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집으로 사들고 들어온 책을
토요일 아침에 읽다가 오페라 나부코에 대해서
제대로 읽게 되었습니다.
나부코의 내용도 모른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란
곡만 가끔 들었던 셈인데
이번에 제대로 스토리와 그것이 역사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가,어떤 동영상을 보면 제대로 역을 소화하는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가등에 대해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것보다 우선 놀란 것은 나부코가 바로 네브카드네자르
(바빌로니아의 왕으로 그로 인해 이스라엘사람들이
바빌론 유수를 당하게 된 바로 그 왕이지요)의 이탈리아식
발음이라고 하네요.
아,그러고보니 블레이크의 그림에서 본 이상한 형상의
네브카드네자르가 기억이 났습니다.
그가 일시적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마 그 때의 상태를 화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린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이야기의 후속으로 그의 아들이 바로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의 주인공인 벨사살왕이라고 합니다.

아,그래? 그러고보니 바로 이 그림을 화두로 해서
렘브란트에 대한 글을 쓴 책이 생각나서 골라읽기 시작했습니다.
핸드북이라 할 정도의 작은 분량이지만
얼마나 글을 재미있게 썼는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지요.
그림속 세상으로 뛰어든 화가란 제목의 이 책에서
저자는 성서에 실린 한 대목을 읽고 화가는 어떻게
상상을 했을까? 벨사살 왕을 상상하면서 그려내는 과정의
렘브란트를 살려냅니다.
그렇구나,정말 성서에 들어있는 대목은 글에 불과하지만
화가는 그것을 우리 눈 앞에 실감나게 그려야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저자의 말을 따라가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다 그려낸 다음 저자는 왜 그 당시에 이런 그림의 수요가
많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이란 강대국과 싸우는 과정이었는데도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를 축적하여 상인계층들의
그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었다고 하네요.
마침 튤립 열풍이 불면서 과열되는 투기,그 속에서
사람들의 운명이 뒤바뀌는 시기에 바로 벨사살 왕의
운명이 일종의 교훈으로 제시되었다고 합니다.
아하,여기서 생각지도 않게 다시 튤립 열풍에 대해
읽게 되니 오래 전 사 놓고 읽다만 튤립열풍을 둘러싼
역사적인 배경을 다룬 책이 생각났습니다.
그 책을 꺼내서 다시 읽기 시작하니 이전에는 드라이하다고
느낀 책이 생생하게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원래 천산산맥에서 야생화로 자라던 튤립이
어떻게 네덜란드에서 투기의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나를
설명하는데 빠져서는 안되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이더군요.
오스만투르크가 콘스탄티노풀을 수도로 기울어가고 있던
비잔틴 제국을 점령하여 굴복시킨 해가 바로 1453년
그 이후에 오스만투르크의 정복왕 메메드는
그 곳에 톱카피 궁전을 세우면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그곳에 튤립을 비롯한 꽃을 심어 정원사들이
돌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톱카피궁을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되네
반가운 마음에 터키에 갔을 때 산 책자들을 꺼내서
다시 읽어봅니다.
톱카피궁을 다룬 책도 한 권 따로 구했던지라
오래전 기억을 새롭게 하면서 도판을 보았습니다.
그 때는 신기한 것이 너무 많아서 사실 정원까지
챙겨서 볼 여유가 없었는데 다시 보니 타일에도
꽃 문양이 다양하게 박혀 있네요.

네브카드네자르왕의 이야기,바빌론의 유수등에 대한
기록은 성서에서 예레미아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바로 그 예례미야를 렘브란트의 시선으로 잡은 모습입니다.

스페인과 대항하여 싸우는 시기에 라이덴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그래서일까요?
그 곳에 대학이 설립되고 공부과정에 대한 간섭이 덜해서
이 곳에서 해부학이 강의되곤 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은 종교로 인한 분쟁이 심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주로
라이덴으로 이주를 많이 해서 이 곳 주민이 원 주민들의
숫자보다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요.
여러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중에 기술을 갖고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 곳의 경제는 활황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쌓이는 부가 흘러넘쳐서 투자처를 찾아헤매었겠지요?
부유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일중의 하나가
해부학 강의에 티켓을 사들고 가서 참가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검색하던 중에 철학책에서 인용한 도판을 만났습니다.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혼자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무엇이 옳다라고 미리 정한 것이 아니고
이렇게 서로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그 과정자체가
소중하다는 언급과 더불어 바로 이 그림을 보여주더군요.
나부코읽기에서 발동한 호기심이
돌고 돌아 결국은 논쟁중인 두 사람을 다룬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그리고 everymonth에 들어가서 보니
얀 반 호엔의 그림이 올라온 중에서 화가의 약력을 읽다가
튤립 투기로 경제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는 것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가 그린 풍경화를 보다가 ,문득 언제 제대로
네덜란드의 17세기를 다른 역사적인 일과 연관해서
제대로 공부한 다음 꼭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정말 일관성이 없이 꼬리에 꼬리를 모는
공상 가득한 시간을 보내면서 일요일 밤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