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제자에게 소개받고 읽기 시작한 작가,갈릴레오와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작가입니다.
그런데 보람이가 이 작가의 소설을 빌려읽기 시작하더니 엄마도 읽어보라고 권해서 한 권 한 권 읽다보니
읽을 때마다 놀라게 되고,그 다음에는 또 어떤 분야의 이야기와 만날까 기대가 되는 작가가 되었지요.
글에서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감각으로 보아서 30대 후반이나 많아야 40대 초반의 작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어느날 프로필을 읽어보니 1958년생이더군요.
이럴수가,그 나이에 이렇게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니,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말에 언어연수때문에 캐나다로 떠나게 된 보람이가 가기 전에 그의 소설을 가능하면 다 찾아서
읽고 싶다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중의 한 권이었습니다.
붉은 손가락이 뭐지? 제목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한 번 손에 잡으니 내려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지요.
읽고 나서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고 이 사람은 천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편지,이 소설을 읽고나서 보람이가 건네주면서 말을 하더군요.
엄마,소설 읽으면 눈물이 날 껄? 나도 눈물이 나서 울어버렸어.
부모가 죽고 둘이만 남은 형제,형은 머리 좋은 동생이 대학에 가길 바라지만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대학은 커녕 하루 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오래 전 이사를 돕다가 알게 된
집의 노인에게 돈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집에 들어가서 돈을 훔칩니다.
바로 나오지 않고 동생이 좋아했다고 기억한 구운 밤을 동생에게 가져다 주려고 다시 들어갔다가
마침 소리에 놀라서 나온 노인을 살해하고 말지요.
감옥에 들어간 형에게서 동생에게 편지가 오고,그것에 대응한 동생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기억이란
과연 무엇일까,가해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사람에게 편견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무섭도록 슬픈 환경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형제사이의 이해는 가능한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는 진정 가능한가,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존 레논의 이메진이 머릿속을 울리는 소설,결국 마지막에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추리소설이라기보단 일반 문학작품의 범주에 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서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대화도서관에 갔을 때 보람이가 선택한 책이 비밀이었지요.
비밀?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들어갔다는 설정이 너무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서 제가 선택한 책이
아내를 사랑한 여자였습니다.
사실 처음 책을 선택했을 때는 아내를 사랑한 남자라고 읽었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아내를 사랑한 여자더군요.어라?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인데
성정체성에 대해서 어떤 이론적인 책보다 더 도움이 된 소설이었고 제가 이 작가의 능력이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성찰에 진정으로 놀라고 감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로 선보인 유성의 인연을 먼저 맛보다가 이상하게 당기지 않아서 한 편 보다 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보람이에게 소개받고 책으로 읽고서는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된 인연이 있는 작품이지요.
제목이 갖는 의미를 책을 다 읽고나서야 제대로 파악한 작품이기도 하고,
시나리오 작가는 이를 어떻게 고쳐가면서 표현했는가 관심갖고 따라가면서 드라마를 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그의 이력을 따라가면서 계속 읽게 될 소설가를 한 명 더 마음에 품게 되었다는 것
혼자서만 읽고 즐길 것이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읽고 그의 소설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저절로 소개하게 된 작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