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오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습니다.
away from her
그런데 검색해보니 벌써 종영이 되어버렸다고요.
계획이 어긋나서 김이 새버리네요.
그래서 빌려서 한 번 듣고 갖고 있다가 이제 돌려주어야
하는 굴렌 굴드의 바하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마루로
들고 나와서 처음부터 듣기 시작했습니다.
돌려주고 나면 언제 전곡을 다시 듣게 되겠나 싶어서요.
3장의 시디로 구성된 이 음반은 1955년의 녹음과는 달리
1981년 버전인데요 템포가 너무 빨라서 20여년전의 곡과
너무나 다른 느낌입니다.
같은 곡일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다른 곡처럼 느껴지지만
제겐 빠른 템포의 녹음도 좋아서 우선 1,2를 다 들었지요.
그런데 지난 번에 들을 때는 인터뷰 녹음이라고 된 3을
그냥 생략하고 말았는데
마침 오늘 아침에 보람이가 만보계를 ( 인터넷 쇼핑몰에서
시킨 상품에 따라 온 사은품이라고 하면서 주네요)
주길래 바지에 꼽고서 3번 시디를 들었습니다.
움직이면서 영어로 된 인터뷰 내용을 따라잡느라 신경을
쓰기도 하면서 인터뷰 내용과 중간 중간 두 녹음을 비교하느라
들려주는 연주를 들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금요일 오전이 3장의 음반을 듣느라 다
가버리고 말았지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어의 질문에 답하는 글렌 굴드의 말도 얼마나 빠른지
거의 두배 속도는 되는 것 같네요,인터뷰어의 속도에 비하면
3장 음반을 다 듣고 나니 마치 연주자가 작품연주에 대해서
설명을 함께 하는 음악회에 다녀온 기분입니다.

한 장 음반이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마루를 왔다갔다하면서
걷고나서 만보계를 보니 생각보다 수치가 많이 올라가 있네요.
아,앞으로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일이 어렵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때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무겁다고 느낄 때,밤에 잠들기 전,그리고 식후에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 되겠네,갑자기 자신이 굉장히
큰 발견을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네요.

다 끝난 음반을 처음으로 돌려놓고 필립스 콜렉션에 들어와서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목요일에 함께 읽는 책으로 인해 생긴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자신을 덜 비난하기,그리고 가능하면 조그만 진보에도
스스로를 마음껏 칭찬하는 힘이 생겼다는 것인데요
그것은 정말 대단한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난의 말이 터져나오려는 순간,그래서 무슨 도움이 되는데?
하고 안에서 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 순간 정지하고 한번 숨을 쉬는 겁니다.
그러면 희안하게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지요.
그것만으로 다 된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