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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참 길었던 하루,목요일

| 조회수 : 1,799 | 추천수 : 168
작성일 : 2008-05-09 00:07:05


   며칠전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목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정전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따져보니 아무래도 그 시간에 집에 있는 것은 곤란하다 싶어서

정발산의 나무가 많은 집에서 사는 이혜정씨 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지요.

목요일 오전 세시간이나 수업이 계속되는 날이라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겨울에 갔을 때와는 달리

green thumb (식물에 손을 대면 유난히 잘 자라는

생명의 손이란 뜻) 인 그녀의 손길이 정성스럽게 간

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여럿이서 먹고 나서

바로 근처에 사는 백명자씨 집으로 커피도 마실겸

음반도 들어볼 겸 다 같이 몰려갔지요.

7,8명이 몰려가도 불편한 기색없이 늘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각자 취향에 맞추어 고른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면서

주택가라 볼륨을 한껏 올린 아주 좋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녀의 집 마루에서 내다보는 정원의 푸르름으로 인해

그림이 따로 필요없는 광경속에서 음악을 듣다가

제게 없는 베토벤의 음반 3장을 빌리고

수업이 있는 관계로 먼저 아쉽게 그 곳을 떠나왔지요.



아람누리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반납하고

다섯권을 고르는 중에 새로 들어온 책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언젠가 쪽지에 적어낸 책들도 들어있어서

고마운 마음으로 골라온 책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에 제일 먼저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기억이 나더군요.

알고보니 공부기술,생각기술이란 책을 썼던 바로 그 저자가

이번에는 미술사책으로 우리를 찾아왔는데요

아,이렇게도 접근할 수 있다니 신선하다는 느낌으로

책에 몰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초반까지 읽었지만 부르넬레스키,도나텔로

마사초,그리고 그 시대의 피렌체를 주름잡고 있던

집안사이의 싸움,피렌체란 도시의 특성등

기본적으로 그 시기를 관통하기 위해서 알아야할 것들이

재미있는 입담으로 디테일까지 소개되는 덕분에

다시 한 시대안으로 들어가버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르네상스가 궁금하지만 어떻게 접근할 지 모르겠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꼭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책이더군요.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니 열한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람이가 상의할 일이 있다고 종이를 한 장

들고 오네요.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잡을까 고민한 흔적이 있는

종이를 놓고 그 아이의 설명을 듣다가 이런 저런

조언을 하다보니 이렇게 고민할 수 있는 이 시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 시기인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네요.



낮시간에 함께 점심을 먹은 사람중에서 한 멤버가

제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실한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좀 더 젊었던 때는

잘 몰랐다고요.

불타올라 무엇을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많은 일들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스럽다고요.

그래서 제가 말을 했지요.

그렇게 고민하는 지금이 바로 새롭게 시작할 때가 아닌가하고요.

인생에서 그런 후회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보람이가 커가면서 그런 후회를 줄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사무치는 자신의 깨달음이 아닌 경우

얼마나 스며들 수 있을까요?

그래도 일상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 날,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삶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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