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일요일 오전,박종훈의 연주로 듣는
전람회의 그림을 크게 틀어놓고 기분을 내면서
행복한 금요일 3에 대해서 즉 페르시아와의 만남에
관한 장편의 글을 썼었습니다.
그런데 다 쓰고 나서 기분좋게 confirm을 눌렀는데
갑자기 글이 증발해버렸네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이 바로 이런 경우에 쓰라고
있는 말인가 하면서 허탈해했지만
이미 시간도 늦고 이런 저런 말을 줏어담기엔
쓸 때 당시의 기분을 되살리기도 어려워서
그냥 수업하러 나갔습니다.
오늘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 있어야 해서 집에 오니 밤 열두시가 다 되었네요.

이 전시를 보고 나서 대영박물관의 유물을 중심으로 고대사를
설명한 책,마침 아람누리에서 빌려놓은 그 책을
즐겁게 보았던 것,그리고 the bible lands라고 오래 전
외국 박물관에서 구해놓은 책을 대강 눈으로 보고는
제대로 꼼꼼하게 읽지 않은 상태로 박아놓았던 것이 생각나
먼지를 털고 오늘 다시 읽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 국립박물관에서 만난 유물이나 그 시기에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일종의 페르시아전 after라고 할 수 있을까요?
페르시아전 끝나고 켈리님과 박물관 마당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금요일의 마지막 코스인 백혜선 피아노 독주회 장소를
찾아갔습니다.
마포문화센터 개관 기념 연주,장소가 낯설다고
켈리님이 예매를 미루고 있던 연주회,제가 강력하게?
원해서 (오래전부터 그녀의 연주를 음반으로 듣고
좋아했었던 관계로) 가게 된 연주회였는데요
바흐,베토벤,라벨
그리고 드뷔시,리스트 순으로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정성스러운 선곡이 돋보이는
그런 연주회였습니다.
연주장안의 부스럭대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긴 했으나
라벨의 경우 라 발스 (왈츠라고 하네요)
연주를 듣는 동안 고맙다 소리가 제 안에서 절로 나오는
그런 기분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모든 곡이 좋았지만 특히 제겐 라벨과 리스트를
새롭게 만나는 자리였지요.

인터넷에서 찾은 임동혁연주의 라 발스를 틀어놓고
행복한 금요일의 마무리를 하고 있는 중에 함께 보는
화가는 르동입니다.

르동의 원화를 처음 본 것은 오르세미술관에서였습니다.
그 때는 그런 화가가 있었는지도 잘 몰랐던 시절이지만
그림이 특이해서 그 앞에서 어슬렁거리면서 한참
구경을 했지요.그리고는 이름을 노트에 적어와서
찾아보기 시작한 화가인데요
정말 일년에 여러차례 찾아보게 되는 좋아하는 화가가
되었답니다,지금은

금요일 중앙박물관에서 페르시아전을 보고 나서
정말 우연히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다른 특별전을 하나 더 보자고
합의가 되어 베트남전을 보러 갔지요.
베트남전을 보고 그 뒤로 들어가보니 아시아 상설전시관
이더군요.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상설전시보다는 주로
특별전을 보러다녀서 그럴까요?
이 곳은 처음 올라와 보는 곳인데 귀엔 익은
베제클릭 석굴 사원의 벽화란 말이 보입니다.
베제클릭 석굴?
아하,알고 보니 실크로드 기행에서 들어가본 바로
그 석굴이네요.
사실 남의 나라 석굴의 벽화가 국립박물관에 버젓이
있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는 실크로드의 악마들이란 책에서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사연들,제국주의 국가들이
문화재를 찾아서 다른 나라에 원정을 떠나
무더기로 가져가던 시기에 일본에서도 중국유적지에
찾아간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도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한데요
그들이 뜯어온 벽화를 총독부관저에 두었다가
패전하고 허겁지겁 돌아가는 길이라 결국 이 곳에
남게 된 유물이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경복궁에서는 한 번도 구경한 적 없던 바로
그 유물을 금요일에 만났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처음부터 모르는 것과
잊은 것 사이의 차이란 이렇게 큰 것인가 깜짝
놀랐지요.
언젠가 실크로드에 관한 기록들을 다시 찾아서 읽은 다음
이 전시관에 오면 훨씬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실크로드의 악마들을 처음 읽었던 날,아니 한국어로
번역된 글인데 어찌 이렇게 낯선 말들뿐일까
외국어나 다름없네라고 당황스럽던 기억이 새롭네요.

시종일관 그런 기분으로 책을 다 읽고나서
새롭게 실크로드에 관한 다른 책들을 구해 읽다보니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비슷한 내용들이
나와서 낭패감이 덜한 상태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면서 책을 읽고 여행을 떠나서
그런지 여행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외에도
마음에 담아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중국역사책을 실감나게
읽었던 오래전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금요일 단 하루이지만 하루가 여러 날처럼 느껴지는
다양한 경험을 한 날,
행복한 금요일이란 타이틀로 여러 가지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넘치는 날이지만
이 정도로 마치고 다시 새로운 한 주일을 맞아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