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월 중순, 진이가 학교 안가는 토요일.
진이와 단 둘이 데이트를 했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정보통신부 전시관에서 유비쿼터스에 관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같이 갔지요.

첫 인상이, 사이버틱한 인테리어가 마치 미래의 세상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기에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예쁘지요? ^^

"진이야 여기 쳐다봐~"

"저~기서도 한 장 찍자"

"아빠, 이제 그만 찍어"
"아니여, 여기 온 것도 기념인데 더 찍자"

"그만 찍으라니깐..."
"응~ 한장 만 더...."
찰칵~

"에잉 몰라~! 찍던지 말던지~!"
"응~ 그래 아라써 아라써~"

그래도 아빠랑도 한 장 찍어야쥐~?
김치이~~
전시회는 약 30분 정도 도우미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둘러 보았습니다.
다가올 미래의 세계, 유비쿼터스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전시회장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명동으로 향했습니다.
거의 10여년 만에 명동 나들이인듯 합니다.

"아빠, 사람들 많은데서 찍으면 창피해..."
명동은,
저에게 참으로 특별한 곳 입니다.

"아이~ 차암~~!"
인생의 황금기(?)를 이곳 명동에서 보냈었지요.
군대 제대하고나서 직장도 얻기 전에 곧바로 황여사와 결혼했었는데,
1년간의 백수 생활 후 얻은 첫 직장이 바로 이곳 명동에 있었습니다.

바로 저 빌딩 가장 높은곳 오른쪽 끝 창 바로 너머에 저의 책상이 있었지요.
그곳은 명동 성당과 그 옆의 계성여고가 한 눈에 보이는 아주 전망 좋은 곳 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30대의 청춘, 10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10년동안 명동 한 복판을 드나들었지만,
사실 명동에 대하여 아는 바는 별로 없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퇴근 할 때까지 내려 올 일이 없었고,
퇴근해서도 곧바로 집으로 가곤 했으니 명동 구석구석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
명동을 떠난지 10년,
주변은 많이 변했더군요.
그래도 뒷문 바로 앞에 있던 단골 미용실은 여전히 간판이 걸려있어 반가웠습니다.

그 옆에 있는 명동칼국수에 들렸습니다.
예전의 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한 그릇 뚝딱~ 했지요. ^^

"아빠, 다리 아포~"
"응~ 그래, 그만 집에 가자...."
같은 건물 같은 거리건만, 웬지 낮선 이방인이 된 느낌을 받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10년의 세월 탓이겠지요.