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묵은지 한 포기 꺼내 담았다.
그것도 냉면 그릇에 말이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김치다.
막 꺼낸 묵은지.
손으로 찢어가며 따순 밥에 올려 드실 것이다.
옛날 당신이 드시던 방법대로 맛있게 드시면 된다.
"어머니~묵은지가 맛있어 보여 한 포기 머리만 잘랐어요."
"국물이 많이 있더냐?'
"아니요? 별로 없던데요? ."
"그럼 양념이 안씻겨 더 맛있을거다."
"아~~그래요? 어쩐지 냄새가 좋더라구요~."
어머님은 같이 사는 식구이지 손님이 아니다.
가끔 오시는 어머니 같으면 며느리는 이쁜 접시에 담아 내 놓겠지...
그런데...
서로 부댖기며 살다보면 그런 형식에 별로 구애 받지 않아 좋다.
서로가 편하게 지내 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너무 고단해서 얼른 밥먹고 쉬는게 서로 도와주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농업기술센터에서 소비자농업교실 모임이 있었다.
담당자님이 어머님 모시고 와서 구경도 하고 선인장도 심어가란다.
아버님 안계시니 그래도 조금 낫지 않느냐 라며...
점심 약속이 있었지만 어머님 모시고 오라는 말에 취소를 했다.
함께 가자고 조르는 며느리 말에 어머님 조금 망설이신다.
아마도 시누님이 가족 모임에는 따라가도 며느리 모임에는
며느리가 불편해하니 가지 말라고 해서 그러신 듯 했다.
그래도 어머니 옆구리 건드리며 모시고 나갔었다.
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고부간에는 더 그래야 된다는 생각이다.
딸과 엄마는 조금 서운해도 금새 풀어지지만
고부간에는 그 서운함이 오래 간다.
오해의 골이 깊어 질 수도 있다.
그 서운함 많이 갖지 않게 하기 위해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화사한 어머니 미소가 너무 아름답다.
75년 참 잘 참고 살아오셨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진속 어머니가 너무 고와 그냥 서럽기까지 한다.
험한 삶 뒤에 웃으시는 모습이라 그런가 싶다.
여기 저기 구경하시는 모습에 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주변 풍경에 어머니 모습이 더 빛이 난다.
선인장이 참 종류가 많구나~~하시면서 신기해 하신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기다리며 발견한 꽃
담당 선생님이 행사에 대한 의미와 우즈베키스탄 방문이야기와 선인장에 대한 강의를 하시고
고양시에서 선인장 수출을 하는데 비모란 수출이 70% 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다.
고양시 대표 선인장 비모란.
비모란 선인장에서 핀 꽃
비모란과 함께 어우러 심어질 화초다
가까이서 보자 참 이쁘다.
농장 주인장님의 강의를 듣고
들은 강의 내용대로 심어보려는데 잘 될런지...
강의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식물도 힘들면 유산을 한다는 것
비료도 봄 가을에 주어야 하는 것
너무 덥고 너무 추우면 사람과 같아서 못 먹는다는 것
식물도 편식을 하며 살기 위해 몸부림 친다는 것이다.
참 놀라운 말이다.
식물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직접 내 손으로 선인장을 심어보는 시간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기분이 좋다.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점심 시간이 최고.
어머니와 나는 남이 차려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고양시 대표 선인장 비모란 어머님과 나 각 각 하나씩 만들어 왔다.
저녁에 어머님이 그러신다.
"너 화분에 물 줬냐?'
"아니요? 언제 주라고 그랬는지 까먹었어요~."
"내야도 물 줘야 하는데 언제 준다냐?"
"그러게요~~ 잘 들을걸 그랬나봐요."
이제 어머님과 이야깃 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함께 산다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며 엮어 가는 것이리라...
회원님들 따뜻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