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탁구레슨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기본기를 생략하고 바로 숏트 대는 법을 시도하고나서
코치가 오늘은 드라이브를 받아보라고 하네요.
레슨 네번만에 너무 빠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하다보니 몸속에 남아있던 본능적인 감각이
살아나는군요.
그래서 드라이브가 얼추 먹히는 순간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오히려 기본적인 화 (화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far,short의 그 far가 아닐까 싶네요) 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인생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일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고 있네요.

지난 삼주일 동안 소설책으로 하면 열권 분량의 사카모토
료마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거의 마지막까지 가고 있는 요즘,그의 일생과
메이지 유신기의 일본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직 일본이란 통일된 국가에 대한 관념이 형성되기 이전
번이 곧 국가이던 시기에 그것을 넘어서는 그림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었던 한 인간의 크기에 대해서요.

오늘 아침 보람이의 부탁으로 엔화를 바꾸러 은행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저금한 돈으로 여행을 가기로
정한 딸이 매일 환율을 체크하다가 아무래도 오늘은
꼭 사야할 것 같은데 시험기간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제게 부탁을 하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그런 계산이 잘 되지 않는 제겐 딸이 저랑 너무 다른 것이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엄마가 아주 늙으면
엄마의 얼마되지 않는 재산이라도 네가 관리를 해주면
되겠네 하고 웃었지요.
그런데 은행에서 돈을 바꾸는 중에 못 보던 얼굴이
더구나 여성의 얼굴이 5000엔 권에 나와서 유심히 바라보았는데요
아,맞다 얼마전 한겨레신문인지 21인지의 칼럼에서
읽은 메이지 시대의 소설가의 얼굴이 화폐에 실렸다는 글이
기억이 났습니다.

갑자기 그녀의 소설이 궁금해지네요.
우리의 화폐에 등장할 여성은 누구일까,그리고 그녀는
어떤 상징성을 띄고 등장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나니 그림은 이것으로 족하다 싶어지네요.

모리스 루이스,마지막 세 작품이 그의 작품인데
오늘은 원래 이 화가의 그림을 보러 들어왔다가
처음에 만난 다른 이름들에 끌려서 조금 더 보게 되었습니다.
운동하고 개운한 몸으로 백건우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시간,운동이 덤으로 갖고 온 평화로운 시간이네요,
개인적인 평화와 밖에서 불고 있는 큰 바람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야 하나,자꾸 생각하게 되는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