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오전 반룬의 예술사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유화의 발명과 티치아노,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미켈란젤로를 읽기로 한 날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날,발제를 맡은 티치아노에 대한 시공사책을
한 권 들고 지하철에서 못 다 읽은 부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자연보다 더 강한 예술이란 부제를 붙인 이 책에서 저자는
티치아노가 예술에 도입한 심리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을 하고 있더군요.
책읽기에 흥미를 느껴서 벌써 안국역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랴부랴 내려서 보니 시간여유가 조금 있네요.
마침 지하철 역의 오래된 음반가게가 문을 닫게 되어서
음반을 할인판매한다는 쪽지를 보고 들어갔습니다.
이미 많은 자리가 헐렁한 그 가게에서 마음속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상황이 어려워져서 그만두게 된 가게의 주인에게 마음이
쓰이면서도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구하는 음반에
고마워하는 이중성이라니,
클래식음반중에서 여러 곡을 골라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카오리 무라지의 기타연주와 박종훈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피아노로만 친 곡 이렇게 두 장을 골랐습니다.
인사동 길을 걸어가면서 오늘 점심먹고 볼 만한 전시가
무엇이 있나 확인해보았습니다.
중국현대미술전과 송수남전시를 보면 되겠다
그리고 블루를 소재로 한 김춘수전은 다음 화요일 모임까지
아직 여유가 있으니 이 전시는 그 다음으로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학고재에선 무엇을 전시하려나 하고 들여다보니
인사동의 학고재는 이제 문을 닫는 모양이네요.
소격동으로 아주 이사를 한 모양이다,갑자기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인사동갈 때마다 좋은 전시가 있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던
공간인데 이제는 그 곳에 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요.
민예총에 도착하니 이미 와 있는 멤버들이 여럿입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일전에 아템포님에게 빌린 음반을
돌려주려고 꺼내보니 아니 이런,다른 음반을 척하니 들고
온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이러저러하게 부딪히는 사건,사고들에
정말 당황스럽네요.
지난 목요일의 문사건에 이어 이제는 음반을 챙겨서 들고
나온다고 나왔는데 엉뚱한 것이라니
그래도 이런 일에 너무 기죽으면 하루의 시작이 불유쾌하니
웃으면서 넘기자 싶어서 다음에 다시 들고 오겠노라
말을 했더니 괜찮다고 흔쾌히 이야기하면서
새로 들고 온 사콘느 음반을 빌려주네요.
한 명 두 명 더 모여든 사람들,아템포님이 타서 들고 온
녹차에 깜빡이님이 사들고 온 빵을 조금씩 나누어 먹고
마신 다음 유화의 발명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발제를 잘 하는 머라여님의 차례라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반룬을 여러차례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아하 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유화를 한 사람이 발명한 것이라고 할 순 없겠지요?
재료를 다양하게 연구하던 과정에서 프레스코화와
템페라화를 거치면서 그것이 갖는 불편에 주목하던 사람들이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재료에 기름을 더하는 것이
주는 효과에 주목하여 그것을 조금 더 발전시킨 사람들이
바로 반 에이크형제라고 알려져 있지요.

형제의 그림이 아주 닮아서 어디서 어디까지가 형의 작품인지
동생의 작품인지 알기 어렵다는 일화를 남기고 있는
두 사람인데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형의 작품이
올라와 있네요.
후베르트 반 에이크입니다.

이 그림이 바로 헨트의 제단화로 형이 시작하여 동생이
마무리했다는 문제의 그림인데요
어디서 본듯하다,전체는 아니지만 특히 아래쪽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네요.
미술사 책에서 전체가 나온 것도 있지만 어린 양에게
경배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보여주는 책도 있어서요.

벌써 이 그림에서 그림을 봉헌한 사람들이 거의 같은
비율로 (기독교의 성인과) 그려지는 것이
사회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고 있네요.
브뤼헤,그리고 헨트는 당시 브루고뉴 지방에 속한
부유한 상업도시여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
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마침 제단화를 제대로 구석 구석 볼 수 있는 싸이트가
있어서 토요일 아침,피아노 렛슨을 마치고
전람회의 그림을 틀어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 양에의 경배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제단화네 하고 그냥 볼 때와 이렇게 자세히 보는 것은
사뭇 다른 느낌이지요?



이 부분의 경우 사람들 얼굴 표정이 각각 다 달라서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는 중인데요
마침 밖에서 크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귀기울이게 됩니다.
요즘 피아노의 매력에 확 빠져 있는 중이라서요.



물론 직접 그 곳에 가서 제단화를 보는 것만은 못하지만
이렇게 이 구석 저 구석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하는 것은 정말 다양한 스텍트럼을
갖고 있는 것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절로 하게 되네요.
반 룬을 여러번 읽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롭게 그렇지
저자는 이 말을 이렇게 축약해서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구나
감탄을 하곤 합니다.

여러개의 스터디를 동시에 하는 관계로 고대,중세,근대
현대를 동시에 살아가는 느낌을 받는 한 주일
어제는 북구르네상스,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리고 중국현대와 페르시아,그리고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얼마나 다양한 시대를
섭렵했는지 정말 공간과 시간의 이동을 경험한 날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