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오랜 지기 챠챠가 호주 브리즈번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은 후 저에게 사진과 함께
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켄챠야,
이 큰 도시에 남루한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브리즈번에 말이다.
한인회는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원불교 브리즈번 지회에 마련된 분향소를 하루 종일 지키며
속으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결심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47,000,000 - 1 이다.
나는 ‘한국인’에서 빼주라.
나는 곧 미뤄왔던
‘국적상실신고’를 하러 갈 것이다.
세상은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
벽을 실감한다.
이승만이 남북을 가르고 독재를 하고
박정희가 모든 인권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전두환이 시민을 학살하며 체육관에서 당선이 되고
노태우때 KAL기를 폭파시키고 대통령이 되고
김영삼이가 3당합당을 하면서 야합정치를 하더니 IMF로 나라를 말아먹던...
그 수준에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는 정치인들을 탓하지 않는다.
1만 2천 교민 중에서 200명 왔다갔다.
그러고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 박태환 금메달 땄다고 좋아하더라.
김연아 1등했다고 좋아하더라. 이민 1세들 먹고 살기 바쁘다 핑계대면서
언제 TV는 보았을까? 이민 2세들, 한국인이기 싫다더니 왜 2002년에는
길거리 펍에 모여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쳤을까?
한국내라고 별반 다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특히나 한국은 너무도 이기적이다.
니가 간다는 그 아줌마 싸이트, 웃기고 있네.
아줌마들이 이렇게 만든거다.
툭하면 학교 전화해서 내 자식만 챙기고
어떻게 하면 내 자식만 군대 안보낼까 생각하고
우리집 땅값 오른다 하면 앞뒤 안가리고 아무나 찍고
시장통에서 콩나물값 500원 깎으면서
사교육이란 사교육은 다 갖다 시키고
사교육비가 국가 예산에 맞먹는 미친 나라를 만든 거지.
여기 브리즈번도 교민들이 다 망쳐놓고 있다.
호주 선생들이 서로 한국인 받을려고 한다.
왜? 뒷돈을 주거든.
정말 미치지 않았나?
순진한 촌 학교같이 학교와 학부형, 학생이 서로 소통하며 합리적으로 흘러가던
곳이 순식간에 미쳐가고 있다.
학군에 따라서 집값도 폭등했지. 세계 곳곳에 미친한국을 양산하고 있다.
내 자식만 편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고부간의 갈등까지 부추기고
결국은 자식의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라는 생각까지 닿는다.
지 자식만 챙기다가 결혼해 들어온 남의 자식은 꼴사나워서 못보는 거지.
니 말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시엄마’가 되는 거다.
켄챠야, 나는 이제 호주시민이다.
한국인이 아니다. 미안하다. 여기서 포기하겠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영어만 쓰면서 호주사람들과 어울려 보련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바래가겠지. 올림픽에서 누가 금메달을 따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
멀리는 조갑제, 가깝게는 김지하, 황석영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대한민국은 그들을 잃을 때마다 희망의 촛불을 하나씩 꺼트렸던 것이다.
나의 오래된 생각이다.
p.s. 근데, 슬프기는 하네........노무현, 사진속의 이 양반은
죽어서도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었는데,
나는 이제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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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저의 답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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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챠야.....
존중한다, 니 결정.
근데, 말이다.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보자.
우리 정말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않은 것일까?
체육관투표도 없어졌고, 북핵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대북정책을 잘못한 정부를 탓하며 북풍도 먹혀들지 않고
IMF때보다 경제는 훨씬 좋아졌다.
그래, 니가 말한 그런 변절자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등불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나는 82cook에서 희망을 본다.
자기 자식에게 욕심이 없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때론 좀 과하기도 하지. 반성해야지, 고쳐야지.
그리고 우리 윗세대를 생각해봐라. 제대로 된 부모역할을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여건이 되었었나?
지금은 그저, 혼돈의 시대, 질서를 잡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봐 주면 안되겠니? 롤 모델이 없었으니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주면 안되겠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유시민이 말한 후불제 민주주의처럼
우리가 이런 호사(?)를 누려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다.
찾아갈 것이다. 올곧은 방향으로 우리는 찾아갈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은 죽지 않았다. 설령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고 해도
나는 그 마지막 맥박이 '0'을 가리키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 냐면
그 순간에도
자신의 몸을 3만 볼트로 충전시켜 바위 아래로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구한 노무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 그 정신 온전히 지켜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은 우리가 포기하고 좌절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아줌마는 항상 옳다!
나도 오래된 생각이다.
p.s. 니도 언능 82로 귀의(?)해서 여기에 마음을 묻어라.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