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열한시부터 딸은 가르치러,아들은 배우러 같은 장소
(도서관에서 수업이 있어서요)에 가는 날,그래서
아침밥을 둘이서 준비해서 먹으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누워있는 것은 어려워서 결국 나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피아노 악보를 하나 보았습니다.
어렵게 느껴져서 손도 못대고 있던 곡인데
혹시나 하고 초견을 했더니 의외로 마지막까지 칠 수
있었는데요 어찌 된 일일까 생각해보니 낮은 음자리표
보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예전에는 두 손이 따로 노느라
어렵던 것이 이제 조금 편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게 익숙해지는 과정까지가 어렵지
그 다음은 가속도가 붙어서 훨씬 즐겁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요즘 자주 느끼게 되네요.
아이들이 나가고 나서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를 틀어놓고
파티션에 있던 반 다이크의 그림을 볼까 하고 들어왔으나
막상 검색을 하다가 만난 로버트 마더웰의 작품에 눈이
쏠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변하기 쉬운 것인지,내일은 이렇게
해야지 마음먹어도 정작 그 내일이 오면 전혀 새로운 혹은
전혀 다른 일에 마음이 쏠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에 갑자기 아들이 어린 시절
닭살모자라고 불리던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도서관에서 알게 된 모자중의 하나가 제일 심한?
닭살 모자로 불리웠고 그 다음에 저랑 아들이 그렇게 불리웠는데
지금은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대뜸 엄마 나 미워하잖아
이렇게 반응을 보이네요.
미워한다고?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성적표를 스스로 내밀기도 하고
학교에서 치룬 논술 모의고사에서 본인이 생각하기 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한 아들의 표정이
그래도 많이 밝아졌습니다.
덩달아 저도 기대를 하게 되는데 딸이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합니다.엄마,너무 기대하거나 기대를 표시하거나
그렇게 하지는 말라고요.
중학교시절까지 합치면 거의 오년에 가까운 세월
그 시절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