫 날부터 한 페이지 번역이 제 차례로 돌아왔고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책을 번역이 옆에 없으면
더듬거리면서도 제대로 못 읽는 상태에서 시작한 이런 무지막지한 공부는 사실 얼얼한 기분이 들어서
순간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과연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가하고요.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번역에 구멍을 여기저기 뻥뻥 뚫어서 그냥 빈공간으로 남기면서 했고
모르면 가이드하는 선생님이 도와주겠지 그런 배짱으로 밀고 나가다보니
어제는 다섯페이지를 번역해서 가게 되었는데 빈 구멍이 두 곳밖에 없어서 저자신도 깜짝 놀랐지요.
시간도 엇비슷하게 들었고요.
물론 일등공신은 새로 장만한 전자사전과 헌책방에서 구한 종이사전덕분이지만
압박이 없이 한 공부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겠는가,함께 하는 사람들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애에 처음으로 제 차례가 아니면 읽어갈 엄두도 못내서 중간 중간 페이지가 하얀 그런 책을
서가에 꽂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런 자리가 아니라면 과연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일본어로 읽어볼 엄두라도
냈을 것인가를 생각하니 스터디의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자본세미나에서도 일본어 모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한 여자분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히라가나만 간신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용기를 내서 함께 해보고 싶다고 하네요.
앗,여기에도 보석같은 마음이 있는 여성이 있구나 ,반가웠습니다.
다음 시간에 지금 하는 책의 마지막을 함께 읽고 나서는 새로 읽게 되는 사까이 나오끼라는 일본학자의
책을 번역하면서 읽기로 했는데요 사실 사까이 나오끼라니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검색해보니 상당히 비중있는 학자로 동아시아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에도 이미 알려진
학자로군요.
그래,맞아,이런 모임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세상과 자꾸 접촉하게 되는 것,그것만으로도 먼 길을 가는
효용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자의 번역본 책을 한 권 구해서 함께 읽은 다음 (한 번 두 번 정도로 책을 읽는 모양이었습니다.세미나에서)
그 다음에는 책을 제본해서 함께 시작하는 것이니
혹시 일본어에 관심이 있지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하고 망서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게 연락하실래요?

제 경우에는 아무래도 일본어 듣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고 한 번 시켜보니 도망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밀면서 번역을 숙제로 내주었다고 하고,다른 초보자들이 오면 성장할 때까지 도움을 많이 주겠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한 번 마음을 크게 먹고 첫 발을 내딛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누군가가 손을 내밀때 그 손을 확 하고 잡아버리는 것,그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